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독서의 즐거움

잡스 이후의 애플을 상상하며 ‘아이콘’을 읽다!

朱雀 2011. 9. 2.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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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iCon)>. 스티브 잡스와 애플에 대해 알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꼽히는 서적이다. 이미 오래전에 읽었어야 할 책이지만, 게으름 때문에 이제야 도서관에서 읽어보게 되었다. 뭐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이미 다른 서적 등을 통해 잡스에 대해(혹은 이 책에 대해) 간접적으로 읽을 기회가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었다.

 

 

애플과 스티브 잡스에 대해 알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서적인 <애플을 벗기다>. 이걸 읽지 않고 현재의 애플을 논한다는 건 분명히 문제가 있다. 


 



 

언제나 새책에 먼저 가는 필자의 특징상, <아이콘>에 눈이 별로 가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얼마전 충격적인 잡스의 은퇴소식을 접한 이후, 새삼 애플의 미래와 잡스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으로 도서관을 향했다. 필자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 있었던 탓일까? 예약을 해서 몇주만에 책을 읽게 되었다.

 

<아이콘(iCon)>을 읽으면서 놀란 것은 저자들의 잡스에 대한 가감없는 이야기들이었다. 애플의 공동창업자이자 애플을 만들어낸 워즈니악에게 아타리에서 천달러를 받기로 했는데, 600달러를 받았다고 거짓말을 하고 300 달러만 준 것으로 시작해서(심지어 잡스는 아무일도 하지 않았다). 잡스가 애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애를 써준 은인인 길 어밀리오를 책략을 써서 몰아내고, 그가 애플에 몸담을 당시 해놓은 모든 업적으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놓는 잡스의 행태는 뻔뻔함을 넘어서서 어이없을 지경이었다.

 

게다가 애플 창업 당시 자신의 뜻대로 일이 되지 않을 때마다 울었다는 사실은 오늘날 카리스마 넘치는 그의 모습을 생각했을 때는 도저히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애플의 CEO일 때는 모든 이들에게 충성을 요구하고 일주일내내 회사에서 일만 하도록 강요하는 그의 모습은 폭군과 같았고, 엘리베이터나 복도에서 마주친 직원에게 하고 있는 일을 묻고, 마음에 들지 않는 답변을 하면 그가 맡고 있는 일을 빼앗거나 심지어 내쫓는 일화 등은 알곤 있었지만, 새삼 그가 폭군이란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그는 한때 정치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는데, 다행히 정치쪽엔 신인인데다 본인이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아 정치가로 나서진 않았다. 그가 처음 접한 게 공학이니 망정이지, 만약 정치였다면 그는 아마도 미국 대통령이 되어 부시 못잖은 정치가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었다.

 

<아이콘(iCon)>은 재미도 재미지만, 워낙 종 잡을 수 없는 스티브 잡스란 인물에 대해 시시콜콜하게 적다보니, 그에 대한 반감 때문에 그의 장점을 무시하게 되거나, 반대로 그를 너무 높이 평가한 나머지 그런 부분에 대해선 관대하게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진다.

 

일례로 스티브 잡스는 양부모에게 입양되었고, 성인이 되고서도 상당한 시간이 흐른 다음에야 자신의 생모와 친동생을 찾을 수 있었다. 따라서 그가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고자 애쓴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는 천성적으로 호기심이 많고 주체할 수 없는 아이였다. 소년 시절엔 부모와 대화 끝에 자신 때문에 몇 번이고 이사를 가게 만든 인물이었다. 애플 이사회는 물론이고 디즈니의 아이즈너 회장까지 입심으로 설득하게 만든 그의 떡잎이 보인 부분이라 하겠다.

 

피도 눈물도 없고 일관성도 없어보이는 그의 가혹한 사업방식은 자칫하면 세상은 역시 악이 승리한다거나, ‘역시 사업가는 피도 눈물도 없는 비정한 인간들이다라는 잘못된 결론(?)에 이르게 할 수도 있겠다.



 

우리가 스티브 잡스에 대해 주목할 것은 그의 놀라운 직관력과 통찰력이다. 그는 워즈니악이 차고에서 컬러 화면용 PCB를 보고 애플의 가능성을 보았다. 그리하여 휴렛 팩커드란 대기업에 잘 다니고 있는 워즈니악을 설득해서 동업자로 만들어 애플을 창업하는 놀라운 일을 벌였다. 그뿐인가? 그는 맨손으로 시작해서 오늘날 세계 IT분야에서 돋보적인 존재인 애플을 키워냈다.

 

그러나 그런 그의 직관력은 처음부터 완벽한 것이 아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스티브 잡스가 처음 열광한 것은 컴퓨터즉 하드웨어였다. 그는 시대가 작은 크기의 퍼스널 컴퓨터를 원한다는 사실을 직감했고, 워즈니악의 회로기판에서 그 가능성을 보았다.

