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공연 전시

인도여행의 충동을 일으키는 ‘인디아블로그’

朱雀 2011. 7.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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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나에겐 참으로 막연한 이름의 나라이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인구규모 (115천만명)를 자랑하며, 2050년경에는 출산율 덕분에 중국을 넘어서서 인구강국이자 경제강국으로 우뚝 설 나라로 일부 서구유럽학자들은 점치기도 한다.

 

비폭력무저항주의의 간디와 네루 수상 그리고 시인 타고르 정도가 내가 아는 인도 인물의 전부다. ! 그리고 미국의 실리콘밸리로 많은 기술자들이 진출할 정도로 IT강국. 그러나 동시에 아직까지 힌두교를 비롯한 종교적 관습이 강하고, 21세기인 현재까지 카스트 제도가 남아있는 나라.

 

물론 블로그를 비롯한 인터넷을 통해 간간히 듣는 소식은 인도를 여전히 신비의 나라로 상상하게끔 만든다. 그러나 <인디아블로그>에서 말하는 것처럼, 소똥과 개똥이 길바닥을 잠식하는 더러움과 강도에게 잡혀가 인신매매는 물론이요, 장기까지 팔린다는 끔찍한 소문으로 여행가는게 겁나는 나라이기도 하다.

 

<인디아블로그>는 그런 나의 선입견과 편견을 완전하게 깨부시지는 못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두 남자의 인도여행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역시 다른 이들처럼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인도에 대한 상상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인디아블로그>에는 두 명의 남자가 등장한다. 혁진은 사랑하는 여자가 자신을 버리고 인도여행을 떠난 것을 블로그를 통해 알고 무작정 여행을 떠난다. 찬영은 사랑했던 여자와 함께 했던 추억을 음미하기 위해 인도를 찾는다. 두 사람은 비행기에서 만나고 이후 여행을 상당 부분 같이하게 된다.

 

얼핏 버디영화를 떠나게 하는 이야기전개는 실제로 그런 면에서 일맥상통한다. 그들은 답답하고 복잡한 서울을 떠나 모든 것이 답답한 인도에 전혀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도시를 이동하기 위해선 지독하게 불편한 교통편과 보통 20-40시간 걸리는 이동시간은 현대인이라면 짜증 때문에 미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극중 혁진이 34일이나 걸리는 이동시간 때문에 기차에서 뛰어내리고 싶었다라는 표현은 성질 급한 도시인의 마음을 솔직하게 엿보게 해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별이 쏟아질 듯 많다는 사막의 하룻밤이나 밤마다 화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바나라시의 이야기는 이국적인 느낌을 더해준다. 사랑하는 왕비를 위해 기꺼이 왕위에서 쫓겨나면서까지 샤 자한이 지었다는 타지마할 이야기 등은 듣는 것만으로 여행의 낭만을 느끼게 해준다.

 

바나라시에서 할 일 없이 노래나 부르면서 짜이를 마시면서 몇 개월을 보낸다는 그들의 이야기는 바쁜 세상에 시간낭비나 하는 거냐?’라는 반발을 불러일으키면서, 동시에 매일매일 어렸을 때는 공부로 커서는 회사일로 바쁘게 살아온 우리에게 부러움을 선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인디아블로그>는 요즘의 연극들이 그렇듯 유쾌하다. 두 사람의 익살맞은 표정이나 예상외의 재치 있는 대사는 자칫 여행일정과 인도의 도시 등을 소개하는 긴 대사 탓에 지루해지기 쉬운 관객을 몰입하게 해준다.

 

또한 약 90분 동안 온몸에서 땀이 뻘뻘 흘릴 정도로 열연하는 두 배우의 모습은 이야기에 귀 기울 수 밖에 없게 만든다. 게다가 인도의 모습과 두 배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동영상을 스크린에 시시때때로 보여줌으로써 여행적 사실감을 배가시켜준다.

 

실제로 <인디아블로그>제작진은 인도를 찾아가 34일간 직접 여행함으로써 인도를 느끼고자 애썼다. <인디아블로그>의 두 남자는 다른 로드무비의 주인공들이 그러하듯이, 여행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성장한다.

 

그런 단순함은 뻔하면서도 동시에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이 들게 한다. 그걸 흔한 감동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왜냐하면 나는 로드무비는 많이 보았지만, 연극으로 그런 과정을 겪은 건 처음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나에게 지금 제일 후회하는 게 무엇이냐?’라고 묻는다면, ‘여행을 별로 해보지 못한 것을 들고 싶다. 29살에는 너무 답답한 나머지 일본으로 무작정 떠났지만, 그 이후론 제대로 된 여행을 해본 적이 없었다.

 

여행은 돈 있을 때 하는 것이란 나의 생각은 유람이란 사실을 최근에 여행블로거들을 만나면서 알게 되었다. <인디아블로그>에서 말한 것처럼, 비행기삯을 제외하고 150만원을 준비하면 인도에서 최고급 호텔에서 최고급 음식을 먹으면서 한달 넘게 지낼 수 있다고 한다. 만약 그 돈을 아낀다면 더 오래 머물 수 있다는 말이다. 요컨대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의지가 문제라는 이야기다.

 

언젠가 어떤 책에서 여행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혼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낯선 곳에 가서 자기와는 다른 언어로 떠드는 환경 속에서 온전히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다고. 일본에서 약간 그런 느낌을 받았지만 그곳은 너무나 현대적인데다 별로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지를 못했다.

 

인도도 물론 대도시는 다른 나라의 도시와 별 다를 바가 없겠지만, 도시화가 덜 진행된 곳을 찾아다닌다면 인도의 특유의 느낌과 감흥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인디아블로그>는 서두에서 밝혔지만, 막연한 인도여행에 대해 조금은 더 상상력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했다. 그저 언젠가 가야지되도록 빨리 떠나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바꾸게 만들었다. 아직 늦지 않았다. 나는 떠날 것이다. 그곳이 인도가 아니라 어디라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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