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21세기 초강대국?!

중국의 미래에 대한 편견과 오판들

朱雀 2011. 2. 11. 08:22
728x90
반응형



최근 중국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관련서적들을 찾아서 읽다보니 심각한 오류를 제법 발견하게 된다. 나 같은 초보자도 쉽게 문제를 찾는 걸로 봐서는,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이 첫 번째 이유는 중국의 미래에 대해 비관론이나 낙관론을 확실히 세워야 책이 잘 팔리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어떤 양심적인 학자가 ‘중국이 20-30년 내로 패권국이 될지 안 될지 모르겠다’라고 솔직히 적는다면 그 책을 살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아마 중국의 미래를 두고 많은 저자들이 낙관론이나 비관론을 날카롭게 세우는 것이리라. 한 가지 재밌는 점은 중국의 양식 있는 학자들은 중국의 미래에 대해 지극히 어두운 전망을 내놓은 경우가 많은 데 비해, 서구유럽의 학자들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허나 이런 경우를 봐도 중국의 학자들은 서구유럽의 민주화와 복지 수준을 들어 중국의 현 상황을 비관한 경우가 많다. 역으로 서구유럽의 학자들은 일본을 넘어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마치 괴물이라도 보듯이 두려움에 벌벌 떠는 모양새다. 그런 탓인지, 최근엔 역으로 중국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학자나 집단이 많아졌다.

 

대표적인 예로는 <중국이라는 거짓말>의 기 소르망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기 소르망은 중국에서 1년간 직접 살아보면서 농부와 반체제 인사, 공산당 간부 등등 사회 각계 각층의 사람들을 만나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실체를 보여주기 위해 애쓴다.

 

그 와중에서 중국의 심각한 부패와 모순이 드러난다. 모든 토지의 주인은 국가인데, 실질적으로 각 성을 다스리는 공산당 간부가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농민의 땅을 빼앗고 한 푼의 보상도 없이 주거지에서 내쫓고, 매혈하던 농부들이 집단으로 에이즈에 감염되고, 서구에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조류독감’이 극심하는 가운데서도 이벤트성 투표가 실시되는 식으로 말이다.

 

물론 그런 중국의 경악할 만한 모습들은 최대한 객관적으로 서술되지만, 읽는 이로 하여금 ‘중국은 21세기 패권국가가 되어선 안돼!’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아니, 된다고 해도 적극적으로 막고 싶은 생각을 들게 만들 정도다. 그러나 기 소르망의 조국인 프랑스는 어땠는가? 1900년대 초반 영국과 더불어 가장 많은 식민지를 가졌고,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저개발국가를 착취하는 구조를 통해 국부를 이뤄냈다. 또한 프랑스혁명을 겪고도 국민은 많은 고통을 겪어야 했다.

 

물론 오늘날 프랑스는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는 민주국가이고, 국민들에게 복지제도가 나름 잘되어 있는 곳이지만, 외부의 눈으로 보았을 때는 중국 못지 않게 ‘부도덕한 국가’임엔 틀림이 없다. -프랑스 뿐이겠는가? 오늘날 이른바 선진국이라 불리는 국가치고 ‘구린 과거’를 갖지 않은 나라는 거의 없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 입장에선 프랑스의 역사에 대해 알게 된다면 ‘아니! 이런 나라가 어떻게 선진국이 된 거야? 세상 참 불공평하군’이라고 충분히 말할 수 있다.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의 저자 마틴 자크는 <가디언>지의 칼럼리스트로 활약하는 이답게 상당히 객관적이고 폭넓은 통찰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자신의 역량을 넘어서는 곳까지 기술하다보니 군데군데 치명적인 오류가 많다. 대표적인 부분 중에 하나가 ‘한국이 조만간 중국의 경제체제에 포함되어 뒤따르게 될 것이다’라는 식으로 기술한 부분이다.

 

중국과 일본의 관계에 대해선 항일전쟁과 난징대학살 등을 들어서, 중국과 일본은 서로 역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협력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포착했다. 그러나 왜 우리에 대해선 과거 역사만을 들어서 중국과 잘 협력하리라고 생각하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우리 역시 중국 못지 않게 역사적 사실에 많이 의존하는 국가다. 실현가능성은 많지 않지만, 우리가 만약 북한과 통일하고 ‘간도협약(1909년)’으로 중국에 넘어간 우리땅(간도)을 되찾겠다고 선언한다 해보자! 이럴 경우 동아시아의 판도는 몹시 복잡해진다. 이 정도가 되면 우리의 국력은 상당히 신장된 상태일 것이다. 중국의 부상을 두려워하는 미국과 일본은 우리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의 경우엔 연해주 문제 등이 있어서 가변적이지만, 중국의 상황에 따라 우리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이 경우 동아시아에서 중국은 패권국으로서 지위를 누리기 매우 어려워진다. 물론 이건 현재로선 매우 실현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다. 그렇다해도 마틴 자크의 예상대로 우리(대한민국)가 중국이 미국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우선 우리나라의 지도층은 철저한 친미-숭미주의자들이다. 이들은 ‘전지작전통제권’을 미국에게 ‘늦게 돌려달라’고 할 정도의 인사들이다. 물론 오늘날 대한민국의 대중교역량은 대미교역량을 넘어선 건 사실이며,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국가간의 문제는 단순히 경제만 가지고 논할 수는 없다. 중국이 북한의 편을 들어서 간섭하려 하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선 미국과 더욱 공고히 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다. 미국 역시 부상하는 중국과 맞서기 위해 한-미-일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동북공정을 비롯한 중국의 노력은 우리 민족에게 커다란 반발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이 통일될 때마다 침략을 받은 역사를 지닌 우리는 중국인들을 ‘떼놈’ ‘왕서방’ 등으로 부르며 좋지 않은 감정을 지니고 있다. -물론 일제강점기를 경험한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따라서 통일의 대상인 북한과의 미묘한 문제와 1945년 이후 절대적인 영향을 받은 미국에서 우린 자유롭기 어렵다. 그런 모든 상황에 무지한 마틴 자크의 진단을 ‘매우 잘못됐다’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최근 이런 문제점들을 보면서 새삼 최대한 여러 권의 책을 읽으며 서로 비교-분석해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오늘날처럼 한치 앞도 모를 만큼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나 학자들이 그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예측을 내놓는 것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비록 결과적으로 틀린다해 그건 나름대로 가치가 있는 것이다. 허나 독자의 입장에선 특정 책의 기술만을 보고 현 상황과 미래를 보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견해를 갖게 될 수 있기 때문에 몹시 주의가 필요한 대목이라 할 것이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