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역시 갈갈이 박준형은 죽지 않았다! ‘코미디 빅리그’

朱雀 2011. 9. 20.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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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밤 9tvN에선 <코미디 빅리그>가 방송되었다. 개인적으로 그 녹화현장을 찾아갔는데, 가장 웃겼던 코너는 박준형-정종철-오지헌이 뭉친 갈갈스의 네 이웃의 개그를 사랑하라였다. 박준형은 이 코너에서 사이비교주로 등장했다.

 

그가 교주로 등장해서 고 이주일의 생전 이야기를 성경말씀처럼 말하고, 정종철 등이 콩나물 팍팍무쳤냐?’할렐루야!’라고 외칠 때는 그야말로 식상하게 느껴졌다. 그런 식의 개그는 예전에도 넘쳐났으니까.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기도를 하는 장면에서 박준형은 하늘에 계신 배삼룡과 서영춘을 찾는 순간이었다. “..도탄에 빠진 개그를 살려주시옵소서. 지금 가장 어려운 길을 걷고 있는 우리 심형래 선배를 도와주시옵소서. 심형래 선배의 앞길에 쌍라이트를 비춰주시옵소서. 직원이 혹시 찾아와 밀린 월급 달라고 하면 영구없다 하지 않도록 도와주시옵소서. 기자들이 찾아와 지금 심정이 어떠냐?고 물어보면, 띠리리리!하지 않도록 도와주시옵소서. 그는 대한민국 코미디계의 천재이옵니다. 그가 웃으면서 코미디계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한 대 머리를 띵~맞은 기분이었다. 물론 현장에서 웃기도 많이 웃었다. 흔히 하는 말이지만, ‘울리기보다 웃기기란 몹시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박준형이 언급한 일은 최근 가장 많이 이슈화되는 사건으로, 특히나 같은 동종업계의 종사자이자 후배인 박준형으로선 언급하기가 여러모로 곤란한 이야기다.

 

그러나 박준형은 기꺼이 심형래 선배의 일마저 개그로 활용했다. 그는 현재 시사적인 문제를 개그로 승화시키면서, 개그맨 자체의 반성과 자성의 목소리를 촉구한 것이다. 심형래를 향해 포문을 연 박준형은 거침이 없었다! 그는 곧이어 자동차를 훔친 모 개그맨을 언급하면서 남의 자동차를 두 번 탐하지 않게 도와주시옵소서. 너 왜 그랬어? 그냥 외제차를 타고 싶었어요. 하지 않도록 도와주시옵소서라고 갈구했다.

 

박준형의 말이 의미심장한 것은 오늘날 코미디 방송이 지상파에선 달랑 KBS만 남은 상황에 대해 개그맨 스스로에게 자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MBCSBS는 지상파로서 개그맨들에게 설자리 조차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개그맨들 역시 잘 나갈 때, 미래를 대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혹독한 비판을 받아야만 한다. 한때 MBC에선 김미려의 김기사~운전해를 비롯해 SBS 웃찾사 역시 간판 프로를 최소한 한두개씩은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소위 잘 나가는 개그맨들은 사업을 비롯한 다른 곳에 눈을 돌렸고, 남은 개그맨들은 재탕을 하면서 적당히 자리를 지켰다. 그 결과는 시청자의 외면으로 돌아왔고, 돈 안되는 코미디프로를 폐지하고 싶었던 지상파 방송사들에게 좋은 구실을 제공했다.

 

따라서 김준형이 일부 개그맨들의  탈선과 범죄사실까지 거론한 것은 뼈아픈 자기반성을 통해 오늘의 자신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출발을 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것이다.

 

박준형은 한때 <개콘>의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스스로를 높이 평가했고, <개콘>을 떠나도 잘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정종철을 비롯한 자신의 후배들과 MBC로 갔지만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고, 이제 그는 tvN에서 마지막 기회(?)도 될지도 모르는 무대에 섰다.

 

비록 1등이 1억원이란 상금을 거머쥐지만, 매체의 한계상 그가 아무리 웃긴다 해도 공중파에서처럼 파급효과를 가져오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이 발달하고, 다운을 받아보는 문화가 일반화된 오늘날 박준형이 1회에서 보여준 신선한 아이디어와 성역 없는 개그화를 계속해서 보여준다면 앞으로 희망은 있다고 본다.

 

11팀이 출전하는 <코미디 빅리그> 1회에서 갈갈스는 안타깝게도 4위를 차지했다. 아마 맨처음에 나온 탓이 크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론 결과에 승복하기 어렵지만 (필자가 보기엔 가장 웃겼기 때문이다), 아직 9번의 기회가 남아있으므로 갈갈스의 활약을 기대해보련다.

 

매주 녹화장을 찾은 200여명의 방청객이 세 개의 공을 (자신이 보기에 제일 웃겼던) 세 팀에게 한 개씩 주고, 1등부터 5등까지는 승점이, 하위 4팀은 아예 재방송에 통편집당하는 잔인한 운명을 가진 <코미디 빅리그>가 설자를 잃은 개그맨들에게 프리미어 리그로 우뚝 서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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