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당신에게 스마트폰은 꼭 필요할까?

朱雀 2010. 11.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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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개인적으로 신형 맥북 에어 11인치에 눈이 가서 환장할 지경이다. ‘애플’의 제품답게 얇고 스타일리시한 이 제품을 들고 다니면서 지하철이나 커피숍에서 쓴다면 뭇 사람들의 부러움 섞인 시선을 받을 것 같다. 한마디로 요새 유행하는 ‘차도남’의 대열에 낄 것만 같은 착각이 무럭무럭 자라난다. 게다가 129만원이란 가격표는 일반 넷북과 비교하면 여전히 비싸지만, ‘애플’의 노트북이 보통 2-3백 만원을 호가하는 탓에, 상대적으로 매우 저렴하게 느껴진다.

 

돌이켜보면, 신형 맥북 에어가 발표되기 전엔 갤럭시탭-아이패드-아이폰 4 순으로 갖고 싶은 충동을 무척이나 느꼈다. 그러나 깃털보다 가벼운 주머니 사정으로 인해 그저 침을 질질 흘리며 관련 정보를 찾아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노트북이 없는 게 아니다. 대만사의 제품을 올해 초에 구입했는데, 꽤 쓸만하다. 그러나 ‘무겁다’라는 핑계로 난 밖에 잘 들고 다니지 않으며, 어느새 먼지만이 뽀얗게 쌓여가고 있다. -덕분에 IT평론가 니자드님에게 매번 혼나고 있다. 비싼 돈 주고 산 노트북 제대로 쓰지 않는 ‘된장남’이라고-

 

비단 이건 나만의 상황은 아닐거라 본다. 주변 지인들을 보면 쓰지 않는 노트북이 보통 1-2대는 굴러다니고, 유행지난 MP3 플레이어가 책상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한때 인터넷을 달궜던 (어느 네티즌이 절묘하게 만들어낸) 지름신 이미지. (원작이) 누구의 작품이며, 어떤 내용의 작품인지 몹시 궁금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개개인에 대해 물고 넘어진다면, 충동구매를 못 이기고 ‘지름신’을 영접한 탓이다. 정말 자신의 필요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지 못하고 불합리한 소비생활을 한 것이니, 자아비판을 해야 마땅해 보인다.

 

그러나 이건 동시에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저술한 이래, 우린 ‘수요에 의해 공급이 결정된다’는 즉 ‘필요에 의해 공급이 생겨난다’는 식의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이를테면 핸드폰이 생겨난 것은 우리 사회의 요청에 의해 제조사가 만들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우리시대를 보면 ‘그런 믿음은 잘못된 게 아닐까?’라는 생각에 접어든다. 기업은 끊임없이 재화를 생산해내고 이를 팔아서 이익을 얻어내야 하는 존재다. 오늘날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무언가를 계속해서 생산해내고, 이를 판매함으로써 ‘성장’하는 방식이다. 즉.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 같은 경우엔 더더군다나 많은 제품을 (해마다 생산량을 늘려서) 팔아야 한다는 점이다.

 

내가 갖고 싶어하는 맥북 에어로 돌아가보자. 사실 나는 현재 작업하는데 집에서 쓰는 데스크탑과 (잘 쓰진 않지만) 노트북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나는 맥북 에어를 갖고 싶다. 이건 애플의 디자인이 멋진 이유도 있겠지만, 애플에서 마케팅을 잘한 탓이기도 하다. 여기에 유행처럼 여러 사람들이 애플 제품을 가지고 다니면서 활개치는 모습에서 그런 충동에 더욱 불을 붙인다.

 

비슷한 이유로 현재 나는 스마트폰에 대한 강렬한 구매욕구를 느끼고 있다. 아마 늦어도 내년초 쯤에는 안드로이드폰이건 아이폰이건 하나를 장만하게 될 것이다. 그건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일까? 전화를 거는 것으론 기존의 휴대폰으로 충분하다. 물론 앱스토어에서 각종 어플을 다운받아 재밌게 가지고 놀거나 내 생활이 편리해질 수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이야기다.

 

통신시장만 놓고 생각해보자! 처음엔 삐삐가 있었다. 번호만 찍히는 삐삐는 우리 생활에 자리를 잡았고 어느새 일상사가 되자, 이번엔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는 핸드폰이 출시했다. 다시 그것이 일반화되자, 디스플레이가 있는 핸드폰이 나오더니, 나날이 발전해 오늘날엔 인터넷까지 가능하고, 실시간 화상통화가 가능한 스마트폰 시대까지 왔다.

 

스마트폰은 분명히 편리하다. 그러나 사실 컴퓨터로 다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아니! 컴퓨터로 더 편리하게 쾌적하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린 고작 몇 시간도 안되는 이동시간과 여가시간에 쓰기 위해 컴퓨터보다 비싼 스마트폰을 구입한다. 이건 누굴 위한 것인가? 나를 위한 것인가?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회사를 위한 것인가?

 

현재 우리가 누리는 문명의 이기들은 대다수가 ‘꼭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야 하고, 계속해서 성장해가야 하는 경제구조에 의해 새롭게 탄생되는 것이다.

 

누구라고 딱히 지목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를 세상의 강요에 의해 나는 스마트폰을 조만간 사게 될 것이다. 모두가 가져서 못 가진 이가 왠지 시대에 뒤떨어지고, 심지어 열등해보이기 까지 하는 상황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 오면 나는 내 자신이 생각보다 그다지 이성적 사고를 하지 못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러면서 ‘세상과 참 타협을 잘하고 있다’고 자조하게 된다.

 

당신은 어떤가? 당신에게 정말 지금 쓰고 있는 스마트폰이 정말 반드시 필요한 물건인가? 혹시 당신은 그것이 정말 필요한 물건이라고 착각하고 사는 건 아닐까?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우리에게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문제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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