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안녕하세요’가 무서워진 이유

朱雀 2012. 2.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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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안녕하세요>를 보면서 정말 더 이상 이 프로가 방송되어야 할까?’라는 고민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전국고민자랑이란 컨셉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의 고민을 자랑하기 위해 나오는 것이다.

 

예전에는 감동적인 사연이 어느 정도 있었지만, 이젠 그 선정성에서 도를 지나쳤다고 여겨진다. 첫 번째 사연은 집에서 닭을 키우는 사연이었다. 딸만 넷인 집안에서 첫째가 닭을 끔찍이 사랑하는 장면에서 만감이 교차했다.

 

분명 사람이 아닌 닭에게 애정을 기울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김윤아의 말처럼 독립해서 키워도 되는데, ‘닭이 외로워한다는 이유로 가족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는 부분에서 살짝 인상을 찌푸리게 되었다. <안녕하세요>는 예능프로이지 상담프로가 아니다.

 

게다가 전후사정을 우리가 완벽하게 알 수가 없다. 하여, 함부로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 첫 번째 사연도 정도가 심한 것은 사실이었다. 닭이 쪼고 발톱으로 할퀴어서 큰 상처가 생겼는데도 닭만 생각하는 부분에서 어이가 없어졌다.

 

그러나 네 개의 사연을 모두 듣고나니 첫 번째는 애교에 가까웠다! 두 번째 사연은 14살 여자아이가 비타민 때문에 들고 나온 고민이었다. 평상시 20알이 넘도록 비타민을 먹는 사연은 놀라웠다. 게다가 엄마와 아빠는 30알 정도를 먹는다니...이건 정말 큰일날 일이다!

 

약은 약사에게라는 말이 있듯이, 약은 필요할 때만 써야지, 아무리 비타민이라도 다량섭취를 오랫동안 하면 큰일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연을 들어보니 단순히 비타민만 먹이는 게 아니라, 아무리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고, 심지어 딸이 쓰러져도 상태를 봐서 병원에 가겠다라는 어머니의 말은 공포스러울 지경이었다.

 

게다가 단순 따져봐도 일년에 비타민제 값으로 600만원이 넘는다면, ‘정말 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세 번째도 무시무시했다. 톱스타병에 걸린 남편의 이야기였는데, 평상시 멋을 내고 품위유지를 위해 한달에 100여만원 들어가는 것 까진 그렇다라고 이해했다. 그런데 아파서 쓰러진 아내에게 머리를 해달라고 고데기를 들고 간 사연에선 할말을 잃고 말았다.

 

마지막은 더욱 심했다! 마지막 사연은 자신이 보는 모든 돈을 복권을 구입하는데 쓰는 남자의 이야기였다. 그는 복권을 사는데 일주일에 20만원 이상을 쓰고, 돈이 부족하면 친구와 가족에게까지 빌려서 쓰는 인물이었다.

 

자우림 멤버 김윤아의 진단이 제일 확실했다. 세 번째 사연의 주인공인 여성은 이미 결혼을 했기 때문에 이혼하라고 말할 순 없었다. 그러나 네 번째 사연의 여성은 그냥 교제중인 상황이었다.

 

관객의 반응을 보고 남자친구는 어느 정도 충격을 받아서 ‘1주일에 다섯장만 사겠다라고 했지만, 이미 복권에 중독되어서 그 말을 믿기란 참으로 어렵다. 왜냐하면 평상시 생활패턴을 고려했을 때, 이미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상태는 지났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는 기본적으로 예능 프로이기 때문에, 고민을 들고나온 이들의 사연을 재밌고 웃기게 반응하게끔 꾸밀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두 번째 사연을 듣는 순간부터 소름이 돋고 오싹해졌다.‘이걸 보고 웃으란 건가?’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정도 사연이면 정신과 상담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만이 계속해서 들었다. 부인이 아파서 쓰러진 상황에서 119에 전화를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모자와 옷을 고르면서 고민하는 남편과, 남편과 아이가 아파서 쓰러질 지경인데 비타민에만 집착하는 어머니, 자신이 본 모든 돈을 복권구입에 쓰고도 부족해서 주변에 거짓말을 해서 어떻게든 구입하는 남성.

 

이 모든 이야기들은 그저 웃고 지나치기엔 그 정도가 너무 심했다. 물론 방송에선 전후사정이 모두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함부로 말을 하긴 어렵다. 게다가 고민을 두드러지게 해야하기 때문에 일부 내용은 분명 과장된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웃고 넘어가기에는 그 수위가 너무 세다고 여겨진다. 만약 고민이 사실이라면, 이건 방송이 아니라 주변에서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다. 만약 방송내용이 과장된 것이라면, 시청자들의 항의가 넘어서서 '폐지'를 요구해야 한다고 여겨진다.

 


복권남의 여자친구에게 '왜 헤어지지 못하냐?'란 질문에 '혹시 모르잖아요 될지'라는 말은 아무래도 연출인 듯 싶다. '진심'이라고 생각조차 하기 싫을 정도다.  


오늘날 예능방송은 폭로를 비롯해서 점점 강도가 세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래야만 시청자들이 반응을 보이고 시청률이 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 방송이 옳은 것일까? 시청률을 위해 한 가정의 심각한 고민을 우린 그저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 집안의 어머니가 비타민을 맹신하고, 남편이 아내가 위험한데도 자신의 스타일에만 신경 쓰고, 복권에만 집착할 정도로 우리 사회가 병든 것은 아닐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공포가 일어날 지경이었다.

 

지금처럼 강력한 고민은 방송의 자극성만 키워서 <안녕하세요>의 폐지를 시청자들이 요구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부디 <안녕하세요>제작진은 선정적인 방송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고민자랑을 할 수 있을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 여겨진다.

 

시청자의견 게시판을 비공개로 전환시켜서 당장의 논란을 피하려는 모습은 스스로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행위일뿐이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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