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소셜 커머스는 현대판 봉이 김선달?

朱雀 2010. 11.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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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 맛있다고 소문 내줄테니 100만원만 주세요.”

당신은 오늘 파스타 전문점을 냈다. 무려 2억원을 들여 가게를 차렸고, 최고급 호텔 쉐프도 어렵게 초빙했다. 야심차게 출발한 개업 첫날, 이런 사람이 찾아온다면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십중팔구는 쫓아내고 소금을 뿌리면서 ‘재수 옴 붙었네'라고 하지 않을까?

 

아마 위와 같은 일을 겪는다면 매우 황당하게 여겨질 것이다. 내 눈엔 소셜 커머스 역시 어떤 면에선 위 사례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여겨진다.

 

국내에서 티켓몬스터로 대표되는 ‘소셜 커머스’는 약 50% 할인된 서비스 상품을 내놓고, 이것을 방문자(네티즌)들이 일정 수량 구입하면 판매되는 형식이다. 언뜻 보면 소셜 커머스 업체에게 위탁하는 업체는 하루 몇십만명에 이르는 네티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알려지니 좋고, 소셜 커머스 업체는 중간에서 물건을 팔아 이득을 챙기니 좋고, 소비자는 반값 할인된 제품을 사는 그야말로 누이좋고 매부 좋은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여기선 한 가지 중대한 오류가 발생한다. 소셜 커머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이전까지의 단순한 소비자와 다르다는 점이다!

 

소셜 커머스는 말 그래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위에 기반한다. 즉 아무리 대단한 소셜 커머스 업체라고 할지라도 수 많은 블로거들이 해당 상품을 써보고 올려준 사용기와 업체에 올라온 상품에 대한 소식 등을 트위터 등으로 RT해주는 네티즌이 없다면 사업을 성립할 수 없다. 여기서 커다란 모순이 발생한다!

 

바로 소셜 커머스 업체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컨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며 심지어 최종 소비자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소셜 커머스 업체는 이에 대한 댓가를 고린 동전 한잎 지불하지 않는다. 좀 더 세세하게 살펴볼까?

 

예를 들어 어떤 소셜 커머스 업체에서 ‘파스타 전문점’을 소개한다고 치자! 분명 해당 사이트의 페이지는 상품 소개가 되어 있다. 그러나 더 많은 평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다음 검색 등을 이용해 찾아볼 것이다.

 

검색을 통해 올라온 해당 블로거들의 포스팅은 그들 각자가 자신의 시간과 공을 들여 적어놓은 결과물들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검색 결과’로 도출된 것이기에 거기엔 그 어떤 댓가가 한푼도 지불되지 않는다. 해당 블로거 입장에선 자신도 모르게 상품 판매에 도움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용 후기를 자신의 블로그 등에 적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해당 업체나 소셜 커머스 업체를 홍보해주게 된다-

 



-소셜커머스 업체를 모아온 다원데이 홈피


그뿐인가? 50%할인된 상품은 이미 지난번 포스팅(2010/11/07 - 소셜 커머스, 정말 반값일까?)에서도 언급했지만, 미끼 상품이자 기획 상품이지, 이미 ‘반값 제품’이 아니다! 그나마도 살 수 있는 인원은 기껏해야 몇 천명 수준이다. 국내 1위 업체인 티켓몬스터의 경우 하루 방문자만 2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물건을 사기 위해 왔던 이들 중에 극소수만이 상품을 구매하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물론 소셜 커머스 업체가 놀고 먹는 건 아니다. 그들은 제품을 선정하고 해당 정보를 가공하고, 트위터 등을 통해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그들이 하는 노력과 수십 혹은 수백만을 상회하는 이상의 네티즌이 하는 것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네티즌은 해당 상점의 제품을 자신의 돈을 내고 구입해 써보고 사용기를 올린다. 또한 소셜 커머스 업체에 50%할인된 제품이 나오면 자신의 블로그와 트위터 등을 이용해 타인에게 무차별적으로 알려준다. 심지어 50%할인된 제품을 직접 사기까지 한다. -이쯤되니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귀족이 챙긴 다'라는 서양속담이 왠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무언가 이상하지 않은가? 실제 행위 주최자는 네티즌인데, 이득은 소셜 커머스 업체는 챙기는 이 불합리한 구조가 말이다. 이쯤되면 대동강을 4천냥에 사대부에게 팔아치운 조선시대 봉이 김선달도 소셜 커머스 업체앞에선 두손 두발 다 들 것 같다.


물론 소셜 커머스 업체의 시대를 앞서 읽은 혜안이나 노력에 대해 폄하할 생각은 없다. 그들은 나름대로 플랜과 비전을 가지고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었고 성공했다.

 

그러나 여전히 남는 의문은 행위의 주최자가 철저하게 네티즌이기 때문이다. 원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각광을 받은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공중파와 잡지 매체 등의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에 지친 탓이 컸다.

 

신문과 잡지-방송등은 돈을 받고 업체들의 광고를 실어준다. 거기에는 제품의 결함은 교묘하게 숨기기 마련이다. 소셜 네트워크에선 비록 전문가는 아니지만 네티즌들이 자신들이 느낀 것들을 솔직하게 적었고, 이는 유명 전문가보다 옆집 순돌이의 경험담에 더 귀가 가는 우리의 정서에 잘 맞았다.

 



-소셜 커머스는 블로그와 트위터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전의 사업들과 많이 다르다!


물론 블로그와 트위터 세상에도 돈을 받고 광고성 글을 쓰는 이들이 나타나긴 했다. 그러나 그들은 개인이고 작은 집단이기 때문에, 읽는 이들이 자체적으로 거부하는 방법으로 필터링 할 수 있다. 허나 소셜 커머스는 다르다! 그들은 50% 할인이란 강력한 무기를 들었기에 수 많은 다수는 거기에 현혹되어 찾아오게끔 만들었다. 요즘처럼 지갑이 깃털처럼 가벼운 대다수 네티즌에게 이는 분명히 거부할 수 없는 악마적 유혹이다.

 

그러나 애초에 소셜 네트워크는 누군가의 상업적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 아니다! 그곳은 원래 네티즌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주고 받기위한 소소한 공간이었다. 허나 애초의 생각과 달리 너무나 많은 이들이 가입하고 파급력이 커지면서,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이들이 나타났다. 소셜 커머스는 그중 최근에 알려진 대표적인 사례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아이디어 하나로 그야말로 떼돈을 벌었다! 국내 소셜 커머스 1위 업체인 티켓 몬스터의 기업가치는 (인생역전을 시켜주는 로또를 상회하는) 무려600억원 정도로 평가된다. 물론 기업가치대로 수익을 얻진 않겠지만,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볼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행위 주최자인 다수의 네티즌은 무엇을 얻었는가? 반값할인된 서비스 상품? 이 시점에서 우리가 반드시 한번쯤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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