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십센치와 몽니의 라이브를 즐기다,‘엠넷 클럽 엠루트’

朱雀 2011. 3. 2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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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저녁 8, 새롭게 시작되는 엠넷의 클럽 엠루트녹화현장을 찾아 홍대근처에 위치한 클럽 500을 찾아갔다. ‘클럽 엠루트는 인디밴드를 초청해서 공연을 보여주는 방송이었다. 물론 모든 공연은 현장에선 라이브로 진행되기 때문에, 녹화현장에 온 관객들은 라이브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었다.

 

첫 방송엔 십센치몽니가 출연한다고 했는데, 라이브 클럽 500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며 새삼 두 밴드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십센치는 보컬과 권정열과 기타의 윤철종의 키가 십센티가 난다는 이유로 지어진 지은 이름이란다. 얼핏 들으면 욕설이 연상되기도 하는 이 그룹은, 그러나 정규 1집이 무려 2만장이나 팔리면서 장기하와 얼굴들이후로 가장 주목받는 인디밴드로 알려져 있었다.

 

그룹 십센치 (좌)권정열, (우)윤철종

그륩 몽니 (왼쪽부터) 정훈태, 공태우, 이인경, 김신의


해 떴을 때 작업, 해지면 퇴근하는 모던 록그룹 몽니는,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할 때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부리는 심술'이라는 뜻의 몽니를, ‘처음 들었을 때 예쁘고 귀여운 여자의 느낌때문에 그룹명으로 지었다는 독특한 그룹이었다. 3집까지 낸 몽니는 팬들의 지지를 열렬히 받고 있는 인기 밴드였다.

 

따라서 이제 막 시작하는 클럽 엠루트에서 두 그룹을 섭외해서 녹화를 진행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겠다. 수 많은 사람들을 뚫고(?) 도착한 클럽 500의 내부는 독특했다. 뭐랄까? <아라비아의 로랜스>에 나오는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도시에 들어간 느낌이랄까? 아니면 영화나 애니속 페르시아의 한 도시를 들어간 그런 느낌이 들었다.

 

모래를 이용해서 쌓은 듯한 성곽(?)과 그물망과 사막 거주민들이 손으로 직접 만든 듯한 느낌의 각종 공예품들은 서울 한복판에서 매우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런 광경에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첨단 방송장비와 디카와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신세대 젊은이들이 운집해 있는 광경은 묘한 대비와 함께 조화를 그려내고 있었다.

 

어설프게 십센치와 몽니에 대해 조사하고 갔지만, 평소 음악에 문외한인 필자는 누가 누군지도 모른채 한쪽 귀퉁이에서 가수들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테라스(?)쪽에서 대기하고 있는 이들을 보고 십센치 인가요?’라고 관계자에게 물었다. ‘! 저긴 몽니인데요’‘아고. 죄송합니다. 제가 이쪽엔 문외한이라서...’ 혼자 멋쩍어하며 셔터를 누르니 곱상하고 어딘가 연약한 이들이 잡혀 있었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4인조인 몽니와 2인조인 십센치가 각각 자리를 잡고 앉으면서 녹화는 시작되었다. 처음 무대를 연 것은 십센치였다 그게 아니고가 노래되는 동안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한 전율이 일어났다.

 

 

책상서랍을 비우다 니가 먹던 감기약을 보곤

환절기마다 아프던 니가 걱정돼서 운 게 아니고

선물 받았던 목도리 말라빠진 어깨에 두르고

늦은 밤 내내 못 자고 술이나 마시며 운 게 아니고

보일러가 고장 나서 울지

 

십센치의 그게 아니고

 

 

최근 방송에서 연이어 들려주는 댄스음악이 주지 못한 감흥이었다. 서정적인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찌질한 듯 싶은. 그러면서도 도시인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가사와 가슴을 치는 기타연주는 내 가슴을 향해 쿵쾅쿵쾅하며 두들겨댔다. 그것은 마치 이래도 아무런 느낌이 없냐?’라며 강하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무림고수의 포효 같았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를 부르는 김신의


그렇게 전율처럼 첫 경험
(?)이 지나가자, 이번엔 몽니의 김신의가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을 주겠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반주없이 불러댔다. 가성으로 불러대는 그의 노래는 십센치와는 다른 전율을 느끼게 했다. ‘이런 (노래) 실력이라면 충분히 여자를 꼬실 수 있겠다라고 청중들이 인정할 만큼, 그의 실력은 멋지기 그지 없었다.

