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좋은 소리란 무엇인가?

朱雀 2011. 4.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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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며칠 전으로 돌아간다. 필자는 그날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늘 가던 까페에 앉아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늘 듣던 음악소리가 민감한 내 귓가를 맴돌았다. 책읽기를 잠시 관두고 스피커를 보며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가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저음 영역이 강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한두곡은 저음이 강조되게 녹음했나?’하고 넘어갔지만, 세곡째부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계속해서 저음부가 돌출되어 있었다. ‘두웅하고 스피커 자체가 울릴 정도로 과장되어 음악재생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마도 까페점원이 저음강조하는 걸 음질을 좋게 듣는다라고 착각한 모양이었다. 흔히 음은 고음-중음-저음 혹은 고역-중역-저역대로 나뉜다.(양쪽 모두 같은 말이니 신경 쓸 것 없다) 사람들마다 조금 견해차는 있지만 고음은 1280Hz부터, 중음은 1600Hz-1280Hz, 저음은 160Hz이하로 나눈다. 좀 더 세심하게 각 파트를 다시 높은 고음, 중간 고음, 낮은 고음으로 세 부분으로 나누기도 하지만 여기선 그냥 넘어가자!

 

당연한 말이지만,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역대가 다르고, 그 영역이 강조되면 정확히 표현은 못하지만 음질이 좋다라고 말하기 쉽다. 한국사람의 경우 저음이 강조되는 걸 좋아하는데, 여기서 오디오의 비극이 시작된다.

 

차라리 중음이나 고역은 스피커에서 (상대적으로) 처리하기 쉬운데, 저음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왜냐고? 저음의 특성상 소리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변환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음악을 듣다가 저음만 담당하는 서브우퍼의 볼륨 스위치를 높이면, ‘두웅~’하고 통 자체가 울리면서 쿵쿵거리는 것은 소리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변한 탓이다.

 

그말은 음악재생에서 제일 중요한 조화가 깨져버린다는 말이다. 나도 오디오에 대해 잘 모르던 시절엔, 인켈 오디오를 사서, 그 당시 유행이던 (저음만 강조되는) 분리된 우퍼의 스위치를 끝까지 올려놓고 두웅거리는 소음을 들으며 좋다라고 오해했다. 당시 우리집을 찾아온 내 친구들도 엄지손가락을 들면서 최고를 연발했다.

 

20대 중반이 넘어서 우연히 오디오의 세상에 들어서 눈뜨게 되면서, ‘좋은 소리가 무엇인지 알고는 혼자 쥐구멍을 찾고 싶을 정도로 민망하게 되었다. 내가 좋다라고 생각했던 저음 강조가 사실은 과장이자 왜곡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디오의 가장 큰 기능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원음 재생이다! 원음 재생이란 쉽게 말해 녹음한 대상의 소리가 그대로 재현되는 것이다. 바이올린을 녹음했으면 바이올린 소리가, 기타를 녹음했으면 기타소리가 그대로 나와야 한다. 한데 오디오의 비극적인 숙명이란 아무리 억대의 고가 오디오 시스템이라 할지라도, 완벽한 원음 재생을 할 수가 없다. ? 녹음된 것을 재생하는 과정에서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왜곡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는 녹음 과정에서 생길 수도 있고, CD재생기를 넘어서 인티앰프를 건너 스피커에 도달하는 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각각의 앰프와 스피커는 제품의 특성상 특정 음역대가 (어느 정도) 약간은 강조되기 마련이다.

 

! 그럼 여기서 문제 하나 내겠다. 여기 오디오파일(오디오 마니아)이 있다. 그의 앞에는 두 개의 스피커가 있다. 하나의 스피커는 다소 건조한 음색을 표현하는데, 게다가 CD재생시 일정 이상의 음역대는 표현하질 못한다. 다른 하나의 스피커는 듣기에 좋을 뿐만 아니라, CD에 녹음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재생해낸다. 오디오파일은 둘 중에 어떤 오디오를 선택할까?

