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해 주접떨기(시사)

광화문 광장, 분노가 먼저다!

朱雀 2009. 8. 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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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일 개장된 광화문 광장은 시민의 광장이 아니라 정부의 입맛대로 행정을 전시하고 이야기하는 박제된 광장일 뿐이다. 우린 이런 말도 안 되는 광장에 시민의 세금이 쓰인 것에 대해 마땅히 분노하고 사과 받아야 하며, 개선시켜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이런 말도 안되는 불합리한 일에 대해 분노하는 것이다! 그것이 현재 우리가 광화문 광장에 대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지난 8월 1일 새롭게 문을 연 광화문 광장을 찾아가 보았다. 그리고 온몸에 치솟아 오르는 분노에 치를 떨었다. 광화문 광장을 가본 이들은 공감하겠지만, 이곳에선 집회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일단 광화문 광장은 양쪽으로 차가 다니는 10차선 한복판에 조성되었다. 개방된 날에는 수백 명의 경찰들이 투입되어 안전띠를 치고 시민의 안전을 위해 분주하게 뛰어다녀야 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개방일 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평상시에는 이런 경찰력이 투입되기가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광장 양쪽 옆에는 역사물길이 흘러서 사람이 서 있을 수가 없다. 양쪽 역사물길을 따라 걷던 시민들이 다른 한쪽으로 서로 건너면서 물 때문에 넘어질 뻔한 위험천만한 광경이 수시로 연출되었다. 그뿐인가? 이순신 장군의 23전 전승을 기념한다는 바닥분수와 서울의 상징인 해치 동상과 플라워 카펫 등이 깔려 있어 사람이 모여서 있을 수 있는 공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기껏해야 2천여명 정도가 서 있을 수 있으며, 그나마도 조례안을 통해 시위를 원천봉쇄할 방침이란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지 않는가? 여기서 잠깐 1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1년전 시민들은 광화문 일대에 모여 촛불을 들고 소통이 없는 이명박 정부를 향해 항의했다. 무려 1백만명 이상의 국민이 모여 소통을 요구했으면 마땅히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요인들은 광장에 나와(혹은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이야기의 장을 가졌어야 옳다.

그러나 어떻게 했는가? 서울시는 갑작스럽게 광화문에 새롭게 광장을 조성한다며 흉물스러운 공사막으로 둘러쳤고,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엔 컨테이너로 명박산성이 쌓였다. 한마디로 국민과의 소통을 거절한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그런 태생적 한계 때문인지 새롭게 조성된 광화문 광장은 온통 인공 조형물들로 가득하다. 거기에 시민이 설자리는 없다. 오직 정부의 입장만을 국민에게 강요하는 전시물들만이 가득할 뿐이다. 또한 앞으로 이곳에선 일체의 시위는 금지하고 전시회 등만이 열릴 예정이란다.


참으로 어이없고 분노가 치솟아 오르는 일이다. 누가 광화문 광장에 분수를 설치해달라고 했는가? 플라워카펫이 필요하다고 했는가? 저들은 자신들 멋대로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광장을 조성하고 자신들 마음대로 사용하려 한다. 대저 시민이란 무엇인가? 시민은 정치적 권리를 갖는 주체를 말한다. 우리나라 헌법 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지금 청기와 집을 차지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나라의 주인이 아니다. 그들은 국민을 대신해 일하기 위해 뽑힌 자들이다. 저들은 왕이나 대신이 아니란 말이다. 그러나 저들은 촛불집회의 원인을 ‘PD수첩’을 비롯한 몇몇 언론과 단체에 떠넘기고 ‘괴담’이란 식으로 면피용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광장은 본래 다목적 기능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그러나 광장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민의가 모여 수렴되고, 그것이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와 국회에 들어가야 옳다. 오늘날 시민이 정부와 국회에 자신들의 민의를 건넬 수 있는 대부분의 방법은 거세되어 버렸다.

국회의 과반수를 넘긴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민의 뜻과 상관없이 자신들의 목적과 이익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국민 70%가 반대하는 언론악법을 날치기 통과하고, ‘4대강 살리기’라는 미명하에 대운하 사업이 국토 전반에서 진행되고 있다.

현재 시민이 가진 유일한 방법은 이제 광장에 모여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직접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나 저들은 그런 시민의 마지막 무기마저 빼앗으려 한다. 광장의 주인은 시민이다. 광장을 꾸민 모든 돈은 세금이다. 하다못해 저들이 받는 월급 역시 세금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저들에게 하사하는 은전이 아니다!

우리는 마땅히 분노해야 한다! 우리가 시민으로서 마땅히 누려야할 권리를, 모든 여론을 건넬 방법을 거세당한 현실에서 마지막 수단마저 봉쇄하려는 저들의 음모에 대해 소리 높여 비난하고 화내야 한다. 서울에 명소가 생겼다고 좋아하거나, 광화문 광장은 인공 조형물이 많기 때문에 위험해서 시위를 하지 말라고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이런 조잡한 광장을 도대체 왜 만들었는지 화를 내고 분통을 터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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