 

그는 PARC에서 마우스와 GUI(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를 처음 접했고, 거기에서 소프트웨어와 혁신의 중요성을 몸으로 깨달았다. 그러나 그 역시 인간이었다. 그가 조지 루카스에게서 픽사를 산 것은 소프트웨어를 팔기 위해서였고, 그조차 픽사가 <토이스토리>를 시작으로 <벅스 라이프><니모를 찾아서><인크레더블> 등을 메가히트시키며 디즈니의 아성을 위협하는 회사로 거듭날 줄은 몰랐다.

 

, 잡스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통합 으로 시야가 점차 넓어져 간 것이다. 무엇보다 잡스는 실패를 통해 배웠다. 그는 시대를 분명히 앞서갔다. 남들이 전혀 신경쓰지 않는 디자인에 무엇보다 사활을 걸었고, 소비자들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디자인에 대한 집착과 세계 최고와 최초에 대한 집착은 만달러가 넘는 네모난 상자를 만들어내게 만듬으로써, 자신이 이룩한 왕국(애플)에서 쫓겨나고, 넥스트조차 좌초 일보직전까지 몰고가게 만들었다.

 

그는 두 번 실패했고, 세 번째 기회를 얻고서야 애플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일군 것이다. 이 이야기에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잡스 같은 인물조차 최소한 세 번의 기회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선 한번 사업에서 실패한 인물은 다신 기회를 얻을 수가 없다. 잡스는 애플을 창업했을 때 대학을 중퇴한 별 볼일 없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사업가들은 그의 재능과 아이디어를 높이 사고 기꺼이 투자했다. 물론 여기에는 잡스의 카리스마와 뛰어난 언변술이 작용을 하긴 했다. 그러나 미국이란 시스템은 이런 인재들이 제 뜻을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실패를 통해서 잡스는 타협을 배웠고, 자신이 만드는 아이팟과 아이패드에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현존하는 최고의 기술을 집약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잡스에게 배울 것은 생태계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그는 앱스토어를 통해 소비자가 직접 컨텐츠를 제작해서 만들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애플은 그저 관리와 유통을 위한 30%의 수익을 가져가는 것으로 그쳤다. 이런 자극은 애플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고, 쓸만한 앱들이 넘쳐나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전에는 워너뮤직을 비롯한 메이저 음반사들을 꼬셔서(?) 음악을 소비자들이 쉽게 다운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애플 이전까지 메이저 음반사들은 불법복제를 두려워한 나머지 다운로드에 대해 지극히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잡스가 직접 설득에 나서자 그의 카리스마에 매료되어, 저자에 따르면 잡스가 명한다면 그의 구두를 닦을 정도로 열성적인 신자가 되어버렸다.

 

잡스는 매우 독특한 인물이다. 그는 교육이나 따라잡기로 우리 사회에서 생겨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미국의 히피문화와 동양의 선불교에 영향을 받았으면서, 자신의 입얍아라는 태생적인 불안과 타고난 직관력과 통찰력 그리고 실패를 거치면서 더해진 현명함 등이 그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 잡스같은 인물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바보같은 일이다. 차라리 잡스의 애플이 어떻게 성공했고, 어떻게 그런 혁신이 가능했는지 분석하고 이를 우리 상황에 맞게 수정보완해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낫다.

 

요즘 뉴스를 보면, 종종 이제야 소프트웨어에 집중하는 삼성을 보며 비판하는 기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잡스조차 처음에는 하드웨어(애플)에 관심을 보였고, 서서히 소프트웨어와 그를 통합한 것에 관심사가 차례로 바뀌었다. 물론 지금 소프트웨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매우 늦은 일이지만, 이제라도 관심을 갖고 미래를 준비하려고 하는 노력은 어느 정도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본다.

 




끝으로, <아이콘(iCon)>을 읽다보면 잡스가 아이팟을 거쳐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내놓은 것이 단순한 제품을 내놓은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읽고 내놨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된다. 아이클라우드로 명명한 클라우드 시대의 돌입은 이미 <아이콘(iCon)>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서 이에 대한 이야기는 수수께끼로 남겨둔다. <아이콘(iCon)>을 펼쳐보라! -힌트를 주자면 13장 쇼타임을 좀 더 치밀하게 읽어보라고 해주고 싶다-

 

이 책은 2005년에 출간되었으며, 32일이면 완전히 세상이 바뀌어버린다는 IT계에선 쓸모없는 정보서로 취급되기 딱 좋다! 그러나 거기에 담긴 한 인간의 고뇌와 좌절과 영광어린 성공의 이면에 감추어진 진실은 오늘과 다가올 미래를 비춰보기에 훌륭한 거울로서 손색이 없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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