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21세기 한국은 중세 유럽으로 회귀중?

朱雀 2010. 11.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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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얼마 전 배추값이 2만원 가까이 폭등하던 시기, 나는 내 귀를 의심하는 뉴스를 들었다. 그건 ‘비싼 배추 대신 양배추 먹어라’ ‘사실상 대책 없습니다’라는 식의 정부의 대응 때문이었다.

 

배추값이 폭등하던 시기, 서민들은 배추대신 무로 김치를 담거나, 아직 값이 싼 포장 김치를 찾아야만 했다. 누군가는 포장 김치가 오르기 전의 가격으로 사서 ‘횡재했다’는 식으로 뉴스가 나왔고, 누군가는 제값(?)을 주고 사며 슬퍼했다.

 

배추값이 폭등을 하자 갖가지 원인분석이 쏟아져 나왔다. 거기에는 중간상인에 대한 비난도 있었고, 4대강 사업 이야기도 있었으며, 그 어느 해보다 잦았던 집중폭우 이야기도 있었다.

 

방송에선 서민들을 위한 대책이라며 집에서 직접 배추를 비롯한 채소를 키워먹는 것을 소개해주기까지 했다. 그런 소식을 접하면서 나도 모르게 ‘장원제네’라는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SEOUL, SOUTH KOREA - NOVEMBER 20:  South Korean housewives, among more than two thousand who gathered for an event sponsored by state officials to help the needy, make 'kimchi', the traditional pungent vegetable dish on the grounds in front of Seoul City Hall on November 20 in Seoul, South Korea. The Kimchi is a traditional Korean dish of fermented vegetables, usually mixed with chilli. It is commonly eaten with rice or as a accompaniment dish to a main meal.  (Photo by Chung Sung-Jun/Getty Images


우리가 봉건제도로 인해 알고 있는 장원제는 서양의 경우 중세시대가 처음이 아니다. 4세기 멸망에 가까워진 로마는 이민족의 잦은 침입과 국력 쇠퇴로 인해, 예전처럼 밀을 비롯한 식량이 도로를 통해 외부에서 들어오지 못하게 된다.

 

그러자 이전까진 소일거리로 자신의 대지에서 올리브 등을 수확하던 귀족과 대지주들은 자급자족을 위해 밀을 비롯한 여러 농산물을 키우고 수확해서 먹게 된다. 여기에 갖은 수탈로 인해 자영농에서 농노가 되는 로마인들까지 끼어든다. 즉, 로마의 국력쇠퇴로 인해 로마는 세금을 낼 자영농이 급격히 감소하여 국력은 더욱 쇠퇴하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귀족들은 영토를 개간하고 직접 군사를 키우는 등의 악순환이 반복되게 된 것이다.

 

물론 귀족쯤 되면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 명의 자경단을 꾸릴 수 있게 된다. 이 정도 규모면 산적떼쯤은 물리칠 수 있다. 그러나 떼를 지어오는 서고트니 동고트니 하는 이민족의 침입은 막을 수 없게 된다. 자급자족의 경제체계는 이후 중세에 영향을 끼쳐, 다른 지방과 교류 없이 폐쇄적인 사회로 진입하게 되는 결과로까지 이어진다. -이러한 긴 잠은 이후 르네상스가 오기까지 무려 천년 가까이 유지된다-

 

국가가 왜 존재하는가? 개인이나 단체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혹자는 쌀과 같은 주식이 아니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하지만, 나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김치는 초창기엔 어땠을지 몰라도, 오늘날 서민이 그나마 저렴한 값에 채소를 먹을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다. 야채가 몸에 좋은 것은 알지만, ‘고기로 상추를 싸먹는 시대’인 오늘날엔 야채와 과일을 사먹는 것이 부의 또 다른 상징이 되었다. 따라서 김치를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라면을 맛있기 먹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 우리가 사람답게 살기 위한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시스템적으로 배추를 비롯한 농산물을 너무 비싼 가격에 사먹을 수 밖에 없자, 기를 생각을 하게 된다. 혹자는 몇몇이 뭉쳐 직접 산지와 계약을 맺고 유기농 농산물을 사먹는다. 물론 이는 훌륭한 대체수단일 수 있다. 그러나 국민 모두가 그렇게 할 수는 없다!

 

모두가 질 좋은 농산물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사먹을 수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가 아닐까? 이념이니 어려운 경제를 뛰어넘어서 서민이 먹는 김치 하나가 잊을 만 하면 파동을 일으키는 이 상황을 나는 몹시 유감스럽다!

 

배추값이 오르자 양배추와 무값이 폭등하고, 마땅한 대안이 없어 ‘직접 키우세요’라는 말까지 방송에 공공연히 나올 정도의 상황에 이른 우리의 상황은 몹시 불행하다!

 

일찍이 로마 제국의 초대 황제가 된 아우구스투스는 ‘식량과 안보’를 제국을 유지시키는 최우선 과제로 보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평생의 과제로 여겼다. ‘현제’로 이름난 로마의 역대 황제들 역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로마 제국이 천년이 넘게 갈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초대황제의 유훈을 잊지 않은 탓이었다.

 

전제군주 시대에는 흔히 백성은 무시한 채, 세금만 걷고, 대규모 강제노역을 시키는 경우로 왕왕 오해된다. 그러나 그런 왕조는 오랜 시간 지속될 수 없다. 백성이 참지 않기 때문이다. 몇 백년에 이르는 전제왕정이 지속된 것은 최소한 백성을 ‘위하는 척’이라도 했기 때문이다. ‘왕도정치’라는 이름으로.

 

게다가 현대는 왕조가 아니라 민주주의 시대다! 비록 시장경제라고 해도 그것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어야지만 인정해준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백성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혼자만 이익을 본다면 국가가 나서서 처리하고 이런 사태를 해결해야만 한다. -중국산 배추를 대량수입하는 ‘언발에 오줌 누기’식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 말이다-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인 마리 앙투와네트는 ‘빵을 달라’는 시민들의 외침에 ‘빵 대신 고기를 먹으면 되잖아?’라고 말했다가, 프랑스 혁명을 일으키게 되는 주요한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날 누군가는 반드시 기억해야 될 역사적 교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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