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독서의 즐거움

가디언이 취재한 줄리안 어산지의 모든 것, ‘위키리크스, 비밀의 종말’

朱雀 2011. 9. 13.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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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라고 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는가? 줄리안 어산지? 2007년 공개된 이라크에서 <로이터통신> 소속 현지기자와 주민들이 미군 헬기의 오인 공격으로 숨진 영상? 아프가니스칸 전쟁일지? 미국 국방부 외교일지? 아니면 스웨덴 여성들로 성폭행으로 재판을 받은 추악한 사내?

 

2006년 줄리안 어산지가 조직한 위키리크스가 지금처럼 유명해지고 세계적인 영향력을 끼치리라곤 줄리안 어산지 본인조차도 전혀 생각질 못했다고 한다. -물론 그는 금방 자신의 유명세를 즐기고, 그걸 이용하는 영리한 모양새를 보여줬지만-

 

가디언이 심층취재한 줄리안 어산지의 모든 것, <위키리크스, 비밀의 종말>’ (이하 ‘<위키리크스, 비밀의 종말>’)은 제목 그대로 줄리안 어산지와 함께 미국방부 외교일지를 비롯한 비밀정보를 폭로한 영국 <가디언>지의 기자들이, 줄리안 어산지와 위키리크스에 대해 심층취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의 시작은 줄리안 어산지와 그의 동료들이 영국의 한 저택에서 작업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재밌는 점은 줄리안 어산지가 여자로 변장을 하고 차로 이동하는 부분이다-책에서 밝혀지지만 그는 변장에 능하고, 자신의 신분을 위장하기 위해 자주 여장을 비롯하여 노인 등으로 분장하고 돌아다닐 때가 많다-

 



오바마의 미국은 과연 정의로운가? 오늘날 우리가 가장 많이 고민해봐야 될 대목이 아닐까 싶다!


<위키리크스, 비밀의 종말>는 어떤 의미에서 소설을 읽는 것과 같은 재미를 준다. ‘과연 세계최고의 언론사라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문장은 군더더기 없고 깔끔하면서도 유려하기 이를 데 없다.

 

이야기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폭로를 준비하고 있는 위키리크스팀의 이야기에서, 곧장 그 소스를 제공한 브래들리 매닝으로 이동한다. 줄리안 어산지에게 무려 100만건이 넘는 보고서를 넘겨준 그는, 군사정보분석가였다. 158cm48kg으로 상당히 왜소한 체격에 속한다. 그런 그가 정보분석가로 일선에서 활동했다는 사실은 얼마나 실력이 뛰어난지 알려주는 부분일 것이다.

 

그는 군인인 아버지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으며, 무엇보다 공공선을 실현하고자 했던 열망이 큰 인물이기도 했다. 동성애자인 탓에, 그것이 그를 공격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표적이 되기도 하지만, 그의 절친한 이들을 취재한 내용으로 봐선 그건 전적으로 부당한 공격에 지나지 않는다.

 

1급 기밀을 제외한 자신이 접할 수 있는 모든 비밀 정보를 줄리안 어산지에게 넘겨준 매닝은 아무런 고민 없이 쉽게 내준 것이 아니었다. 그는 처음에 시프르넷과 제이웍스에 접속해서 각종 기밀정보에 접하게 되면서, 그런 기밀 정보들이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자신의 직속상관에게 지적했다. 그러나 그의 말을 아무도 귀 기울여 듣는 이는 없었다.

 

결국 매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레이디 가가 복사 CD에 무언가 홀린 듯이 비밀 정보들을 다운받아 옮기게 되었다. 그러나 그가 (보고서로 쳐도 2천권이 넘는 분량) 엄청난 분량의 비밀문서를 다운받는 데도,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는 이 정보를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했고, 위키리크스를 주목하게 되었다.

