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런닝맨>은 ‘첫사랑 레이스’로 꾸며졌다. 주인공은 놀랍게도 최근 <해품달>에서 연우역을 맡았던 한가인이었다! 따라서 런닝맨의 송지효를 제외한 모든 남성 멤버들이 열광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문제는 이번 <런닝맨>은 너무나 한계점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우선 한가인이 나왔기 때문에 <해품달>의 이미지를 차용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한가인은 이번에 영화 <건축학개론>에 출연했다.
따라서 그녀의 최근 두 작품이 겹치는 ‘첫사랑’을 가지고 한가인이 기억상실에 걸려서 <런닝맨>의 멤버중에 첫사랑이 누구인지 알아맞히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설정 자체는 그다지 나무랄 데가 없었다.
문제는 긴장감을 자아내기가 여럽다는 부분이었다. <런닝맨> 멤버중에서 한가인의 첫사랑 상대로 가장 적합한 인물은 유재석 아니면 김종국이다. 그러나 이렇게 진행될 경우 너무나 뻔해서 재미가 없다.
따라서 의외의 인물이 가장 좋다. 그러나 지석진으로 하기엔 너무나 임펙트가 떨어지고, 송지효로 한다면 아직 우리 정서에선 받아들이기 불가능한 컬트가 되어버린다. 이런 식으로 용의자(?)를 줄이다보면 하하-개리-이광수 정도로 좁혀지고 만다.
그런데 이들 캐릭터는 이미 ‘멋진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게 이미지가 형성되어 버렸다. 따라서 이 세명 중 누구와 한가인이 연결되든 재미가 없어질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세기의 미모를 자랑하는 한가인이 런닝맨 멤버들에게 ‘힌트 좀 알려주세요’라고 하는데, 이겨낼 수 있는 인물은 아무도 없다.
실제로 김종국은 보여달라고 하자마자 바로 보여줬고, 그나마 튕기던 이광수조차 한가인이 애교를 두 번 정도 떨자 곧장 보여주고 말았다. 이건 어떤 의미에서 당연한 일이다. 게스트를 그것도 여배우를 모셔놓고 홀대를 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한가인은 미인이지만 말이다.
기억을 잃은 한가인이 랜드마크에 숨겨진 그림일기를 찾아서 힌트를 조합해가는 장면은 그 내용 자체로 재미를 주기 힘들었다. 실제로 유재석이나 송지효 같은 에이스조차 이번 에피소드에선 그다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뭔가를 찾아내고 쫓고 쫓기는 레이스를 펼쳐내기엔 에피소드 자체가 긴장감이 부족한 탓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능력자 김종국은 ‘양명군’이 되어 재미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
김종국은 스스로 양명이라고 하면서 역할극에 몰입했다. 처음에는 너무 노골적으로 <해품달>의 양명군을 보여주는 것 같아 어색하게 느껴졌다. 드라마가 기승전결을 통해 시청자가 몰입할 수 있는 시간과 이유를 주는 것과 달리 <런닝맨>은 그저 패러디에 지나기 않으니까. 몰입하는 데 한계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김종국은 한가인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자신이 찾은 단서는 물론, 같은 팀이 다른 멤버가 찾은 그림일기까지 보여줬다. 마지막엔 그것도 부족해서 기억을 찾은 한가인이 우승을 위해서 필요한 이름표를 위해 기꺼이 속아주었다.
한가인은 능력자 김종국을 속이기 위해 ‘비행기 좌석밑에 그림일기를 숨겨놨다’고 말하면서 유인했다. 순순히 김종국이 그곳으로 향하자 틈을 보다 뒤로 달려가서 김종국의 이름표를 떼어냈다.
놀라운 것은 그 순간 김종국이 보여준 미소였다. 하긴 능력자 김종국이 한가인의 술수를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러나 김종국은 순순히 속아줬고, 기꺼이 희생했다. 심지어 자신이 갖고 있던 다른 멤버의 이름표까지 건네주면서 한가인이 이번 에피소드에서 우승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요즘의 예능이 어려운 점은 스스로 캐릭터와 이야기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나 <런닝맨>처럼 임무를 수행하면서 뛰면서 매순간 기지를 발휘해야 하기 때문에 너무나 어렵다. 김종국은 이번 ‘첫사랑 레이스’에서 사랑하는 연우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한 양명군처럼, 게스트 한가인을 위해 기꺼이 아웃당하는 모습을 통해 진정한 양명군으로 거듭났다.
이번 에피소드에서 <런닝맨> 멤버중에서 가장 빛난 인물은 누가 뭐라해도 김종국이었다! 그는 스스로 역할을 부여했고, 그 역할을 120% 아니 200% 이상 소화해내면서 자칫 지루할 뻔 했던 <런닝맨>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는 비록 주연은 아니지만 빛나는 조연의 역할을 너무나 멋지게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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