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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해 주접떨기(시사)

분노를 잊은 우리를 꾸짖는 드라마 '선덕여왕'



지난 20일 월요일 밤 10시에 방송된 <선덕여왕> 17화에서 공포로 사람들을 조종하는 미실에 대해 분노를 역설하는 김유신의 외침이 상당히 큰 울림으로 전해져왔다. 월식을 정확히 맞춰 신라에 크나큰 재앙이 올거라 예언한 미실은 가야계 유신을 서라벌에서 200리 밖으로 쫓아내는 길만이 재앙을 막는 길이라 한다.

그녀의 신통력에 굴한 신라 황실은 가야계 유민의 강제 이주를 결정한다. 김서현은 자신의 집을 찾은 미실에게 점잖게 대한다. 이에 김유신은 항거한다. 그러면서 외치는 그의 대사가 걸작이다!

그의 아버지 김서현은 무턱대고 분노하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미실의 다음 수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분노했다간 자신은 물론 가문까지 큰화를 입을 수 있다고. 그러나 김유신은 당당히 말한다.

“아닙니다. 분노가 먼저에요. 우리 집안의 이가 먼저 아니라 분노가 먼접니다. 그렇지 않기에 우린 미실에게 놀아난 겁니다. 미실은 우리의 두려움을 이용하고, 하여 우리는 분노도 생각도 행동도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절절히 가슴에 와닿는 말이다. 문학은 대중문학은 그 시대의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법이다. 미실은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절대악이다. 그녀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모든 것을 이용한다. 심지어 천재지변까지 ‘사다함의 매화(책력)’을 통해 예측해 이를 이용, 예언을 하고 대중의 공포를 자아낸다. 자신을 향한 갖은 소문을 퍼트려 공포로 모든 이들을 조종한다.

이에 항거하는 천명공주와 김유신 그리고 덕만의 힘은 미미할 뿐이다. 그들 역시 미실의 절대적인 힘과 카리스마에 벌벌 떤다. 허나 유일하게 김유신만이 드라마 상에서 정당한 분노를 터트릴 줄 안다.

정당한 분노란 무엇인가? 잘못된 일을 보았을 때 화를 낼 줄 알고 떨쳐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4.19의거를 생각해 보라. 이승만 정부가 투표를 조작하자 이에 항거해 국민이 들고 일어난 사건이다. 여기엔 김주열 열사의 죽음도 큰 원인이었다. 당시 앞장선 이들은 훗날이나 정치적 수 따윈 생각하지 않았다. 오로지 잘못된 일에 대해 분노하고 일어섰을 뿐이다.

1987년 박종철 열사의 고문치사사건은 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냈고 6월 민주화 운동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보라! 지난 1월 20일 경찰의 강제 철거 진압에 의해 용산 철거민 5명과 경찰 특공대 1명이 사망했다. 예전 같으면 국민들이 모두 들고 일어나야 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었다.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다. 자신과 측근을 압박하는 검찰 수사를 견디다 못한 마지막 선택이었다. 현 정부는 명백히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치적 타살했다. 그러나 정부는 한 마디 사과도 없었다. 시민들은 분향소를 마련하고 분노를 토로했으나 그뿐이었다. 행동이 뒤따르지 않고 있다.

안다. 몹시 두렵다는 사실을. 이 글을 자판으로 두들기고 있는 타자 역시 매우 두렵다. 현 정부는 공안의 칼날을 시민사회 곳곳에 널어 놓았다. 작년 촛불 시위를 촉발시킨 PD수첩은 1년여가 넘는 조사 끝에 결국 기소했다. 미네르바는 구속되었다가 풀려났고, 전방위에 걸쳐 노무현 정부의 인사들은 모조리 색출해 방법을 가리지 않고 쫓아내고 모두 측근을 앉혔다.

정당한 소비자 운동은 희한한 법논리를 내세워 ‘불법’으로 낙인 찍었고, 정부의 말에 토를 다는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보복’했다. 그야말로 강권정치와 철권통치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만하다. 오죽하면 진보신당 노회찬대표는 “고문만 빼놓고 다하는 시대”라고 개탄했다.

미네르바의 구속은 네티즌들이 스스로를 검열하고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촛불시위와 관련된 이들은 모조리 불러다 조사하는 경찰의 행위는 시민들을 겁에 질려 시위에 참여하는 데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오늘날 사회가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이 지배하는 사회가 다를 것이 무엇인가? 오늘날 정부가 국민을 겁박하고 다스리는 것은 오로지 ‘공포’와 ‘힘’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선덕여왕>에서 김유신이 외치는 것처럼 불의에 항거해 분노해야 한다.

만약 분노해서 떨쳐 일어났다가 깨지고 끝내 옥쇄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정치적 부담을 지울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우리는 정당한 분노를 잊었다. 이건 매우 슬픈 일이다. 사람들은 조금만 아파도 병원을 찾고 걱정한다. 그러나 정당한 분노를 잊었는데 걱정하거나 염려하는 이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 같다. 안타깝고 또 안타깝고 답답한 일이다.


