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현장취재-인터뷰

하상백 디자이너의 패션쇼에 다녀오다!

朱雀 2010. 10. 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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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하상백 디자이너의 패션쇼 ‘S/S 콜렉션’에 다녀오게 되었다. 토요일 밤 10시부터 시작인 탓에 9시가 채 못되어 홍대근처 도착했다. 원래 예정 시간보다 이른 저녁 9시에 도착한 이유는 하상백 디자이너의 ‘POPOPOP 전시회’가 KT&G 상상마당 1층에서 있는 탓이었다.

 

KT&G 상상마당 1층에서 나를 반긴 그의 작품들은 귀엽고 친숙하면서 한편으론 난해했다. 그가 즐겨 쓰는 성기를 상징하는 이미지, 도발적이고 독특한 이미지들은 마치 팝아트를 보는 기분이었다.

 

전시된 작품들을 찬찬히 둘러보는 데, 다른 한편에선 수십명의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가보니, 그곳엔 하상백 디자이너가 있었다. 몰려든 사람들에게 술(?)같은 걸 나눠주면서 그는 예의 ‘너 어려보이는데, 민증 내놔봐’라는 멘트를 늘어놓고 있었다.

 

그의 트위터를 통해 종종 본 이야기라 왠지 웃음이 났다. 전시회장을 대충 둘러본 나는 행사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당일 행사는 홍대입구역 근처 롯데시네마 지하에서 진행되었다. 행사장임을 알리는 것은 재밌게도 프린트된 종이들 뿐이었다.

 

거기에는 ‘Sleepless Rapunzel & the Funky Bunch'가 제목으로 박혀 있었다. 아직 패션쇼 시작전이라 행사장 안에는 스탭들만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곧이어 리허설이 시작되었고, 나는 급히 5DmarkII에 사진을 담았다.

 

패션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하상백 디자이너의 옷은 과감하고 자신감이 넘쳐흘러보였다. 하상백은 수식어가 많다. 그는 패션디자이너이자 아트 디렉터이며 케이블에서 인기 있는 방송인이다. 일 때문에 개인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쁜 그는 일을 즐긴다.

 

그에 대해 조사하면서 놀란 점은 그야말로 맨손에서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선 입지전적의 인물이란 사실이었다! 한때 그는 돈이 없어서 라면도 사치스러워 국수를 먹으면서 보낸 인물이었다. 그렇게 어려운 시절을 보내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은 그는 오늘날 젊은이들의 ‘아이콘’으로 그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되어졌다.

 

패션모델들의 당당한 워킹은 어딘가에서 멈춰섰다가 다시 돌아왔다. 뒤늦게 그곳은 국내 최고의 패션포토그래퍼인 김지양이 화보촬영장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하상백 콜렉션에선 단순히 패션쇼만 보는 게 아니라,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모델들의 화보촬영 현장을 공개하고, 그것도 부족해서 프로젝터를 통해 행사장에서 찍은 사진을 ‘라이브’로 보여주었다.

 

패션쇼 리허설을 구경하고 행사장을 보니 ‘비타민 워터’와 ‘앱솔루트 보드카’, ‘호가든’ 등의 낯익은 상표들을 볼 수 있었다. 깜빡 잊고 물을 사가지 않아, 얻어 마실 요량으로 물어보니 ‘패션쇼가 끝난 후에 나눠준단다’. 패션쇼는 11시에 시작예정인데, 그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렇게 조금 한숨을 쉬는 사이, ‘연예인이 옵니다’라는 소식에 부리나케 쫓아갔다. 거기엔 ‘샤크라’출신의 가수이자 방송인인 황보가 있었다. 그녀를 카메라에 담고 가려고 하니, 이번엔 <도망자>에서 활약중인 윤진서가 도착했다. 다시 그녀를 5DmarkII에 담으면서 새삼 ‘예쁘다’라는 생각을 했다.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밖에서 ‘하상백쇼’를 기다리던 이들이 대거 우르르 들어왔고, ‘어어어’하는 사이에 패션쇼가 진행되는 곳인 엄청난 인파로 인해 입추의 여지마저 없어지게 되어 버렸다. 안간힘을 쓰고 구경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건질 수 있는 것은 모델이 아니라 오히려 구경하는 인파들 뿐이라 사진을 포기하고 말았다.

 

패션쇼가 끝나자 행사장은 모인 젊은이들을 위한 거대한 댄스장으로 변했다. 사람들은 함께 온 일행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심지어 담배를 피기까지 했다. 처음엔 멋도 모르고 ‘저런 몰지각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했다. 그러다가 조금 있다 생각났다!

 

이곳은 패션쇼가 끝나면 거대한 놀이장이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개인적으로 담배를 피우지 않아 좋아하진 않지만, 모두가 술을 마시고 자유롭게 담배를 피우면서 즐기는 모양새가 나뻐보이진 않았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많은 이들의 손에 잡고 있는 담배가 다비도프라는 사실이었다! '다비도프'란 브랜드에서 커피만 나온다고 알고 있던 나로선 흥미로웠다. 아울러 레드계열의 심플하면서 세련된 느낌의 디자인은 패션쇼에 찾아온 이들이 찾을만한 디자인이라고 여겨질 정도였다.

 




하상백 디자이너의 패션쇼에겐 나에겐 또 다른 세상을 만난 느낌이었다. 트위터를 통해 ‘주민등록증만 지참하면 누구나 올 수 있다’고 외친 그는 패션쇼가 단순히 디자이너의 옷만이 아니라 모두가 놀고 즐길 수 있는 장이 되길 원했다.

 

실제로 행사장에선 호가든 맥주와 앱솔루트 보드카 부스에서 술을 제공하고 마음껏 마시게 하고, 많은 이들이 다비도프 처럼 고급스런 느낌의 담배를  맘껏 피우면서 ‘일탈’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비흡연자라 담배연기를 싫어하지만, 종종 애연가들이 ‘피울 곳이 없다’면서 하소연하는 것을 익히 봐온 터라, 이런 곳에서나마 마음껏 술과 담배를 하는 그들의 모습이 이해와 공감이 되었고, 그런 장소를 제공한 하상백 디자이너의 마음씀씀이가 엿보였다.

 

이번 하상백 디자이너의 행사는 나에게 그의 패션관과 세계관 그리고 인간관을 엿볼 수 있는 하나의 장이었다. 앞으로 나의 세계에만 갇혀 있지 말고, 이런 장소를 좀 더 찾아다니며 '내 안의 선입견과 편견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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