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전미선도 살리지 못한 ‘승승장구’

朱雀 2012. 3. 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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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승승장구>를 보면서 몹시 후회하고 말았다. ‘차라리 이 시간에 다른 방송을 보거나 책을 읽거나 할 것을라고 말이다. 전미선이 누구인가? 현재 시청률 40%대를 기록하는 <해품달>에서 미친 존재감을 보여주는 국무 장씨가 아니던가? 얼마 전 KBS에서 끝난 주말극 <오작교 형제들>에서도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고, 그 이전에 <제빵왕 김탁구>에서 윤시윤의 엄마역으로 또한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준 인물이었다.

 

그녀의 인생은 예상대로(?) 매우 드라마틱 했다. 많은 연기자들이 그렇듯이 오디션장에 우연히 왔다가 나눠준 대본을 보고 본능적으로 대사톤을 느끼고 그대로 읽어서 캐스팅 되었다는. 정말 전설적인 캐스팅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나 그런 순조로운 출발과 달리 그녀의 얼굴에서 풍겨져 나오는 포스 때문에, 당시의 그녀로선 도저히 소화할 수 없는 풍진 여성의 삶을 연기함으로써, 그녀는 혹평에서 시달려야 했다.

 

그리고 무려 5년간이나 두문불출하면서 집에서 지내면서 우울증이 오고, 결국엔 스스로 생을 끝맞치겠다는 끔찍한 생각까지 했었단다. 그러다가 죽기 전에 자신이 무엇을 해왔는지 되새기기 위해 노트에 쓰다가, 이름 외엔 쓸 것이 없어서 그때부터 닥치는 대로 일을 해왔다는 그녀의 이야기는 그저 놀라울따름이었다!

 

전미선의 인생이야기는 그 자체로 드라마였다! 만약 강호동이 진행하는 <무릎팍 도사>에 그녀가 출연했다면 그녀의 인생역전은 때론 감동적으로 때론 폭풍처럼 다가왔을 것이다.

 

그러나 존재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승승장구>의 네 명의 MC들은 좋게 이야기해서 전미선이란 배우를 불러서 그저 청중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배우인 김승우는 나름대로 맞장구도 치고, 배우의 고충을 아는지라 그럼요라고 연발했지만.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

 

탁재훈과 이기광은 5년간 두문불출했다는 말에

무슨 올드보이도 아니고’ ‘혹시 만두만..’ 이란 식의 무리한 멘트를 던졌다. 너무 무리했던 탓일까? 전미선은 그냥 계속 이야기를 해나갔다. 아마 맞장구 치기도 애매하고, 뭐라고 그 상황에서 대꾸하기도 그랬으리라.

 

오히려 몰래 온 손님인 정경순이 나오자, 방송이 활기가 찼다. 정경순은 <상상플러스>에 출연한 자신을 탁재훈이 못알아보자 벌컥 성을 내다가, 탁재훈이 공손하게 대하자, 다시 사근사근하게 말하는 등의 대처로 웃음을 이끌어냈다. 게다가 평상시 살림을 하지 않는 전미선의 생활을 고발하고,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탁재훈을 보면서 내가 존재감이 없어서 그래라는 식의 넋두리로 큰 웃음을 주었다.

 

한마디로 다소 무능한 네명의 MC대신 토크를 리드해가며 활력을 불어넣었다. <승승장구>에서 전미선을 부른 이유는 <오작교 형제들>이란 작품에 출연한 탓도 있지만, 현재 40%대의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해품달>에 출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초반에 나오지만 시청률 올라라!’<승승장구>의 속내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전미선 같은 모시기 힘든 게스트를 앉혀놓고도 전혀 아무런 감동도 화제도 일으켜 내지 못하는 무능함이다.

 

아마 이수근은 말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승승장구>의 주인공은 누가 뭐라해도 김승우다. 따라서 그보다 다른 엠씨들이 두드러져 보인다면, 뭔가 중심이 어긋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몹시 고뇌하는 이수근의 표정을 자주 접하게 되었다. 물론 이는 철저히 혼자만의 착각일 수 있지만, 그만큼 답답한 탓도 크다.

 

<무릎팍 도사>가 사라진 이후, 게스트를 모셔놓고 토크를 하는 프로는 현재 <힐링캠프><승승장구> 정도 뿐이다. 그러나 <힐링캠프>가 예쁘지만 확실하게 포인트를 짚는 한혜진과 거친 입담의 이경규, 재치있는 김제동이 포진하며 나날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과 달리, <승승장구>는 별다른 화제를 불러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오랜만에 <승승장구>를 봤다가 오히려 <힐링캠프>가 얼마나 잘 진행하고 있는 것인지 새삼 깨달았다. 차라리 전미선이 <힐링캠프>에 출연했다면 더욱 재밌고 알찬 방송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제대로 전미선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귀기울여 편안하게 듣는 것도 아니고, 요새 예능의 대세처럼 수위가 센 질문을 팍팍 던지는 것도 아니고, 실로 어중간한 토크쇼가 바로 <승승장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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