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공연 전시

흥미진진한 축구경기 같았던 뮤지컬 ‘비밥’

朱雀 2011. 11. 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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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전 축구경기가 이럴까? 공연 내내 절로 박수가 나고 흥이 나며 터져나오는 웃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제목 그대로 마치 축구경기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한 한편의 뮤지컬이었다!

 -사진출처: PLAYDB
 

지난 25일 오후 450, 필자는 시청역 근처에 위치한 한화 손보 세실극장을 찾아갔다. 오늘 이곳에선 한화메세나 콘서트이자,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공연인 비밥이 펼쳐질 예정이기에. 자리에 앉으니 우와~! 맨 앞자리였다. 여태까지 나름 공연을 다녔지만, 이렇게 바로 무대 앞자리에 앉은 경험은 처음이었다.

 

근데 하필이면 바로 뒷자리에 아직 어린이들이 앉아 있었는데, 필자 때문에 관람에 지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여, 잠자코 듣고 있다가 바꿀래?’라고 물었다. 낯선 사람이니 주저주저했지만, 함께 온 어머님들이 고맙다며 얼른 바꾸게 유도했다.

 


-사진출처: PLAYDB


그 후 편한 마음으로 <비밥>을 관람하게 되었다. <비밥>의 시작은 통통한 MC쉐프와 광속 rpm을 자랑하는 리듬쉐프가 맡았다. 그둘은 신명나는 비트박스를 생목으로 불러대면서 관객들의 흥을 돋구어냈다.

 

그리고 열기가 달아오르자 춤을 잘추는 루키쉐프, 보기만 해도 근육질인 아이언쉐프, 귀여운 큐티쉐프, 허스키 보이스를 자랑하는 섹시쉐프, 그리고 맞수인 그린쉐프와 레드쉐프가 등장했다.

 

그린쉐프와 레드쉐프는 둘다 최고수 쉐프로 둘의 대결이 <비밥>의 주요한 전개내용이었다. 관객석으로 난입해서 주문을 받고, 선택받은 한명의 메인쉐프가 나머지 쉐프들을 이끌고 음식을 만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사진출처: PLAYDB


첫 번째 스시는 그린 쉐프가 맡았는데, 그의 손은 그 자체로 엄청난 식칼이 되었다. 커다란 참치를 순식같에 반토막을 내고, 그것도 모자라서 순식간에 해체-분리 작업을 해내는 그의 모습은 메인쉐프로서 부족함이 없었다.

 

손으로 커다란 참치를 분리하고, 그것을 가지고 다시 스시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코믹하기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러나 더욱 기발한 아이디어가 관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아이언쉐프가 손님에게 나가기 전에 하나를 맛본 말그대로 바다의 맛을 느끼게 된 그의 느낌을 다시 공연으로 표시한 것이었다. 갑자기 암전이 생기더니 배우들의 손으로 바닷속이 묘사되었다.

 

수십 마리의 물고기가 뛰어놀고 문어가 등장하고, 물고기를 잡아먹는 말미잘들이 등장하며 환상적인 묘사를 정말 말그대로 환상적으로 묘사해냈다. 사람의 손으로 묘사했는데, ‘어쩜 저렇게 디테일할까?’라는 생각될 정도로 묘사력이 풍부했다. 단순묘사가 아니라, 나름대로 물고기의 특징과 바닷 속 생태계를 잘 잡아내서 보는 이의 상상력을 최대한대로 끄집어냈다. 거기에 환상적인 큐티쉐프의 노랫솜씨는 마치 사이렌처럼 관객을 끌어당기는 마력을 보여주었다.

 

두 번째 주문은 피자였다. 이번엔 당연히(?) 레드쉐프가 맡았는데, 그는 느끼한 아리아로 시작부터 관객에게 웃음을 주었다. 그의 손에서 도우가 만들어지고, 아이언쉐프와 루키쉐프의 현란한 비보잉으로 도우가 넓게 퍼졌다. 큐티쉐프는 토마토소스를 깔고, 섹시쉐프는 그위에 토핑을 얹어 완성을 시켰다.

 


-사진출처: PLAYDB


세 번째 주문은 치킨 누들이었다! 이번엔 다시 그린쉐프가 맡았는데, 닭 때문에 무척 곤혹을 치루고 말았다. 하필이면 쉐프들이 닭을 몹시 사랑(?)한 탓이었다. 육수를 우려내야 하는 닭까지 사랑하는 그들의 모습은 너무나 이율배반적으로 역설적인 웃음을 이끌어 냈다.