  • Favicon of http://www.mediawho.net BlogIcon hangil 2009.07.21 21:56

    반갑습니다~
    드라마를 보고 비슷한 감정과 기분을 느낀 것 같아 더욱 반갑습니다~
    그리구 트랙백 감사하구요~ ^^

    "우리는 정당한 분노를 잊었다. 이건 매우 슬픈 일이다"는 말씀.. 가슴에 남네요.
    분노해야죠. 그리고 분노하는만큼 움직여야겠죠.
    힘냅시다!!

  • 노엘 2009.07.22 08:59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봤으면 좋겠네요.

  • 러블리마마 2009.07.22 09:08

    드라마를 보며 비슷한 감정을 느낀 이들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아직 정의가 살아 있음을
    아직 남아있는 가슴속의 불씨를 본것과 같아 기쁘네여 ~~

  • 진실탐구 2009.07.22 09:35

    다 뻥이고 역사왜곡하는 판타지드라마가 사극이라는 이름으로 시청자들을 세뇌시키는데에 흥분할필요잇나요?하도 뻥을 쳐서 이제는 이드라마보고 역사에 대해서 이렇다고 얘기하면 비웃음당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선덕여왕은 제발 뻥좀 그만치고 역사적사실에 충실하길..그래야 국민이 역사를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알수잇지않을까요?여자작가들의 여자가 세상을 지배했다는 식의 폐미주의 환타지는 이제 그만하는게 좋아요.거짓은 아무리 세뇌해도 사람들에게 안먹히니깐.

    • 000 2009.07.22 09:53

      드라마는 드라마로 보세요. 드라마가 무슨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그냥 퓨전 역사극이라 생각하면 될것을....정말 답답한 사고의 사람이네요

  • 000 2009.07.22 09:52

    그렇죠. 맞다고 봅니다. 선덕여왕의 김유신과 같은 굳은 심지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보통 국민들은 인터넷 검열에 대해 부당함을 느끼면서도 검찰의 자의적인 법해석으로 기소되기 일수고 재판을 해도 부당한 판결임을 암에도 현실에선 범법자가 되니 어쩌겠습니까. 개탄스럽죠. 몇년후에는 민주대통령을 뽑아봐야죠.

  • 동감 2009.07.22 10:34

    어제 그말을 들으니 섬뜩하더만

  • 비공감 2009.07.22 10:59

    그저 갖다맞추기 아닌감? mb가 미실만큼 똑똑한 것도 아니고, 국민이 mb를 두려워하는것도 아니고, 이미 여러차례 시위를 통해 분노를 맘껏 표현하고 있구만.. 현실하고 맞는게 하나도 없는데...

  • ~처럼 2009.07.22 11:55

    "정당한 분노를 잊었다" 동감 합니다..
    오늘 미디어법 직권상정 한다고 난리인데 어떻게 분노를 표출해야 하나 답답하네요..
    매번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ㅋㅋ 2009.07.22 12:31

    진짜 갖다 붙이기 잘한다. 미실이 차라리 보면 핵팽귄이 더 어울리지.

  • 도깨비 2009.07.22 13:13

    아전인수라 하는 고사성어가 참으로 적절한 글이라 생각되오만,
    그대들은 그대들의 생각속에서 스스로가 시대의 선구자로 느끼며 살게지만,
    그대들이 통탄한 바와 같이 몇몇의 시기에 왜 그 옛처럼 국민적인 실제 저항이 없었는지는 그대들이 그대와 다른 생각과 논리를 오로지 거부하고만 있기에 실제 저항이 없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도대체 이득과 이권이 전제된 주의 주장이 얼마나 순수할 수가 있는 것인지?
    그리고 아전인수적인 논리와 궤변이 얼마나 대중에게 먹힐 수가 있을지를 시험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실제 행동을 일으키지 않은 다수 국민은 진정 어리석고 시대의 정의와 흐름을 알지 못해서인지?
    주장하시기 전에 한번더 고민해 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 아나 2009.07.22 13:36

      그런 댁에게 묻고 싶소.
      광화문에 모였던 30만이 넘는 시민들은 뭐라고 생각하오?
      봉하마을에 조문한 500만의 시민은 뭐라고 생각하오?

      4.19에 몇명이 모였는지 아시오?
      5.18때 몇명이 군인들 앞에 나섰는지 아시오?

      규모로만 보면 이미 그때 수준을 넘어선 항거였소.

      다만 그때와 다른 것이 무엇인지 아시오?
      시민들은 폭력을 자제하고 촛불만 들어서 보다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였지만
      정부는 무차별진압으로 시대를 역행했다는 게 다르오.

      이승만은 성난 군중에서 잡혀 죽을까 두려워 물러났지만
      이명박은 착한 군중들이 촛불놀이하다 지치길 기다렸을 뿐이오.

      바로 "정당한 분노"를 우리 스스로 자제한 것이
      이러한 사태를 불렀다고 보오!

  • 감자 2009.07.22 15:36

    외세를 끌어들여서 한반도의 지도를 바꾸어버린 선덕여왕,김춘추,김유신은 이땅의 많은 사학자들이나 국민들이 이들을 비판하고 이들이 미화되지않게 이들을 잘모르는 국민들에게 많이 알려 주었으면 한다.

  • Favicon of http://jualtaswanitamurah.info/toko-speaker/ BlogIcon Toko Speaker 2012.11.30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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