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결말까지 1화 밖에 남지 않은 <하이킥 3>는 결국 우리에게 이별을 고하는 주인공이 생겨났다. 바로 윤계상이었다! 윤계상이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가려는 르완다는 잘 알려진 대로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곳이다. 윤유선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 TV를 보다가 르완다가 반군사태로 혼란하게 되자, 윤계상의 르완다행을 결사반대한다.
눈물까지 흘리며 반대하는 누나를 보며 윤계상은 결국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우리가 <하이킥 3>를 쭈욱 보면서 안 사실이지만, 윤계상은 한번 정한 것에는 결코 고집을 꺾는 일이 없는 인물이다.
그는 천성적으로 자기자신보다는 남을 위한 봉사를 하는 것이 ‘더 즐겁고 더 행복한 사람’이다. 어떤 사람은 ‘왜 힘들게 해외봉사를 하느냐? 국내에도 도울 사람은 차고 넘친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차인표가 <힐링캠프>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은 생활이어야 하고, 외국의 어려운 이들 역시 도와야 한다’는 식의 말을 한 적이 있다. 참으로 의미있는 명언이라고 생각한다.
국내에도 물론 어려운 이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비록 복지가 잘 되어 있지 않고, 여러 가지 문제가 많지만 기본적으로 국민소득 2만불이 넘는 사회다. 어려운 사정이 알려지면 그 즉시 주변의 온정이 모아지고 그 사람은 금방 어느 정도 안정화될 수 있게 된다.
그에 반해 르완다 같은 곳의 이들은 주변의 도와줄 손길이 무척 적다. 아프리카는 또 어떤가? 그곳에선 1초마다 68명의 아이들이 굶어죽어간다고 한다. 그들에겐 희망조차 없기에 그저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힘없는 시선으로 하늘을 무기력하게 바라보는 일밖에 할 수 없다.
누구보다 그런 이들을 긍휼히 여기는 윤계상은 작은 도움이나마 보태고 싶기에 외면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헤어지는 방법이다. 윤계상에게 윤유선은 어머니와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윤유선은 동생 윤계상을 엄마처럼 보살폈다. 따라서 그런 누나가 울면서 반대하는 데 윤계상 역시 괴롭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윤계상에겐 윤유선 말고도 헤어져야할 대상이 한명 더 있다. 바로 김지원이다. 땅굴로 연결된 이후, 이상하게 여러 차례 마주치면서 정이 싸인 인연. 그게 김지원이다.
아마 윤계상이 김지원에게 강하게 끌렸던 것은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고 그게 대한 깊은 안목을 지니고 있으며, 무엇보다 두 사람의 영혼의 상처가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뉴질랜드의 눈속에서 아버지를 잃은 김지원과 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읜 윤계상은 다른 이들은 절대 나눌 수 없는 무언가를 나눈 사이다.
따라서 윤계상이 생일을 얼마 앞둔 김지원에게 그녀가 잃어버린 소중한 아날로그 카메라를 선물로 준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고 본다. 인생은 때론 설명할 수 없지 않는가? 중고 카메라샵에 갔다가 우연히 김지원의 카메라를 본 것처럼 말이다.
윤지석-박하선 커플 역시 이별의 전조가 느껴졌다. 박하선의 어머니의 병세가 심해졌고, 그 탓에 박하선은 이번에 미국에 가면 어쩌면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는 상태다.
차마 그 말을 할 수 없었던 박하선은 밀린 데이트를 한다는 핑계로 ‘추억’을 한가득 만든다. 함께 사진도 찍고 게임도 하고 시범경기도 보고, 아직 벚꽃이 피지 않은 여의도 벚나무 길에서 키스를 하고...
우리 인생은 살다보면 ‘원치 않는 이별’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그건 운명이다. 거역할 수 없는 운명! 그러나 우린 비록 이별을 할지라도 소중한 추억은 서로에게 남길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윤계상이 김지원에게 준 아날로그 카메라다! 아날로그 카메라는 지금의 디지털 카메라와는 달리 찍은 자리에서 확인할 수가 없다. 오로지 찍은 후에 현상을 해야지만 어떤 결과물이 찍혔는지 알 수 있다. 게다가 필름은 한정되어 있기에, 찍기 전에 머릿속으로 결과물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지만 결과물을 제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역으로 그런 귀찮음과 아날로그적 특성 때문에 더욱 결과물은 소중해진다. 모르고 찍은 윤계상의 사진이 남은 것처럼 ‘우연’도 겹치고 말이다. <하이킥 3>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전작들과 달리 이순재와 진지희 같은 캐릭터들을 사용치 않았다. 김병욱 PD는 이순재와 진지희 같은 인물이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볼거리와 웃음거리를 선사한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그러나 그런 식의 재탕-삼탕은 스스로의 생명력을 좀먹을 뿐이다. <하이킥 3>가 전작과 달리 인기가 덜 한 것은 모두가 인정하듯이 오늘날 우리 현실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백수가 늘어만 가고 취직은 어렵고, 건실한 기업은 부도가 나고, 가족들은 길거리에 나앉고, 학교에는 각종 폭력이 난무하고, 사회에는 온갖 비리가 횡횡하고...열거하자면 끝도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그런 잔인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드라마에 몰입하고 열광한다! 최소한 그 시간만큼은 현실을 잊기 위해서. <해품달>이 인기 있는 것은 아마도 그런 사회적 배경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린 잔인한 현실을 직시해야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한발자국이라도 벗어날 수 있다. 아마도 김병욱 PD는 힘들고 눈물겹지만 동시대인들에게 그런 메시지를 던지고자 기꺼이 인기를 어느 정도 포기하는 전략을 선사한 것 같다.
어떤 이들은 이번 화를 보면서 ‘일부러 이상하게 끝내려는 것 같다’라는 식으로 평한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말이다. 요즘처럼 힘든 세상에서 <하이킥>마저 불행하게 끝난다면 정말 짜증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지만 우린 모든 것과 이별해야 하고, 작별을 고해야만 한다. 사랑하는 연인도, 가족도 언젠가는 헤어져야 한다. 우리가 그 이별을 어떻게 대처하느야에 따라서, 아름답게 기억할 수 있다. 우린 운명을 이길 수 없다. 그러나 소중한 추억 한조각을 간직하며, 희망을 노래할 순 있다. 아마도 <하이킥 3>가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가 그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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