 

호주 태생의 줄리안 어산지는 누가 봐도 매력적으로 잘생긴 사내다. 이 은발의 신사는 끊임없이 주변의 관심을 받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유머감각이 풍부하고 분석력이 뛰어난 그를 저자는 위키리크스가 아니라 사업에 뛰어들었다면 훌륭한 CEO가 되었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2007년 공개된 아파치 헬기의 <로이터통신> 기자와 주민들의 오폭 동영상은 전세계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아무런 죄없는 민간인과 기자를 공격하면서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미국병사의 모습은 실로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그러나 그는 모순적인 면모를 또한 갖고 있다. 누군가가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면 쉽게 흥분하고 고압적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이런 그의 극과 극을 달리는 성격은 그의 유명세가 높아질수록 아군과 적군을 동시에 늘리는 데 확실한 기여를 하고 있다.

 

줄리안 어산지는 잘 알려진 대로 10대 때부터 유명한 해커였다. 그의 어머니 크리스틴은 17살이 되던 시절에 가진 것을 모두 팔아, 집에서 2400km로 가서 저항문학에 투신할 정도로 모험적인 여성이었다. 그런 그녀가 베트남 시위에서 만난 한 남성과 사랑에 빠져 임신을 했으니, 바로 그 아이가 줄리안 어산지다. 그러나 크리스틴은 그와 곧 헤어졌고, 줄리안 어산지는 생부를 25살이 되어서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줄리안 어산지의 의부는 브렛 어산지인데, 그는 연극 연출자이자 배우였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그의 가족은 함께 여행을 하면서 분장부터 연극공연까지 모두 하게 되었고, 그게 줄리안 어산지가 분장에 능하며 여기저기 이동하는 데 오늘날 큰 도움이 되게 된다.

 

그의 어머니 크리스틴은 몇 번의 이혼과 재혼을 거치면서, 줄리안 어산지는 늘 이동하는 삶을 살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따라서 그가 어머니가 사준 컴퓨터에 집중하게 되면서 해커가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라 하겠다.

 

줄리안 어산지를 임신한 상황에서도 반전시위에 나갈 정도로 의식 있는 어머니를 둔 배경일까? 줄리안 어산지는 정보와 소프트웨어는 무료로 제공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1999년 이미 위키리크스의 도메인을 구입하기에 이른다.

 

위키리크스가 언론의 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7년에 이르러서였다. 줄리안 어산지와 동료들은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렸던 세계사회포험에 참가했고, 여기서 인맥을 쌓고 연설을 했다. 그리고 민영 조사기관 크롤이 대니얼 아랍 모이 케냐 전 대통령의 부정과 부패의혹에 관한 대대적인 조사를 벌여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를 반부패단체의 대표 음왈리무 마티가 입수하게 되었고, 그는 고민 끝에 위키리크스에 등록했다.

 

위키리크스는 이 자료를 <가디언>과 함께 발표했고, 이는 케냐의 투표율을 10%대로 올릴 정도로 반향을 일으켰다. 줄리안 어산지는 이 일로 국제인권단테인 엠네스티로부서 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위키리크스의 행보가 옳곧고 장밋빛은 아니었다.

 

20093월 저널리스트 미첼라 롱이 <이제는 우리가 먹어야 할 차례다>라는 제목의 동부 아프리카 국가의 부패에 관한 책을 펴냈을 때, 위키리크스는 3년이나 걸려 완성한 그녀의 저작을 상의 한마디 없이 PDF 상태로 공개했다. 물론 후에 삭제하기는 했지만, 위키리크스측은 사과 없이 오히려 그것은 이미 성장한 어른이며 케냐의 자식이다라는 말로,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시켰다. , 내부폭로 정보이기 때문에, 보다 많이 보다 널리 읽혀져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사실은 위키리크스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위키리크스가 초기부터 <가디언>지와 협력관계를 맺게 된 것은, 정보 중개자로서 그리고 웹사이트에 문서를 올리는 일에서 한계를 느낀 탓이다. 일단 25건이 넘는 외교문서가 웹에 그냥 올려져 있다고 상상해 보자. 거기서 중요한 이슈를 가려내고, 나에게 필요한 문서를 찾는 일이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그런 너무나 많은 정보는 무가치하고 의미 없게 느껴질 것이다. -사실 초기에 위키리크스는 내부폭로자가 건넨 정보를 그런 식으로 처리했다고 세상의 주목을 전혀 받지 못했다- 아울러 위키피디아처럼 네티즌들이 정보를 처리해 줄거란 줄리안 어산지의 믿음도, 아무도 그런 작업에 동참하지 않아 철저히 배신(?)을 당한다.

