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독서의 즐거움

한국경제를 알기 위해서 꼭 봐야할 ‘부자삼성 가난한 한국’

朱雀 2011. 8. 15.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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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번영하는데 왜 한국 경제는 어려워지는가?’ 참으로 도발적이지 않은가? 일본 경제전문가 미쓰하시 다카아키가 쓴 <부자삼성 가난한 한국>IMF이후 전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으며 승승장구 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 그리고 현대자동차 등의 글로벌기업을 가진 한국의 경제사정이 왜 좋지 않은 지를 쉽게 풀어쓴 책이다.

 

두께도 얼마 되지 않아서 책을 잘 읽지 못하는 이라도 하루만 마음먹으면 독파할 수 있을 정도다. 전문용어를 쓰긴 하지만 세세히 설명하는 일본인 특유의 친절함이 묻어나서 정말 쉽게 읽을 수 있다.

 

<부자삼성 가난한 한국>를 책을 처음 본 순간, ‘삼성이란 기업에 대한 비판인가?’했다. 아무래도 부자삼성을 운운한 부분에서 그랬다. 그러나 막상 책을 읽어보니 대기업에 대한 비판도 한국경제에 대한 비판도 아니었다. 그저 현재 한국과 일본이 처한 경제적 상황이 대한 객관적인 사실과 진단에 주안점을 두고 있었다.

 

오랜 불경기를 겪고 소니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시장에서 지배력을 읽어가는 상황에서 북미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를 보면서 현재 일본인들조차 부럽다라고 할 정도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깨에 힘을 주며 거들먹거려도 좋을까? <부자삼성 가난한 한국>의 저자는 한국이 부러울까? 그는 전혀 부럽지 않다라고 말한다.

 

 

...정치력이나 시장독점으로 일부 기업이 높은 수익을 올렸을 경우, 상당수의 예에서 손해를 본 것은 소비자(국민). , 한국 국민이 일부 기업의 정치력이나 시장 독점으로 인해 손해를 보게 되었는데 신문지면에서 삼성전자가 소니와 파나소닉을 비롯한 일본의 대표적 9개 전자업체 영업이익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냈다!”고 자랑스럽게 보도하는 것은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p.82~83)

 

 

 

위 대목에서 알 수 있지만, 저자는 삼성을 비롯한 한국 대기업의 이익은 철저하게 국민과 정부의 손해를 바탕으로 한 것인데, ‘도대체 왜 부러워 하느냐?’라고 반문하고 있다. 1997년 한국은 IMF를 겪으면서 경제구조를 일본식에서 미국식으로 재편하게 되었다. 이건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철저하게 IMF의 권고에 따른 것이었다.

 

기업은 부채비율을 200%이하로 낮출 것을 강하게 요구받았고, 그 과정에서 수십만 개의 중소기업이 도산했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임금을 동결하고 연구-개발비를 대폭삭감하거나 심지어 포기했다. 또한 금융자유화가 이루어지면서 삼성전자-포스코 등의 주식이 외국인에게 넘어갔다. 덕분에 매년 4월이면 주식배당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엄청난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2008년 외환위기를 겪은 후 이명박 정부는 국내시장 과점화-실질임금 인하-대외직접투자 확대-고환율정책을 유지했다. 우선 대기업을 육성해서 위기를 돌파해서 그 과실을 국민들에게까지 넘겨주자는 취지였다. 결과는? 오늘날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들은 일본 기업들을 제치고 글로벌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들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4,320원으로 라떼 한잔이나 수제버거 하나 못 사먹을 정도다.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올라서 못 살겠다라는 말이 국민들의 입 밖으로 터져 나올 지경이다.

 

심지어 친기업적인 현재 정부 관료조차 “2사분기(2010) 한국의 GDP 성장이 7.2퍼센트였다고 하지만 그중 6 퍼센트 정도는 대기업과 일부 수출기업에게 혜택이 돌아갔다. 서민과 중소기업은 거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예전 그대로다할 정도였다. 그럼 기업관계자는 할 말이 없었을까?