 

이어서 들려준 망설이지마요는 잔잔하면서도 호소력 깊은 목소리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노래의 서정성이 도시인의 메마른 감성에 촉촉한 비를-너무나 진부하지만, 이렇게 밖에 표현이- 내렸다.

 

몽니의 <망설이지마요>


! 얼마나 이런 노래들을 듣고 싶었던가? 내가 모르는 세계가 고개를 돌리던 바로 손이 닿는 거리에 이런 보석같은 그룹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다음부터 시간은 마치 꿈결처럼 흘러갔다. 녹화가 마칠 때까지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의 입을 통해 마지막 곡입니다라는 소리를 들을 때에야 아쉬움에 나도 다른 이들처럼 앵콜을 몇 번이고 청해들었다. 앞으로 매주 수요일밤 엠넷에선 인디밴드들을 초청해서 그들의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란다.

 

330일 밤 12시를 첫 전파를 탈 엠넷의 클럽 엠루트가 계속해서 성공적으로 이어지길 빈다. 오늘날 홍대의 인디밴드들은 갈수록 입지가 작아지고 있다. 홍대의 땅값이 나날이 올라가서, 점차 홍대 주변에서 예술가들은 설자리를 잃어가는 것으로 안다.

 

인디 밴드들은 클럽을 전전하며 연주를 들려주는데, 아쉽게도 우리의 클럽문화는 지극히 한정적이고, 한계가 명확하다. 즐기는 인구가 너무 적다. 물론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선택하는 순간, 이들에겐 고생문이 활짝 열린다. 그래도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기 위해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무소의 뿔처럼 뚜벅뚜벅 걸어간다.

 

물론 성과도 있었다. ‘장기하와 얼굴들처럼 인디 밴드가 대중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대중들이 몇몇 기획사에 의해 양산되는 댄스음악 그룹에 질려있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MBC <음악여행 라라라>SBS <김정은의 초컬릿> 같은 공중파 음악 프로그램들마저 폐지될 정도로 대중은 획일적인 유행음악에서 조금 벗어난 음악을 들을 창구들이 줄어들고 있다. 방송계에선 전가의 보도인 시청률을 들어 이를 당연시 여기지만, 예술이 다양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퇴보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는 방송사 스스로 공영성을 포기한 사례라 할 것이다.

 

엠넷은 물론 공중파가 아니고 케이블 이기 때문에, 어떤 면에선 조금 자유롭다. 그러나 케이블사는 공중파보다 사정이 훨씬 열악하다. 따라서 시청률은 오히려 케이블에게 더욱 큰 무기이자 짐으로 다가온다. 시청률로 광고가 붙고 떨어지는 게 결정되는 케이블 시장에서 점점 선정성이 강화된 프로들이 나올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니 말이다.

 

그런데 다소 놀랍게도 엠넷에선 인디 밴드들이 맘놓고 공연하고, 그들의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공연장까지 찾아오는 약간의 수고를 지급한다면,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냈다.

 

첫회였던 탓일까? 예상외로 특별한 사회자 없이 십센치와 몽니가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진행하고, 노래를 들려주는 진행은 마치 정말 공연장에 온 착각을 일으킬 만큼 더욱 공연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실제 방송에서도 그런 느낌이 부디 생생하게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클럽 엠루트>를 보고 즐기면서, 이런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오늘날 <슈퍼스타 K>의 성공 이후, 공중파와 케이블을 막론하고 비슷한 방식의 오디션 프로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거기엔 기존의 음악인을 고려하는 방송은 없다.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신인과 중고신인들의 도전도 아름답지만, 언제나 묵묵하게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노력하는 가수와 음악인들이 설 자리가 보다 많이 보다 넉넉하게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 더욱 간절하다.

 

서로의 노래를 진지하게 청취해주고, 때론 연주도 도와주는 그들의 모습은 진실로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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