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블로그는 메이저 언론이 될 수 없다!

朱雀 2010. 12. 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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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자주 찾아가는 무터킨더님의 블로그에 ‘블로그는 대안언론이 아닌 메이저가 되어야’라는 글이 올라왔다. 개인적으로 매우 고민하던 문제라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다. 늘 그렇지만 무더킨더님의 탁견엔 공감과 추천을 아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동시에 지난 시간 동안 현장에서 느낀 생각과 분위기 때문에 나름 (현실적인 부분에서) 반론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어 몇자 적어보려 한다.

 

무터킨더님의 지적대로, 오늘날 언론은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미 종미매체는 인터넷매체에 밀려 그 어느 때보다 위기다. 무엇보다 인터넷 기사는 무료이기 때문에, 구독료를 내고 종이신문을 보는 이들이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발행부수가 줄고, 발행부수가 주니 광고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런 조짐은 이미 미국의 유명 언론인 트리뷴과 LA타임스 등이 작년 파산보호신청을 하면서 본격화되고 있다.-물론 현재 국내에도 수 많은 잡지들이 폐간했거나 판매부진으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당연히 사람들은 유명 블로그를 비롯한 인터넷 언론들을 대표적인 ‘대안’으로 보고 있다. 나 역시 작년부터 그런 생각을 가져왔고, 국내에선 어떤 식으로 움직임이 가시화될지 싶어서 정보도 찾아보고, 나름 여기저기 기웃거려 봤다. 일단 현재까지의 결론은 ‘메이저는 거의 불가능하고, 대안만 되어도 다행’이다.

 

왜 이런 결론에 이르렀냐고? 우선 블로그를 생각해보자! 오늘날 블로그를 운영하는 대다수 블로거들은 혼자서 한다. 이들은 좋게 말해서 ‘개성이 강하고’, 나쁘게 말해서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너무 강하다.

 

이것은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는데, 우선 국내 인터넷 시장은 매우 협소하다는데 있다. 영어 언어권 네티즌은 약 10억, 한글 언어권 네티즌은 약 3천5백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엔 유명 블로그의 경우엔 한달에 약 200만명 이상 오는 인기 블로거들이 존재하고, 그들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충분히 의견을 피력하고 막대한 수입(원화로 환산할 경우 억 단뒤)을 벌어들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는 시장이 협소한 관계로 개인 블로거가 이런 호사를 맛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국내 블로거들은 뭉쳐야할 가능성이 여기서부터 대두된다.

 

그런데 너무나 서로 다른 블로거의 성향은 여기서부터 불협화음을 일으킨다. 블로거의 세계에선 수평적인 관계지만, 일단 세 명 이상이 모여 팀블로그 형태로 글을 송고하려면 ‘편집’과정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 -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 수직적인 관계가 형성될 수 밖에 없다-

 

아직까지 블로그는 ‘글쓰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태다. 미래에는 동영상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겠으나, 현재로선 글이 가장 중요한 표현수단이라는데 모두 동의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대다수의 블로거들은 작문실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기본적인 맞춤법조차 틀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누군가가 그의 글을 고치는 작업이 필수인데, 이럴 경우 본인이 견디질 못한다. 글의 논조나 주장이 확실하지 않고 문장이 부족해서 다듬는 것인데, 마치 ‘인격모독’이라도 당하는 양 화를 내기 일쑤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이기에 견디지 못하는 것이리라- 

 

이럴 경우 대안으로 ‘그냥 블로그의 글을 쭈욱 모아서 보여줘도 되지 않냐?’ 싶지만, 이럴 경우 대안언론 수준에 가기도 어렵다. 언론이란 기본적으로 ‘논조’라는 게 존재한다. 데스크를 보는 편집장이 존재하는 이유는, 단순히 문장을 뜯어고치는 수준이 아니라, 그 언론사의 목표와 기획의도 등에 맞게 글을 맞추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이런 게 어느 정도 전제되어야만 신문매체가 되었든, 인터넷매체가 되었든 한 목소리를 내면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문제는 더 심각하다. 바로 ‘경제적’ 부분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블로거가 자신의 블로그에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선 시간과 노력이 더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이럴 경우 ‘일정 수준의 금전적 보상’이 따르지 않으면 매우 곤란해진다. 필자의 예를 들자면, 하루 한 개의 포스팅을 작성하기 위해 최소 보통 다섯 시간 이상이 소비된다.

 

물론 글 쓰는 시간만 따지면 한두 시간 정도에 불과하지만, 자료조사하고 구상하고, 다시 퇴고하는 전체의 과정을 놓고 보면 거의 깨어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을 소비할 경우가 많다. 아마 많은 분들이 비슷하거나 이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물론 회사를 다니면서 틈틈이 작성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의 수를 따지더라도, 포스팅이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노동이란 사실엔 여전히 변함이 없다. 당연히 일정 수준의 생계나 생활이 유지되지 않거나, 블로거가 생각하기에 적당한 보상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의욕저하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블로그도 땅파서 유지되는 건 아니니까-.

 

여러 명이 뭉쳐서 대안언론 식으로 팀블로그 혹은 인터넷 언론사를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자! 처음에는 의무감이나 대의명분으로 포스팅 할 수 있지만, 계속해서 적당한 경제적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의욕을 잃고 글쓰기를 포기하는 사태가 생겨날 수 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대안언론을 말하면서 주도적인 활동을 하는 이들을 보면, ‘기자'출신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대의명분에는 강하지만, 안타깝게도 경영이나 마케팅 같은 부분에선 무지하거나 무능력한 경우가 대다수다. 인간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존재지만, 동시에 발은 땅에 디뎌야만 하는 존재다. 따라서 이상도 좋고 대의명분도 좋지만,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물론 무터킨더님처럼 책도 내고 어느 정도 이름을 떨친 유명 블로거의 경우엔 기존 언론사 등에 원고를 넘겨 일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불과 전체 블로거 중에 몇십명(혹은 몇백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극소수만이 가능한 일이다. 그마저도 해당 언론사의 입장에 따라 문장을 잘라내고, 논조를 바꾸는 등의 과정이 동반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안타깝게도 대다수에겐(블로거들은) 그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잡지나 언론매체에 기고하는 것도 국내에선 상당 부분은 실력보다 연줄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이는 전적으로 글쓰는 이들은 넘쳐나는데 매체가 적은 탓이다).

 

따라서 기존의 제도권에서 벗어난 단체나 인터넷 언론 등이 등장하지 않는 한-그래야만 연줄이 아니라 블로거의 실력으로 글을 기고할 수 있기에-, 블로그가 메이저가 되는 세상이 도래하긴 지극히 어렵다. 또한 그런 매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은 서로간의 의견차이로 격렬하게 싸우고, 그걸 극복해도 현실의 수 많은 장벽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결론적으로. 블로그가 대안언론이 되어야 한다는 대의명분에는 찬성하고 그렇게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런 가능성은 불과 채 1%도 되지 않는다고 본다. 블로그가 대안 언론이 되길 바라는 분들은 이런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한번쯤 고민해 봐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문제점을 뛰어넘는 '능력자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 또한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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