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21세기에 가족이란 무엇일까? ‘하이킥 3’

朱雀 2012. 3. 23. 07:00
728x90
반응형



어제 <하이킥 3>는 참으로 의미 있는 회차였다. 두 가지 스토리의 귀결점은 하나같이 ‘21세기에 가족은 무엇인가?’라는 참으로 간단하지만 어려운 물음을 던지고 있었다.

 

먼저 안내상의 경우엔 8천만원의 복권당첨금이 생겼다. 1등이 아니라 2등이었다는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사실 처음엔 내심 1등이 당첨되어서 몇억원이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그렇게 되면 인생은 한방이다라는 한탕주의를 <하이킥 3>가 미는 형국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복권당첨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까 싶었는데, 2등이라 8천만원 정도 밖에 되질 않았다.

 

8천만원도 적지 않은 돈이지만, 그걸로 뭔가를 해보기엔 참으로 애매하다. 일례로 안내상은 친구 우연히가 30억원을 가지고 튀었기 때문에, 빚도 갚을 수 없다. 당장 처남인 윤계상에게 빌린 1억원을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아내인 윤유선은 우선 윤계상의 돈을 갚으라고 권하고, 작은 처남인 윤지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장인 안내상의 경우엔 어떻게든 사업을 통해 다시 재기하고픈 의지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는 한때 잘나가는 특수효과 회사의 사장이었다. 1화에서 바로 망해버려서 확실히 알 순 없지만 안내상은 이미 젊은 시절 어렵게 어렵게 일해서 성공한 전력이 있는 인물이다.

 

이번엔 백진희의 경우를 살펴보자! 백진희는 지난번에 이어서 광고기획사에 최종면접을 보게 된다. 그러나 후덜덜한 스펙의 경쟁자들을 보면서 기가 죽게 되고, 박하선-줄리엔-김지원은 백진희를 돕기 위해 그야말로 24시간 풀 동원체제로 움직인다.

 

줄리엔은 영어를, 박하선은 코디를, 김지원은 예상면접문제를 수시로 물어본다. 그런 모습은 정말 백진희를 생각하는 마음이 들게 하지만, 동시에 심해서 ‘좀 너무하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사실 생각해보면 가족은 남보다 못한 경우도 많다. 가족이란 이유로 쉽사리 마음의 상처를 입히는 이야기도 하며, 너무 심하게 사생활 참견을 한다. 가족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종종 이런 게 가족이냐?’라고 묻고 싶을 정도도 있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해 보자! 우리가 만약 성공해서 돈을 엄청나게 벌었다고 생각해보자! 그런데 그 돈을 나 혼자서만 쓰게 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물론 사회에 기부하거나 좋은 일에 쓸수도 있겠지만, 1차적으로 함께 기쁨을 나누고 삶의 소소한 부분을 함께 할 수 있는 가족이 없다면 삶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

 

백진희는 최종면접에서 가족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꽃게탕이라고 답했다. 꽃게탕에 들어가는 서로 다른 재료들이 어울려서 맛을 내듯이, 서로 다른 개성의 가족들이 모여서 조화를 이룬다고 말이다.

 

외국인 줄리엔, 외가친척인 김지원과 박하선, 전혀 남인 백진희. 이들은 사실 아무런 혈연-지연 관계가 없는 남남들이다. 그러나 각각 어쩌다보니 함께 살게 되었고 현재는 서로의 아픈 곳을 서로 보살펴주고 누구보다 생각해주는 가족이 되었다.

 

21세기 가족 구성원엔 엄청난 변화가 생겨났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아버지-어머니-아들-딸 같은 햇가족 구성은 깨진지 오래다. 각각 재결합한 부부의 아이들이 형제나 남매가 되고, 입양을 하거나, 외국인과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는 등의 다양한 형태가 생겨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가족의 구성원은 대한민국도 글로벌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족의 참의미를 찾기란 더욱 어려워 여겨진다. 생김새가 다르고 성장배경도 다르면 생각하는 바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와 다르다고 무조건 배척할 것이 아니라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고 정을 붙이다보면 그것이 가족이 아닐까?

 

백진희의 이야기는 대한민국의 글로벌함을 말하고 있다. 반면 8천만원을 어떻게 쓸것인지 가족투표에서 안내상의 손을 들어준 결정적인 표를 준 인물은 놀랍게도 윤유선이었다.

 

윤유선은 누구보다 안내상의 사업에 대해 반대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딸인 안수정에게까지 무릎을 꿇고 사정하는 남편을 보다못해 찬성표를 던졌다. 윤유선에게 남편 안내상은 어떤 의미에선 웬수도 이런 웬수가 없다.

 

친구 때문에 회사부도가 나서 가족은 동생네 집에 얹혀살게 되었고, 윤유선은 안해본 일이 없다. 게다가 철이 없는 남편은 속을 무던히도 썩였다. 그러나 그런 남편임에도 불구하고 윤유선은 지지를 아끼지 않고 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고 때론 원수 같아도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모습. 그것이 가족의 참모습이 아닐까? 오늘날 사회는 갈수록 삭막해져가고, 사회에선 인간미가 사라져가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가 마음 편하게 지낼 곳은 역설적으로 가족 뿐이다. 그리고 건강한 가정이 많이 생겨나야지만 더 큰 집단인 사회와 국가 역시 밝고 건강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이킥 3>는 짧은 다리로 역습을 개시한 안내상과 백진희의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21세기 첨단사회를 맞아 가족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우리에게 진지한 화두를 던졌다. 20분 남짓한 시간동안 실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멋진 에피소드였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