 

 

 

 

 

정답은 일정 음역대 이상은 표현되지 않는 스피커다. 가장 좋은 스피커는 CD에 재생된 모든 음역대를 들려주는 스피커다. 그러나 그런 스피커는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최대한 자신이 구입할 수 있는 스피커 가운데 정확하게 최대한 많이 표현할 수 있는 스피커를 찾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왜곡된 정보를 표현하는 스피커보다는, 조금 듣는 재미가 떨어지더라도 차라리 정보손실이 발생하는 스피커가 원음재생에 가까운 것이다. 왜냐면 최소한 음을 왜곡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좋은 소리에는 여러 가지 조건이 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왜곡을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 노래를 부른 가수가, 혹은 연주를 지휘한 지휘자가 의도하지 않은 것을 청중에게 들려주기 때문이다. 좋은 소리는 저음-중음-고음이 서로 잘 맞물려서 한쪽이 튀지 않아야 한다. 특히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저음을 잘 표현하는 우퍼스피커를 찾기란 쉽지 않다.

 

언제가 오디오 평론가끼리 격론이 벌어진 경우가 있었는데, ‘그래도 들어줄만한 제일 싼 우퍼 스피커는 무엇인가?’가 주제였다. 결국 몇 차례의 공방전 끝에 선정된 스피커는 REL사의 제품으로 기억된다. 당시 국내 시판가는 약 120만원 정도였다.

 

사실 오디오파일이 아니라면, 우퍼 스피커에 연연할 필요없다. 어차피 음악을 듣는 오디오파일들은 우퍼스피커를 따로 구입하지 않는다. 두 개의 스피커로 충분하니까.-어차피 스피커에선 약간의 저음은 나온다- 영화를 보는 홈시어터 마니아들이나 우퍼스피커를 따로 구입하고, 대충 그 가격대는 아무리 싸도 몇백만원을 호가한다. 이는 흔히 다른 5채널 스피커를 합한 가격과 맞먹거나 그 이상이다. -그만큼 저음 처리는 어렵다-

 

내가 처음 우퍼스피커에 큰 충격을 받은 것은 한 오디오 전문샵을 찾았을 때로 기억한다. 당시 몇 편의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보았는데, 우퍼의 매력에 흠뻑 빠지고 말았다. 골프공이 잔디위를 굴러가며 내는 소리, 헬리콥터의 프로펠러가 돌면서 나오는 바람이, 폭탄이 터지면서 지축을 울리는 굉음이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사실적으로 느껴졌다. 그 순간 내가 있는 곳은 오디오샵이 아니라, 영화 속 바로 그 현장이 되었다.

 

당연하지만 그 이후 집에 돌아와서 몇십만원대의 내 스피커를 치면서 넌 뭐야?’라고 울부짖던(?) 기억이 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람은 본능적으로 좋은 것을 안다. ‘난 막눈에 막귀야!’라고 자신만만해하는 이들도 내가 그 샵에 데려간 이훈엔, 하나같이 그전까지 아끼면서 듣던 오디오 시스템을 주먹으로 치면서 울부짖게 되었다.

 

따라서 나는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그런 비싼 오디오 시스템을 살 수 없다면- 평상시 듣는 볼륨보다 조금 작은 소리로 음악을 들으시라고. 우린 흔히 주변의 소음이나 좀더 소리가 명확하게 들린다는 이유 등으로 볼륨을 높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음을 왜곡하는 행위이지만, 무엇보다 당신의 귀를 망치는 행위다. 따라서 조금 주변의 소음이 들리더라도 작게 들어보라. 그럼 아마 이전까진 듣지 못했던 소리와 분위기를 듣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회가 된다면, 연주회와 콘서트장에 가는 것을 권하고 싶다. 언뜻 생각하면 오디오파일들은 집안에 앉아 자신이 엄청난 금액을 투입한 오디오를 재생하면서 시간을 보낼 것 같을 것이다. 틀렸다! 진정한 오디오파일은 연주회와 콘서트장에 뻔질나게 다닌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녹음된 것은 현장에서 공연되는 원음과 상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재현되는 가수의 노래와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레코딩된 음반은 절대 들려줄 수 없는 것을 들려주고, 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그런 관람은 당신의 메마른 감성에 촉촉한 비를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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