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 그제 대한문 분향소가 강제철거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 나라에 오만 정이 떨어지고 말았다. 아무리 봐도 이건 합동작전이었다. 마치 전리품을 얻은 듯 보수단체 회장의 득의만만한 미소와 시민들의 접근을 막은 채 중구청 직원들이 청소를 하고, 영정을 끌어앉고 우는 한 시민의 모습에선 절망감이 내려앉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폭력을 권하고 있다. 저들은 경찰력과 검찰력을 동원해 자신들의 ‘적’이라고 규정된 이들은 가만두질 않는다. 사돈의 팔촌은 물론이요, 가까운 친지까지 먼지 털듯 잡아 털고 있다.
그뿐인가? 공권력으로 나서기 어려울 때는 보수단체등을 동원해 그들이 물리력을 행사하고 경찰이 뒤에서 방관하며 ‘묵인’하는 형태를 띄고 있다. 대한문 분향소에서 불과 몇십미터 정도 거리에 있던 경찰병력이 가만히 있었다는 사실은 아무리봐도 서로 공모했다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
4대강 살리기와 언론법 개정 과정에서 공청회를 한번 제대로 개최한 적이 없으며, 경기도에선 무료급식 예산을 절반으로 깎고, 조금이라도 시위를 할 것 같은 이들은 뭘 해도 잡아들여 48시간을 꽉꽉 채워 수감하고 있다.
진보단체를 비롯해 조금이라도 옳은 소리를 하는 단체는 지원금을 모조리 없애거나 턱없이 줄이고, 반대로 보수단체들은 신생사업을 하는데도 엄청난 지원금을 몰아주고 있다.
PD수첩 사태는 언론의 본래 기능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1년을 넘게 수사하더니 기어이 재판으로 갔다. 한나라당 초선 의원 40여명은 엄기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지독한 폭력이다. 자신들이 우의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또한 언어폭력은 어떤가? ‘중도실용’이란 말 장난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에게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좌파쪽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회의원 쪽수만 믿고 6월에 단독국회를 강행할 계획이다. 참으로 암욱하고 암욱한 세상이다. 대화와 타협은 사라지고, 오로지 폭력으로 모든 사태를 해결하려 한다. 그들 역시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어머니이며 아내건만.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먹을 것을 뺐고, 일자리를 뺐고, 때리고, 가두고, 모욕하고, 협박하며 능멸한다.
지독한 폭력을 당하는 시민과 단체들은 ‘비폭력’으로 맞서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저들의 무자비한 폭력에 이쪽도 폭력을 꺼내 들 것만 같다. 용산 참사로 다섯 명의 생목숨을 잃은 가족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겨우 6개월짜리 인턴직으로 간신히 희망을 연명하는 청년들의 심정은? 재개발 사업으로 집을 잃은 이들은? 4대강 사업에 국민의 혈세는 무려 20조원 이상이 소비될 지경이고, 물가는 올라가고 살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비록 한시적이라지만 ‘대한늬우스’가 4대강 홍보를 위해 한달간 극장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무섭다. 국민들이 편히 쉬고자 가는 극장마저 저들은 자신들의 홍보마당으로 쓰고, 사상을 자신들의 마음대로 하고자 한다. 이 역시 폭력이다.
폭력이 무서운 것은 당하는 것도 있지만, 폭력을 경험한 이들 역시 폭력을 행사하기 쉬워진다는 데 있다. 다른 상황이 벌어졌을 때 우리가 폭력을 가하고 저들이 당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그건 옳은 상황인 걸까? 미워하면서 닮는다고 우리 역시 저들처럼 괴물이 되는 건 아닐까?
지난 10년의 정권동안 저들에게 관용을 베풀고 기회를 줬건만 오히려 현재와 같은 상황에 처했다. 다음에 기회가 온다면 지난번 처럼 해야할까? 아님 이쪽도 폭력을 행사해야할까? 어렵다. 어렵다.
간단치 않다. 저들이 뿌린 폭력의 씨앗은 ‘증오’와 ‘복수’의 이름으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저들이 뿌린 폭력을 고스란히 우리가 거둬들여야 할지 모른다. 무섭다. 참으로 무섭다. 이런 세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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