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놀라운 정유미의 악녀연기! ‘옥탑방왕세자’

朱雀 2012. 3.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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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밝게 빛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정답은 바로 어둠이다. 어둠이 짙으면 짙을수록 상대적으로 빛은 밝게 보이는 법이다. 당연한 이야기를 서두에 꺼내는 것은 선한 주인공을 말하기 위함이다.

 

<옥탑방 왕세자>에서 빛나는 착한 주인공을 들자면 한지민이 연기하는 박하일 것이다! 어린 시절 박하는 새언니 홍세나가 트럭에 자고 있는 것을 그냥 내버려 둠으로써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 했다.

 

전생에서 두 자매의 악연은 언니 화용이 세자빈이 되고 싶어서 동생인 부용의 얼굴을 다리미로 화상을 입힘으로서 극을 달린다! 정유미는 300년을 건넌 세월을 동생과 그런 악연을 쌓은 여인을 연기해야만 했다.

 

한지민은 이미 지난 포스팅에 언급했지만 놀라운 연기력으로, 300년전에는 가리개를 쓴 청초하고 자수를 잘 놓으며 시까지 잘 짓는 여인으로, 300년후에는 1톤 트럭을 몰면서 생활력 강한 억척스런 연기를 잘 해냈다.

 

따라서 이제 박하가 더욱 돋보이기 위해선 악역이 절실해진다. 사실 처음에 정유미가 악역을 맡게 되었다고 했을 때,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되었다. 그녀는 전작 <천일의 약속>에서 오빠바보로 나오지 않았던가?

 

4화에서 그녀의 악녀연기는 제대로 폭발했다! 3화에서 홍세나는 눈의 가시인 동생 박하를 눈앞에서 없애기 위해, 그녀가 청과물 가게의 잔금을 치르기 위해 필요한 4천만 원을 가방에서 훔쳐냈다.

 

박하는 4천만원이 없어진 탓에 잔금을 치루지 못해 가게문을 닫고 망할 위기에 처해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급한 마음에 찾아간 양어머니에게 4천만원을 빌리려 하는데, 그때 나타난 홍세나는 미운 말만 골라한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는 둥으로 속을 박박 긁고, ‘그 돈 내가 해줄게. 대신 미국으로 떠나라고 부탁한다. 이미 그녀가 박하의 수표를 훔치고, 찾지 못하게 찢어버린 것을 아는 시청자의 입장에선 당장 들어가서 욕설을 날리고 뺨을 날리고 싶을 정도로 그녀의 악녀연기는 실로 뻔뻔하기 이를 데 없었다!

 

덕분에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하는 한지민의 모습은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정유미가 연기하는 홍세나는 이미 아역 전문 연기자인 김소현이 실로 실감나게 악녀연기를 선보였다.

 

김소현은 <해품달>에서 연우의 세자빈 자리를 뺐는 윤보경으로 출현해서 시청자의 눈도장을 받았다. 그런 그녀가 <옥탑방 왕세자>에서 비슷한 역을 수행함으로써 시청자의 호기심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김소현의 연기를 이어받은 정유미는 노련한 연기자 답게 어린 시절 박하를 자신이 버려놓고도, 그녀가 어린 시절 사고로 기억하지 못하자 뻔뻔하게 우리 가족 아니야라는 말을 내뱉으며 가족을 만나 기뻐하는 박하의 속을 제대로 뒤집어 놓았다.

 

이후 박하가 자신의 집에 찾아와 밑반찬과 청과를 가져다 놔도 싫어하고, 이삿짐을 나르기 위해 와도 싫어하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그건 양심의 가책을 받기 때문이다.

 

필자가 정유미의 연기력에 감탄스런 부분은 <옥탑방 왕세자>에서 현재로선 그녀의 분량이 별로 많지 않은 탓이다. 4화까지 내용을 보면 주로 왕세자인 이각과 박하의 이야기가 주로 나올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따라서 정유미의 분량은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아직까지는. 그런 상황에서 악역이 시청자의 기억에 선명하게 남을 정도로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용태무역의 이태성은 미국에서 사촌인 용태용을 요트에서 실수로 죽인 다음, 자기가 여회장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 행방불명 되었다고 한 이후, 꼭 닮은 이각을 보면서 내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용태무는 이각을 때리기도 하고, 용태용을 닮은 이각이 할머니 여회장의 눈에 띄지 않도록 갖은 방법을 동원한다. 그러나 용태무의 친아버지는 할아버지가 다른 곳에서 본 자식인지라 반쪽짜리 혈육에 대한 뿌리깊은 열등감과 패배의식이 있다.

 

따라서 그런 행동이 미움보다 연민으로 다가오는 경향이 있고, 내내 두려워하는 이태성의 디테일한 연기는 악당보다는 오히려 불쌍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그러나 정유미는 한지민에게 표독스럽고 못되게 굴어서 악녀본능을 멋지게 소화하고 있다.

 

게다가 차기 회장 후보로 올라선 용태무의 부인이 될 야망이 있기 때문에, 차후 여회장이 자신의 친손자로 생각하는 이각에게 잘 보이려할 공산이 매우 크다. 따라서 옥탑방의 주인으로 이각을 잘 대해준 자신의 동생 박하를 다른 식으로 괴롭힐 가능성이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다 하겠다.

 

<옥탑방 왕세자>는 박유천과 한지민의 능청스런 코믹연기와 눈물이 쏙 빠지는 열연으로 기대되지만, 동시에 정유미의 악녀연기도 더더욱 기대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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