 

우리는 날마다 숨막히는 경쟁에 쫓기고 있다. 이익이 나왔다고 해서 비난받고 국내고용과 거래처인 중소기업의 이익을 늘리라고 주문받아도 대처할 여유가 없다”(p.131)

 

라고 했다. 과연 무슨 뜻일까? <부자삼성 가난한 한국>에서 저자는 그 이유로 박정희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이렇게 진단한다.

 

..한국은 일본을 벤치마킹하여 국내 경제를 육성하는 길을 택했다. 즉 일본의 경제구조를 모방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최종생산재를 생산하는 전반부분에서 일본의 자본재에 의존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의 수출이 늘어날수록 일본 자본재 의존율이 높아지는 딜레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p.167)

 

저자는 그 증거로 한국의 수출이 늘어날수록 일본의 무역흑자가 늘어나는 곡선그래프를 내세운다. 정말 얄미울 정도로 완벽하게 일치했다. 한국경제는 일본경제를 모방하면서, 치명적인 약점이 생겨났다.

 

바로 제품을 수출하는 과정에서 핵심부품을 일본에서 수입해서 쓰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엄청나게 수출하고 있지만, 그 제품을 분해해보면 상당히 많은 일본제 부품들이 들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NC공장기기, 공업용 로봇, 판유리, 액정편광판 보호필름 등의 기업들이 꼭 필요한 자본재를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 많은 나라의 기업들이 수입해서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이 하나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도 일본처럼 중소기업들에게 지원을 통해 기술개발 등을 통해 부품을 국산화시키자. 그럼 중소기업의 경쟁력도 높아지니 일석이조가 아니냐?’라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은 일본열도가 지금 당장 침몰하는 것만큼이나 허황된 것이다. 왜냐하면 오늘날 글로벌 기업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분초를 다투는 승부를 벌이고 있다. 이런 승부처에선 조금의 방심도 곧장 망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신뢰도와 기술력이 높은 일본 부품을 구할 수 밖에 없다. 국내 중소기업을 육성하려면 박정희 시대 때 했어야 했다. 지금은 돌이킬 수도, 바로잡기도 거의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부자삼성 가난한 한국>의 미덕은 단순히 한국과 일본의 경제상황을 비추는 데 그치지 않는다. 왜 이렇게 한국과 일본의 경제 상황이 다른 것인지, 미국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조목조목 따져서 알려준다. ‘상황을 너무 단순화시켰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중요한 핵심을 꼭꼭 짚고 넘어가기 때문에 이 한권만 읽는 것으로도 한국경제는 물론 일본과 미국 그리고 전 세계 경제상황을 알 수 있기에 요즘처럼 경제관련서적이 국내 도서시장에서 히트하는 상황에선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게다가 농담인지 진심인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칭송을 쉽게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아랫 부분이다.

 

농산물과 서비스를 외국에 팔려는 미국의 전략이 너무나도 노골적이어서 한국은 TPP 따위는 무시하고 한미 FTA를 선택한 것이다. 과연 CEO 대통령. 이명박 정부의 전략을 판단하는 안목은 지금의 일본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뛰어나다. (p.. 210)

 

처음에 이 부분을 읽고선 난감한 미소가 떠올랐다. 필자가 보기엔 많은 실책을 범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를 너무나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엔 고도의 유머인가?’라는 의심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일본 저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그런 말이 나올 만도 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자삼성 가난한 한국>에서 자세히 언급하지만, 현재 일본은 TPP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 흔한 말로 삽질도 이런 삽질이 없다’. 일본이 만약 미국과 경제협정이 필요하다면 FTA를 추진하면 된다. 이건 경제적인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거창한 명목아래 일본이 미국에게 놀아나는 협정에 가입하려는 상황이 역으로 한국을 부러워하면 이런 말이 나오게 하게 된 것이리라-다행히(?) 일본 내 현재 상황이 좋지 않고, 여론의 엄청난 반대 때문에 일본 정치권에서도 TPP가입에 대해선 현재 유보적으로 바뀌었다-

 

<부자삼성 가난한 한국>은 경제가 일반 시민의 관심사가 될 만큼 익숙해진 시기에 누구나 쉽게 경제에 대해 알 수 있고, 현재 한국과 일본은 물론 전 세계 상황을 손쉽게 알 수 있는 안목을 키워줄 것이라 여겨진다. 한권의 책이 가진 힘을 알 수 있는 훌륭한 경제입문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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