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사이야기

손해 보는 살사강습 왜 해요?

朱雀 2010. 10. 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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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최근 가입한 살사 까페 ‘더 살사’에서 이번에 초급 2기를 모집한다. 근데 포스터를 보면 알겠지만, 고작 강습료가 2만원 밖에 되질 않는다. 과정은 7주 과정이다. 이 7주 동안 살사를 즐길 수 있는 기초적인 동작 등을 알려주는 것도 부족해, 수업이 끝날 때쯤엔 발표회를 할 수 있는 안무수업까지 나간다.

 

한번이라도 춤으로 발표회를 본 이들은 알겠지만, 아무리 초급이라도 발표회 안무는 만만한 게 아니다. 특히 요즘 트렌드는 초급 발표회도 다채롭고 역동적인 동작과 아크로바틱을 간간히 집어넣어 매우 볼만하게 꾸며진다.-살사를 모르는 발표회자들 지인들이 보기에- 따라서 전혀 살사를 출줄 몰랐던 사람들을 데리고 그 정도 경지에 올린다는 것은 강사에게 매우 어려운 과제다.

 

그런데 고작 2만원이라니. 거기에는 장소대여비와 강습생들이 안무를 따라오지 못했을 때는 최소한 2-3번이상은 더 나가서 봐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고와 기회비용까지 포함되어 있다. 살사를 배운 초창기엔 그런 관행을 이해할 수 없어서 물어보았다. 그때 내가 몸담던 동호회의 대표시삽은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살사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에게 부담없이 다가가려고. 처음 배우는데 비싸면 배우겠니?”

 

“그렇지만 처음부터 살사를 그렇게 저렴한 가격에 배우면, 그 다음 레벨의 강습도 제값주고 배우겠어요? 그런 식의 저렴한 강습비는 살사계를 옥죄는 사슬이 될 겁니다.”

 

“네 말이 맞는데, 그래도 어떡하겠니? 현실적으로 이제 막 살사를 접한 이들에게 강습비 10만원 이상 요구하면 하겠니?”

 

당시의 대화는 이런 수준에서 내렸다. 우린 각자 만족스러운 답변을 하지 못한채 헤어졌다. 잠시 이야기를 돌려서, 이번에 ‘더 살사’ 초급 강사로 나선 사라샘은 나와 잘 아는 사이다.

 

열정적으로 ‘더 살사’ 1기 회원들에게 강습을 펼치고 있는 프로 강사 사라샘. 이런 전문 강사가 생계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국내 살사계의 상황은 위태롭기 짝이 없다. 살사인의 한 사람으로써 안타깝기 그지 없을 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전에 활동하던 동호회에서 서로 알고 지낸 사이다. 원래 사라샘은 무용전공자도 관련 일을 했던 사람도 아니다. 그저 우연히 살사를 취미삼아 배우기 위해 왔다가 너무나 매혹되어, 원래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살사인 아카데미 전문인반을 수료하고 여태까지 살사를 위해 매진한 스타일이다.

 

처음 누나가 살사를 배울 시기, 놀렸던 기억이 난다. 그때 이런 저런 말장난을 하다가 살짝 삐쳐서 ‘누나. 그런 식으로 나오면 앞으로 홀딩 안해준다’라고 말뿐인 경고를 했다. 당시 누나는 ‘에고. 지금은 홀딩 못하면 내 손해니 어쩔 수 없구나. 하지만 나중엔 네가 나한테 홀딩신청하기 어렵게 만들겠다’라고 응수했다.

 

살사를 배운지 얼마 안 된 누나로선 살사를 어느 정도 출줄 아는 남자와의 홀딩한번이 아쉬웠고, 당시 살사를 조금 출줄 알던 나로선 그게 하나의 ‘무기’였던 셈이다. 물론 결과적으로 지금은 사라샘은 내가 이제 홀딩신청을 하기 부담스러울 정도의 실력을 갖춘 프로 강사가 되어버렸다.

 

여자가 남자보다 살사 실력이 빨리 느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누나는 그중에서도 제일 빨랐다. 개인적으로 살사인 아카데미를 수료한 전문인들을 옆에서 봐왔지만 누나처럼 강습도 잘하고 공연도 잘하고 프리댄스도 괜찮은 그야말로 ‘3박자’를 고루 갖춘 프로 강사는 아마 ‘살사인 아카데미’에서 전문인반이 생긴 이래 최초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누나는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선 경제적인 부분이다. 현재 국내 살사계는 작년을 기점으로 사람이 줄고 있다. 따라서 강습수요가 적다. 몇몇 큰 동호회와 아카데미를 빼놓고는 잠정휴업이나 폐업에 들어간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살사가 아닌 다른 일을 할 때의 곤란함이다. 종종 누나가 ‘살사를 관두고 다른 일을 할까?’라는 고민을 토로할 때가 있다. 아마 지금 살사계에 종사하는 이들 중엔 누나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살사가 너무나 좋아 기존에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힘들고 벅차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살사를 즐기고 가르치며 지낼 수 있다는 사실에 버텨왔는데, 지금처럼 곤란한 상황에선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는 이들이 많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지금 살사에 대해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 이들은 그런 국내 살사계의 ‘사라샘’같은 이들 때문인 것도 있다.

 



 

프로필에서 알 수 있지만, 사라샘의 경력은 훌륭하기 짝이 없다. 나는 이런 유능하고 살사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찬 전문 강사들이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현 상황이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내가 오늘 이 글을 쓰는 가장 큰 이유다.



내가 쓰는 살사관련 글로 인해 조금이나마 살사가 알려지고, 사람들이 살사를 배우기 위해 찾아가서, 살사의 매력에 대해 알게 되고, 살사 종사자들이 최소한의 밥벌이는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적는다.

 

살사강습은 ‘남는 게 없는 장사다’. 우리나라 살사강습비는 회당 1.5만원에서 2만원을 넘어가지 못하는 수준이다. 현실적으로 강습실이 미어터질 정도로 인원이 몰리지 않고서는 흔히 말하는 ‘밥벌이’ 수준이 되질 못한다. 그럼에도 강사들이 몇 명 안되는 강습생들을 데리고 열정적인 강습을 하는 것은 그저 살사가 너무나 좋고, 그 매력을 다른 이들에게 알리고 싶은 순수한 열정인 탓이다. 그런 이들의 열정과 사정은 늘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마치 멜로디만 들으면 즐겁기 없지만, 가사 내용을 들어보면 가슴이 미어지게 아픈 살사 노래 가사들처럼 말이다. 언제쯤 사라샘 같은 이들이 손해 보는 살사강습을 안하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아니, 언제쯤 그 손해 보는 장사라도 마음껏 웃으며 즐겁게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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