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슈퍼스타K 2‘의 불편한 진실

朱雀 2010. 9.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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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자리수 시청률로 연일 화제를 모으는 케이블 방송 프로가 있다. 얼핏보면 별 것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케이블 방송은 특성상 1%만 넘어도 ‘대박’프로로 대우를 받는다. 국민 모두가 전파를 받는 공중파와 달리, 돈을 내거나, 일정 가입절차를 거쳐야 케이블 방송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슈퍼스타K 2'는 무려 1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케이블 방송프로는 국내에서 전무한 기록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는 저력은 무엇일까?

 

일단 전편 <슈퍼스타K>가 큰 화제로 떠올랐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그리고 여기엔 꾸미지 않은 드라마가 있다. 일단 <슈퍼스타K 2>의 경우 무려 상금이 2억이다! 여기에 꿈을 가지고 도전한 이들의 숫자는 무려 135만명이나 된다.

 

즉 웬만큼 노래를 부른다는 사람들은 전국에서 오디션을 봤다는 말이 된다. <슈퍼스타K 2>의 매력은 ‘자기동일시’가 쉽다는 것이다. 어제 총 11명이 결선에 올랐지만, 그들은 멀리 있는 이들이 아니다.

 

다른 꿈은 간직하고 있었지만, 집안 형편이나 어쩔 수 없는 사정 등으로 인해 꿈만 간직하고 살았던 이들이다. 그들이 <슈퍼스타K 2>에 나와 담담히 자신의 힘든 과거사나 사정을 이야기할 때, 그 어떤 드라마보다 우린 눈물을 흘리며 공감하게 된다. 왜?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웃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끊임없이 다양한 미션으로 토너먼트식으로 이루어지는 대결은 손에 땀을 쥐고 보게끔 한다. 심사위원들의 끝없는 독설과 바로바로 합격과 불합격을 알려주며, 참가자들의 반응을 마치 실시간 생중계 해주는 것 같은 편집은 긴박감과 현장감을 더해준다.

 

자! 근데 여기서 한 가지 집고 넘어갈 부분이 하나 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모두가 외면하고 있는 하나의 불편한 진실을 지적해보겠다. <슈퍼스타K 2>는 케이블 방송프로다. 더 정확히 말해서 ‘상업방송’이라는 사실이다!

 

<슈퍼스타K 2>를 보면 사연을 간직한 참가자들이나, 대결을 보다 긴박하기 위한 장치들이 많이 등장한다. 10명을 뽑아야 하는데, 6명만 뽑고 다른 참가들은 우르르 탈락을 시킨다거나, 참여결과를 핸드폰으로 전송해주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식의 장치는 프로를 보는 시청자의 입장에선 더욱 재미를 주는 ‘예능적인 요소’지만 당사자에겐 피를 말리는 끔찍한 형벌에 가깝다. <슈퍼스타K 2>가 이런 장치를 이용하는 이유는 무얼까? 너무나 간단하다. 시청률을 위해서다.

 

왜 참가자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말하게끔 하는가? 시청률을 위해서다. 합격한 참가자들을 가족과 만나게 해주었는가? 시청자들의 감성에 호소해 더욱 높은 시청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슈퍼스타K 2>는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내가 보기엔 합격자가 누가 되던지, 누가 최후의 1인이 되던지 2차적인 문제라고 본다. 제작자들이 고심하는 문제는 첫째도 둘째도 시청률이다.

 

왜? ‘시청률=돈’이기 때문이다. 케이블은 태생상 높은 시청률을 필요로 한다. 시청률만이 광고를 따올 수 있게 하고, 광고단가를 높이기 때문이다. 케이블은 공중파와 달리 더욱 심하게 상업성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 일정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방송사가 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슈퍼스타K 2>의 본질에 대해 시청자들은 외면하는 것 같다. 일부 시청자들은 너무 심한 몰입을 한 탓인지, 지엽적인 부분만 보고 큰 문제를 보지 않는 것 같아. 아니 어쩜 외면하는지 모르겠다.

 

우리 사회는 양극화가 매우 심해졌다. 이전에는 ‘개천에서 용난다’라는 말이 있었지만, 오늘날은 그런 일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서울대-연대-고대를 갈 수 있는 이들은 강남권이 아니면 불가해졌다. 고액과외를 받을 수 있는 부유층이 아니면 명문대를 가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슈퍼스타K 2>에 일정 수준이상으로 열광하는 것은 꿈을 이루지 못한, 혹은 이룰 수 없는 대다수의 소시민들이 심한 몰입을 하는 탓이 아닐까 싶다.

 

물론 <슈퍼스타K 2>에는 많은 문제점이 존재한다. 톱 10을 뽑기로 하곤, 6명만 뽑곤 우르르 탈락시켰다가, 다시 6명을 추가 합격시키는 등의 행동은 스스로 심사의 공정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박진영-이승철-윤종신-엄정화 4인의 심사위원은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상업성)지라 공정성을 획득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4인의 심사위원 가운데, 우리 가요계의 산 역사인 하춘화는 커녕 이은미 같은 디바들이 참여하지 않은 것은 <슈퍼스타K 2>의 정체성이 ‘상업성’에 있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헌데 어제 MBC에서 가을개편에 ‘<슈퍼스타K>같은 프로를 만들겠다’라는 소식은 희극아닌 희극이 되어버렸다. 공공성을 획득해야 될 공중파에서 상업성만을 내세우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슈퍼스타K 2>에선 분명 서인국 같은 스타가 다시 탄생할 것이다. 허나 서태지 같은 가수가 나올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잘 알려진 대로 서태지는 모방송국의 프로에 나왔다가 평점 7점이라는 최하점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모두 불편한 얼굴로 ‘악평’을 쏟아냈다.

 

그러나 서태지는 우리나라 가요역사를 바꿔 놓았다. 심사위원은 ‘타성’에 젖어있기 쉽다. 자신이 남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슈퍼스타K 2>도, MBC도 그런 우를 범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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