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독서의 즐거움

로마시대의 셜록 홈즈를 만나다, ‘로마 서브 로사’

朱雀 2011. 8. 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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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이 한 남자를 찾아온다. 그는 급한 사정이라고만 말하고 어디로 가는지조차 말하지 않는다. 남자는 고민하다가 높은 보수에 승낙하곤 배에 올라탄다. 그리곤 의뢰인을 향해 목적지와 진짜 의뢰인이 누군지 알아 맞춰서 놀라게 만든다. 여기까지만 이야기하면 영락없이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근데 안타깝게도 <셜록 홈즈>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부터 내가 소개하려는 책은 로마시대 그중에서도 공화정 말기 술라 때부터 카이사르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추리소설이다.

 

<로마 서브 로사>는 더듬이 고르디아누스를 주인공으로 하는데, 이 인물 한마디로 별나다! 얼핏 보면 셜록 홈즈를 떠올리게 한다. 1<로마인의 피>2 <네메시스의 팔>에서 그는 자신을 찾은 노예 티토와 군인 마르쿠스 뭄미우스의 주인인 키케로와 크라수스를 알아맞춰 놀라게 만든다.

 

그의 빈틈없는 추리실력은 흡사 셜록 홈즈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셜록 홈즈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그 때뿐이다. 이후로 고르디아누스는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셜록 홈즈 만큼 명석하지는 못하다. 종종 실수를 저지르며, 그 실수 때문에 사건을 더욱 꼬이게 만든다.

 

셜록 홈즈처럼 싸움에 능하지 못해 죽을 고비를 숱하게 넘기기도 한다. 그렇지만 고르디아누스는 셜록 홈즈 못잖은 무기가 있다. 바로 끈질김이다! 고르디아누스는 어떤 고비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으며, 심지어 독재관 술라 앞에서도 당당하다.

 

그러나 동시에 고르디아누스는 몹시 인간적이다! 그는 1권에선 살인현장을 우연히 목격하게된 벙어리 소년 에코를 기꺼이 양자로 받아들이고, 2권에선 영리한 노예인 메토를 둘째로 받아들인다. 심지어 집에서 노예로 부리던 베테스타를 해방시켜 부인으로 맞이하고, 디아나라는 딸까지 두기까지 한다.

 

그의 그런 모습은 음모와 배신이 판치는 로마에서 몹시 인간적인 느낌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로마 서브 로사>는 원래 텍사스 대학에서 역사와 그리스-로마 고전을 전공하고 히스토리 채널에 로마의 정치와 생활에 대한 전문가로 출연한 스티븐 세일러 장장 18년에 걸쳐 발표한 시리즈물이다!

 

로마 전문가답게 스티븐 세일러가 묘사해내는 로마의 풍경은 마치 눈앞에 당시 시대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 주인공 고르디아누스가 살고 있는 수부라는 마치 지금의 슬럼가를 떠올리게 하고, 로마의 포룸은 정치인들의 음모가 횡횡하는 정계를 연상케 한다.

 

특히나 역사적인 인물인 키케로, 술라, 카탈리나, 크라수스 등등이 줄줄이 등장하는 대목에선, 실제 그들의 성격을 너무나 완벽하게 재현해내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실화이고 허구인지헷갈리게 만든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런 모든 소설속의 이야기들이 철저하게 고증되고 계산되었다는 사실이다. 1<로마인의 피>는 원래 문헌에 남아있던 단 한줄 키케로가 섹스투스 로스키우스 변호를 맡아 승소했다는 짧은 이야기를 가지고 창작해낸 것이다.

 

그런데 단 한줄 만으로 스티븐 세일러는 신출내기 변호사 키케로의 성격과 배경을 완벽하게 묘사해내고, 당시 시대상을 정확하게 짚어낸다. 따라서 500쪽이 넘는 두께가 처음에는 부담스럽게 다가와도, 조금 읽다보면 침식을 잊고 빠져들게 할 정도 중독성이 강하다.

 

1<로마인의 피>가 한 부유한 농민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누명을 쓴 것으로 시작한다면, 2<네메시스의 팔>은 더욱 스케일이 커진다. 바로 노예 스파르타쿠스의 반란으로 온 로마가 들끓던 시기를 배경으로, 크라수스가 빌라에서 관리인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그 범인으로 도망친 두 명의 노예가 지목되기 때문이다.

 

고르디아누스는 크라수스의 의뢰를 받고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변변한 단서를 잡지 못한다. 그러나 집정관 출마에 눈이 어두운 크라수스가 100명에 이르는 노예를 몰살하는 결정에 맞서기 위해 목숨을 걸고 끝까지 진실을 찾아헤맨다.

 

고르디아누스는 위에서 언급했지만 인간적인 매력이 철철 넘치는 인물이다. 그는 뇌회한 인간이라 누구의 말도 절대 믿지 않으며, 관찰력도 뛰어나다. -그런 그의 재능은 3<카탈리나의 수수께끼>에서 자신의 뒤를 이은 에코에게 되물림된다


가장 추악한 정치적 음모가 도사리고 사건해결역시 깔끔하게 이루어지진 않는다
. 정치적 거래가 이루어지면서 독자들의 입맛은 쓰디쓰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로마 서브 로사>를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것은 로마 시대에 대한 풍부한 묘사와 추리 소설의 묘미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로마 서브 로사>는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로마 공화정 말기에 대해 왠만한 로마관련서적보다 더 많은 것을 알게 해준다. 그뿐인가? 마치 맛있는 음식이 사라지듯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드는 페이지를 안타깝게 쳐다보게 한다. 그래서 현재 4권까지 출간된 <로마 서브 로사>를 단숨에 독파하게 만들 지경이다.

 

<로마인 이야기>를 읽었다면 <로마 서브 로사>는 당신에게 로마사를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뿐인가? 현대에 대해 인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 것이다. <로마 서브 로사> 당신의 로마에 대한 지식욕과 추리소설의 재미 그리고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 것이다. 그 어떤 찬사로도 이 책의 진가를 몇 백분의 1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는 사실이 그저 안타깝다. 당장 구입해도 아깝지 않다. 돈이 없다면 필자처럼 도서관에 가서 읽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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