리뷰/공연 전시

막장이 아닌 걸작 멜로? ‘연애희곡’

朱雀 2010. 9. 1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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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나 주작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연애희곡>을 감상했다. 처음 이 작품의 포스터를 보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우선 가급적 ‘연인끼리 보다는 동성끼리 보라’는 제작사의 권유 때문이었다.

 

살짝 고민하다가 결국 연극을 좋아하시는 여친 사마와 가기로 마음 먹고,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충무아트홀에 처음 가봤다. 단순히 연극이나 뮤지컬을 상영하는 공간인줄 알았는데, 아이들이 공작하는 공간을 비롯해 전시회 등이 열리고 있어서 조금 놀라웠다.

 

시간이 돼서 작품을 감상하면서, ‘스크루볼 코메디’라는 신조어에 공감하고 말았다. 전작 <너와 함께라면>에서도 느낀 거지만 애해제 연출가는 이렇게 빠르게 말을 주고 받으면서 진행하는 작품을 선호하는 것 같았다. 배우들이 어떻게 저렇게 빨리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감정과 동선을 처리해내는지 그들의 땀과 노력이 엿보일 지경이었다.

 

내가 감상할 때는 타니야마역에 배해선, 방송국 프로듀서 무카이역에 전동석, 우체국 강도 히토시역에 영화와 드라마에서 감초 연기를 펼쳐서 눈에 익은 김재만 등이 연기를 할 때였다.

 

연극은 ‘극중극’ 형식을 취하고 있다. 원고 독촉을 위해 타니야마를 찾아간 무카이는 황당한 제안을 받는다. 바로 걸작을 쓰기 위해 타니야마가 ‘연애’를 해달라고 한 것! 평상시라면 일언지하에 거절했겠지만, 자신의 방송국 생명과 몇십억이 투입된 프로젝트인지라 결국 하기로 한다. 이야기를 조금씩 진행시키는 과정에서 우체국 강도 커플인 히토시-쿄코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몹시 뒤틀리고 복잡하게 변하고 만다.

 

<연애희곡>은 일단 코메디의 외형을 띄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몹시 과장된 표정과 연기는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특히 타니야마의 매니저인 테라다역의 김성기는 그 누구보다 큰 웃음을 안겨준다. 허나 정작 놀라운 것은 포스터에 써 있는 대로 ‘커다란 반전’을 준비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초반의 코믹한 모습에서 결말부에 진지한 모습으로 변해가는 그의 모습은 놀라움으로 다가오게 된다.

 

<연애희곡>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일단 이 작품에선 사람들의 광기가 느껴진다. 걸작을 쓰겠다는 일념하나로 모든 일을 진행시키는 타니야마, 그녀의 광기에 편승하는 무카이, 매니저인지 남편인지 헷갈리는 조력자 테라다, 타니야마가 누구인지 알고 자신들을 드라마속 주인공으로 집어넣으라고 강요하는 히토시-쿄코 우체국 강도 커플까지.

 

<연애희곡>은 인간의 뒤틀린 연애감정을 그려낸다. 첫눈에 본 순간 반했지만, 전달할 길이 없어 자신의 대본을 핑계로 든 타니야마. 별로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사건이 진행되면서 점차 타니야마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는 무카이. 타니야마의 매니저이자 하인처럼 굴지만 그 누구보다 타니야마를 사랑하는 테라다.

 

상당히 불편한 마초 히토시와 철없는 그의 애인 쿄코까지. 이들이 그려내는 연애의 드라마는 분명 우리의 삶과 다소 괴리가 있어 보이긴 한다. 그러나 동시에 ‘저런 상황에서 나는 어떤 행동을 할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사랑하는 상대가 내 앞에서 끔찍한 일을 당하게 된다면? 내가 그것을 무기력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다면?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든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선 모든 것을 경험해야만 하는 걸까? 등등.

 

<연애희곡>은 그 어떤 정답이나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다. 오히려 무수히 많은 삶의 문제들을 관객들에게 던져놓고 고민하기를 종용한다. <연애희곡>이 만약 불편하다면, 그건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삶의 모습이나 문제를 앞에 내놓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연애희곡>은 더욱 더 감상해볼만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끝으로, 연극을 보다가 생겼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먼저 쿄코역의 송유현은 연기하는 도중에 탁자에 꽤 세게 무릎을 부딪치는 사고를 경험하게 된다. 꽤 아팠을 텐데, 아픈 척을 할 수 없는 지라, 때때로 손으로 무릎을 매만졌는데, 관객의 입장에선 그런 모습이 폭소를 자아냈다.

 

또한 강도역의 김재만은 거의 종반부에서 물을 마시다가 그만 사래가 걸려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그때 무카이역의 전동석과 함께 적절한 애드리브를 쳤고, 관객은 더욱 폭소하고 말았다. 제목만큼 유쾌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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