 

마지막은 승자를 가려내는 비빔밥이었다! 앞의 세 가지 음식이 비록 요즘 자주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긴 하지만, 우리의 음식이라 할 수 없어 다소 찜찜한 구석이 있었다. 근데 마지막으로 우리 음식인 비빕밥이 나오니 기분이 좋았다. 게다가 마지막엔 두 쉐프가 모두 나와 각자의 비법으로 비빔밥을 만드니 괜시리 기분이 좋아졌다.

 


-사진출처: PLAYDB



<비밥>은 대사가 거의 없다. 거의 행동과 음악으로 대사를 거의 대신한다. 덕분에 외국인이라도 쉽게 보고 이해할 수 있을 정도다. 신명나는 음악과 마셜아츠를 익힌 배우들의 현란한 액션연기는 80년대 홍콩영화를 보는 착각이 일어날 정도다. 게다가 80년대 홍콩영화는 빛바랜 낡은 필림이라면, <비밥>은 배우들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공연해내니 감회가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최고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아이언쉐프와 루키쉐프의 비보잉은 또 어떤가? 용어를 잘 모르지만, 헤드스핀을 돌고, 두 팔도 부족해서 한 팔로 거꾸로 서서 자신의 몸을 공중에서 회전시키는 모습은 마치 중력을 거부한 착각마저 일어날 지경이다.

 

<비밥>은 관객의 상상력을 무한으로 자극한다! 스시를 만들때는 손이 칼이 되어서 일본 사무라이를 연상시키고, 피자를 만들때는 비보잉으로 도우를 평평하고 얇게 빚어낸다. 요리 중간에 밀가루 반죽(물론 가짜)로 관객석을 향해 수십개를 던지며 호응을 유도해내는 번뜩이는 아이디어엔 두 손 두 발 다 들 지경이었다!

 



-사진출처: PLAYDB

마지막 관객석의 한명에게 선택을 받은 쉐프가 우승하는 결말을 취한 <비밥>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후 신명나는 춤판이 벌어지며 관객에게 특별한 서비스를 한다.

 

<비밥>을 보는 내내 웃음이 떠나질 않고 현란한 묘기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퍼포먼스에 관객석에서 박수와 환호가 끊이질 않았다. 80분의 공연이 끝나갈 때쯤이면 배우들의 얼굴엔 땀이 비오듯 하고, 관객의 손바닥이 빨갛게 달아오를 지경이 된다. 그러나 모두가 함께 공명하여 서로들 신이 나서 어쩔 줄 모른다.

 

<비밥>의 가장 큰 매력중에 하나는 관객을 끊임없이 능동적으로 작품에 참여시킨다는 점이다. 주문을 즉석에서 관객에게 받고, 요리가 완성되면 그를 무대위로 불러내서 이벤트를 진행시키고 자그마한 선물을 준다. 요리를 만드는 중간중간 과정에 관객들이 면을 뽑는 식으로 참여를 시키며 마지막까지 어떤 일을 시킬지 몰라 긴장케 한다.

 

<비밥>은 제목처럼 비보잉과 비트박스와 노래와 마셜아츠 등이 뒤범벅이 되어 하나의 비빔밥처럼 어우러졌다. 우리의 비빔밥이 그렇듯, 그것은 재료 하나하나의 맛이 결합하여 오묘한 맛의 형태를 이룬다. <비밥>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관람하고 호응할 수 밖에 없는 뮤지컬이었다. 공연을 본 이후의 느낌은 즐겁고 행복한 관람이었다’. 무엇보다 보는 내내 단 한순간도 놓칠 수 없는 드라마틱한 축구경기 같은 작품이었다!





 

 

입장할 때도 느꼈지만, 나갈 때보니 많은 어린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그들이 무척 즐겁게 공연한 것을 보니 괜시리 내가 기분이 좋아질 지경이었다. 한화그룹에서 진행하는 메세나 콘서트(클릭!)는 매달 지역 아동센터 및 아동시설에 제공될 공연티켓이 모자이크 조각안에 가려져 있는데, 한화메세나 콘서트 홈피를 찾은 방문객들이 클릭과 메시지를 적으면 가리고 있는 조각이 사라지고 하나씩 티켓이 다 보이면 한명 분이 티켓이 완성되는 방식이다.

 

목표 티켓수 × 2’ 티켓이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한화메세나 콘서트(클릭!) 괜찮지 않은가? 게다가 추첨을 통해 공연에 초대된다고 하니 일석이조 이상의 의미가 있는 문화예술 행사가 아닐까 싶다. 참고로 1230일엔 <너와 함께라면>이 한다고 하니 다함께 참여해봄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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