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현의 재발견, ‘21세기 가족’

 

드디어 기대만발이었던 시츄에이션 드라마 <21세기 가족>이 첫방송을 탔다! 보고 난 소감은 ‘시트콤 종결자 탄생’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남자 셋 여자 셋> <세친구>의 송창의 PD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해서 이름을 올린 것이 전혀 부끄럽지 않을 정도였다.

 

<21세기 가족>의 캐스팅은 케이블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다! 40년 연기내공을 자랑하는 이덕화는 한물간 연예인으로 실명 그대로 등장하고, 항상 활달하고 남성적인 역할만 맡아온 이훈은 여기선 ‘이성기’란 다소 우스꽝스러운 이름으로 소심 A형 정신과 의사로 열연해서 웃음을 준다.

 

이혼을 한번 한 것을 최악의 콤플렉스로 아는 이금표(오윤아)는 1화에서 서로 말다툼을 하면서, 이훈이 제일 싫어하는 ‘돌팔이’라 말하고, 자신은 ‘이혼녀’라는 소리를 서로 들으면서 해묵은 상처를 헤집는 부부관계를 통해 우스꽝스럽지만 리얼한 ‘21세기 가족’의 모습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극중 이덕화와 20살 차이가 나는 부인은 오은미역의 오승현이었다! 1997년 슈퍼엘리트 모델출신인 그녀는 화려한 외모로 오윤아와 미모대결을 펼치는 여배우다.

 

그러나 오윤아가 <올드미스 다이어리><연애시대><공부의 신>등등 대표작이 있는 것과 달리, 오승현은 딱히 대표작이라 할만한 작품이 없다. 물론 그녀는 <백설공주><킬러들의 수다><내 남자의 로맨스>등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문제는 이전까지 그녀가 맡은 작품들은 그녀의 화려한 외모 만큼이나 잘 나가는 연예인이나 재벌 2세 등으로 주로 출연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필자가 많이 보진 못했지만 그녀의 몇몇 출연작에서 딱히 공감이 갈만한 구석은 별로 없었다. 그녀의 발성도 그렇고 맡은 역할 역시 뭔가 잘 안 맞는 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1세기 가족>만큼은 그녀에게 딱 맞는 옷이 될 것 같다. 오은미는 이덕화의 전 팬클럽 회장으로 백치미가 흘러넘치는 여성이다. 소방원도 아니면서 소방옷을 입고 누나 이미도를 돕기 위해 나서는 덕화의 아들 이동표에게 ‘파이팅 아들’이라고 말하고, 동표의 오랜 친구인 암벽등반가 지섭이 나타나자 근육을 만지면서 ‘어머 딱딱해’라고 말하는 모습 등은 그 자체로 코믹해서 웃지 않을래야 안 웃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은표의 막내딸 세나가 ‘할머니’라고 말하자, 듣기 싫다며 토라져버리는 그녀의 이중성은 아직 30대 중반인 그녀의 정체성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젋은 남성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 같으면서, 결국 1화의 마지막엔 남편인 이덕화가 선물해준 값비싼 목걸이에 황홀해하는 그녀의 모습은 보석 앞에서 한없이 약해지는 여성의 모습을 잘 구현해냈다.

 

그동안 항상 빛나고 진중한 모습을 보였던 오승현은 <21세기 가족>에선 그런 모든 것을 훌훌 던저버렸다. 그리고 정말 은미역에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그동안 참았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의 연기는 자연스럽고, 우습다. 그러나 그녀의 그런 모습은 기본적으로 남편 이덕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전제되어 있고 선한 구석이 있기 때문에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물론 오승현의 모두 완벽한 것은 아니다. 아직은 상대역인 이덕화와 살짝 어색해 보이는 부분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건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저절로 해결될 부분이라 여겨진다.

 

오승현은 극중 거의 비슷한 나이대인 이덕화의 딸인 오윤아와 주로 갈등하게 될 듯 싶다. 세나를 시켜 제일 싫어하는 ‘할머니’란 말을 하게끔 유도하고, 예고편에선 일부러 오승현에게 만만치 않은 손자-손녀들을 보게 해서 골탕을 먹이려고 하니 말이다. 2화에서 벌써부터 두 사람이 펼칠 연기대결이 기대될 정도다!

 

시트콤에 나오는 캐릭터답게 화려한 외모와 달리 빈 공간이 많고, 항상 킬힐에 몸매가 돋보이는 옷을 입고, 자신의 남편이 예전에 유명한 연예인이었음을 자랑하고픈 모습 등의 다양함을 갖춘 오승현표 오은미는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매우매우 기대된다. 따라서 당분간 매주 일요일밤 10시 50분에 tvN앞에서 기다리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