 



잘 생겼을 뿐만 아니라 언론을 다룰 줄 아는 은발의 줄리안 어산지는 단연 현재 최고의 이슈메이커가
아닐까? 그가 단순한 해커인지 아니면 위대한 언론의 자유를 꿈꾼 희대의 풍운아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가 브래들이 매닝이 넘겨준 방대한 비밀정보를 <가디언> <뉴욕타임스> <슈피겔> 등과 제휴해서 발표한 것은 그들의 전문지식과 숙련된 인력들을 빌리기 위해서였다. 생각해보자! 위키리크스의 멤버들은 잘 봐줘야 해커집단일 뿐이다. 그들은 정보를 빼오거나 안전하게 보내줄 수 있지만, 100만건이 넘는 보고서 중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정보인지, 이슈인지 알아낼 도리가 없다.

 

그에 반해 <가디언>을 비롯한 유력 언론사들은 세계 각국에 전문기자들을 파견하고 오랫동안 보도를 해온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위키리크스, 비밀의 종말>를 보면 <가디언>지를 비롯한 언론사들이 어렵게 줄리안 어산지와의 협상 끝에 얻은 정보들을 분석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그 정보를 분석하기 위해 <가디언>지는 컴퓨터 전문가에게 검색 프로그램을 만들게 하고, 중동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정통한 자사의 전문기자들을 배치하고, 군사와 외교 용어에 능통한 종군기자들을 집결시킨다.

 

, 줄리안 어산지는 자신과 위키리크스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작업을 전문 언론사에 맡김으로써, 수 많은 정보의 쓰레기더미 속에서 값진 보석을 찾아낼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가디언>지가 기사선정과 보도지침을 만들었을 때, 줄리안 어산지가 순순히 따른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줄리안 어산지와 <가디언>지를 비롯한 언론사와의 관계가 매끄럽지는 않았다. 줄리안 어산지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을 가진 인물답게 <알자지라> 방송을 비롯한 매체들과 끊임없이 접촉했고, 이는 <가디언>을 비롯한 협력언론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들이 시간과 노력을 들인 특종을 다른 곳에 뺐길 수도 있으니 말이다-

 

자국민을 보호하고 최대한 객관적인 거리에서 서술하려다 보니 줄리안 어산지가 생각하는 보도와 거리가 멀어진 보도행태를 보여준 <뉴욕타임스>에 그가 불같이 화를 냄으로써 그런 갈등을 수면위에서 격돌하기도 한다. 특히 그가 성폭행 혐의로 스웨덴에서 체포될 위기에 처하자 위험 수위에 다다른다. 그러나 <가디언>지는 비밀문서 전문폭로와 성폭행 혐의를 거리를 두고 보기로 한다.

 



9.11 테러로 촉발된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은 미국을 더욱 위기로 몰아넣었다. 어산지의 폭로는 오히려 미국에 대한 세계적 여론을 재환기시키고, 건강한 비판을 초래하진 않았는지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본다.


하긴 그럴 것이, 이런 대규모 기밀 문서 폭로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것이었고, 단발성 특종이 아니라 길게는 몇 달까지 우려먹을 수 있는 소재이니 그 누가 마다하겠는가? 물론 그 과정에서 미국정부가 <뉴욕타임스>지 등에 먼저 알려달라는 등의 요구를 하긴 했으나, 예상보다 강압적인 부분이 이루어지진 않았다.

 

그리고 외교전문이 알려지고 미국 정부는 오바마를 비롯하여 클린턴, 심지어 페일런까지 나서서 줄리안 어산지를 비난한다. 물론 세계 각국은 미국의 외교문서를 봄으로써 추악한 현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재스민 혁명이 시작된 튀니지를 비롯해 중동 여러나라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기술하고, 미국이 이들 나라를 돕기 위해 경제적 도움을 주고 정치적 압력을 가해 민주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미국 대사의 이야기 등은 오히려 중동인들이 미국에 대해 호의적인 시선을 갖게 만들었다.

 

게다가 미국의 우려와 달리, 철저하게 비밀정보원의 신분을 삭제함으로써-그것으로 사실보도의 의미가 많이 희석되었지만-테러리스트와 관련 정부에 의해 그들이 불이익을 당하거나 목숨을 위협받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 위키리크스는 그들의 의도와 달리(?) 미국을 돕는 결과를 초래했고, 미국을 비롯하여 세계를 반하며 줄리안 어산지를 처형해야 된다는 일부 미국 정치가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무의한지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페이팔을 비롯한 온라인 결제수단을 미국정부가 막음으로써 위키리크스는 100만 달러가 넘는 후원금을 받지 못해 경제적 위기에 봉착한다.

 

그뿐인가? 줄리안 어산지와 위키리크스의 유명세는 각종 비밀폭로사이트의 발생을 부추겼고, 돔샤이트-베르크 같은 2인자가 결별하고 나서는 일까지 나오게 만들었다. 줄리안 어산지는 100만 달러를 받고 현재 자서전을 집필 중이다. “나는 이 책을 쓰고 싶은 게 아니라 쓸 수 밖에 없어요라는 그의 항변은 그의 조직이 처한 자금난과 위기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대목일 것이다.

 


그가 꿈꾸는 세상은 과연 도래할 수 있을까? 위키리크스는 유사한 사이트의 대거등장에도 존속할 수 있을까?


위키리크스의 비밀폭로는 어떤 의미에선 선진국에서 커다란 폭풍이 되질 못했다. 왜냐하면 공공연하지 않았을 뿐이지, 이미 일정 수준의 지식인들은 어느 정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동국가처럼 독재자들이 나라를 다스리거나, 소수의 권력자들이 정보를 통제하는 곳처럼 정보가 부족한 곳에는 단비가 되어주었다.

 

재스민 혁명은 분명 튀니지의 모하메드 부아지지의 분신으로 촉발되었지만, 그 전에 벤 알리 대통령과 일가들의 비리내용을 알지 못했다면 과연 오늘날처럼 본 궤도에 올랐을까? 단언하기 어렵다. 벤 알 리가 쫓겨나고 카타피 정권이 퇴진하는 결과에 위키리크스와 줄리안 어산지가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은 누가봐도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위키리크스, 비밀의 종말>는 여러 모로 흥미로운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브래들리 매닝 상병과 위키리크스의 설립자인 줄리안 어산지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아파치 헬기 동영상과 세계 각국에 대해 미국 정부가 가진 정보들의 방대한 분량은 어안을 벙벙하게 만든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 대사들을 비롯한 정부 관료들이 작성한 문서들은 중동 국가처럼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나라의 상황에 대해 너무나 쉽고 명확하게 분석함으로써 세계 정세를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부록으로 수록된 미국 대사관 외교 전문은 또 하나의 흥미로운 읽을 거리다. 위키리크스와 줄리안 어산지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이 더해가는 요즘에 <가디언>지가 심층취재한 결과를 담은 <위키리크스, 비밀의 종말>은 분명 꽤 주의 깊게 읽어볼 만한 서적이라 여겨진다. 정보가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 지 알고 싶다면, 가장 유의해서 들여봐야 할 사건이자, 서적이라 감히 단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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