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오디션 프로를 올킬한 <보이스 코리아>를 보면 아무래도 배틀라운드가 진행되는 만큼, 다른 무대보다 압도적인 중량감을 자랑하는 무대들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그중에서 가장 중량감있는 무대는 대다수 맨 마지막에 배치하는 게 기본이다.
7화 같은 경우엔 허각의 형인 허공의 무대가 그런 예였다. <슈스케 2>의 우승자인 허공은 아무래도 허각의 쌍둥이 형인만큼 기대와 시선이 모아질 수 밖에 없는 참가자다. 따라서 그와 배틀 라운드를 지낼 상대는 함께 화제의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방송을 보고 난 소감은 의외로 싱거웠다. 물론 상대였던 김민정이 못했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그녀는 프로 가수의 뺨을 최소한 서너대는 때릴 정도로 훌륭했다. 다만 대진운이 없었을 뿐이었다.
자료화면(?)에선 연습장면에서 그녀가 칭찬을 받고, 심지어 타로점에서도 우세하다는 식으로 나왔지만, 솔직히 말해보자. 김민정이 생방송으로 올라가는 것과 허공이 생방송으로 올라가는 것은 중량감부터 다르다.
게다가 무대 역시 허공의 매력적인 보이스가 귀에 꽂혔다. 실제로 온라인 중간집계에서도 허공이 72%로, 28%의 지지를 받은 김민정을 압도했다! 아마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 허공의 보이스컬러가 허각 못지 않게 독특하다는 점. 허각처럼 허공도 공연시 엄청난 땀을 흘린다는 점. 공연때 많은 땀을 흘리는 것은 본인에겐 부담이겠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열창했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점이 있다. 즉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는 부분이 있다.
어쩌면 김민정은 다른 이와 대결을 펼쳤다면 이겼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워낙 존재감이 강한 허공이 별다른 실수 없이 너무나 잘 했기에 질 수 밖에 없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의외의 싱거운 무대였던 탓에 큰 감흥이 없었다.
오히려 감흥은 잘 알지도 못하는 ‘코뿔소’라는 노래로 대결을 펼친 나들이와 이소정의 무대였다. ‘코뿔소’는 한국 소울의 대가인 한영애의 포크 앤 블루스곡이라고 했다. 두 사람의 노래를 듣고 나니 원곡에 대한 궁금증이 엄청나지는 곡이었다.
두 사람의 대결은 듣는 내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그야말로 박빙의 대결로 정말 흥미진진하기 이를 데 없었다. 마치 강호의 숨어 있는 절대고수가 나와서 대결을 펼치는 듯, 함부로 결과를 예측할 수가 없었다.
노래방을 운영했던 아버지의 딸인 나들이는 보이스코리아의 세 명의 코치가 턴을 하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그녀는 아마추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출중한 실력을 보여줬다.
성숙한 소울 보이스를 가진 이소정 역시 올턴을 시킨 주인공으로 만만치 않은 내공의 소유자였다. 그녀가 무서운 점은 ‘코뿔소’가 전혀 모르는 노래임에도 ‘500번을 불렀고 최소한 300번은’ 더 부르니 소화시키지 않겠느냐?는 뉘앙스의 말이었다. 한마디로 겁이 없었다.
그런 도전정신이야말로 <보이스코리아>의 참가자들이 가져야할 덕목이 아닐까 싶었다. 배틀라운드는 왜 신승훈 코치가 두 사람을 위해 이 난해하기 이를 데 없는 곡을 골랐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절재할 때 절재하고 흥겨울 때 흥겨워야 한다’라는 신승훈 코치의 조언대로 두 사람은 정말 두 마리의 미친 코뿔소가 되어 무대를 즐겼다. 나들이는 예리한 검을 쓰는 절정고수처럼 그 초식이 정밀하기 그지 없었다. 한마디로 ‘완성형’ 그 자체였다!
반면에 이소정은 그 목소리에 패기가 넘쳤다. 듣는 내내 ‘이 친구는 앞으로 더욱 발전하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전문가가 아니여서 두 사람의 노래에 대해 더 이상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본다.
다만 누굴 선택해도 이의제기는 불가능할 만큼 두 사람의 무대는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신승훈 코치는 이소정을 선택한 이유로 미리 생방송 무대에서 그려지는 인물을 택했다. 처음에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다시 재생해서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필자가 이미 신승훈 코치의 말을 들어서 일수도 있지만, 정말 생방송 무대에서 그녀가 어떤 무대를 보여줄지 기대감이 너무나 커졌다.
그러나 나들이의 무대 역시 너무나 훌륭했고, 둘의 무대는 ‘도를 닦은 것 같다’라는 유영석의 극찬이나, ‘베테랑 최고의 보컬 그룹 같아요’라는 칭찬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나들이 역시 비록 이번엔 떨어졌지만 좋은 프로듀서를 만나서 음반을 낸다면 무척 기대되는 목소리라 아니할 수 없었다.
<보이스 코리아>가 모든 오디션의 갑이 된 것은 이처럼 목소리 하나만으로 다른 오디션 참가자들의 기를 죽일 만큼 엄청난 에너지와 폭발적인 가창력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보이스 코리아>의 의미를 가장 잘 살린 7화의 무대는 나들이-이소정 무대였다고 생각한다.
다음주엔 <신데렐라>로 엄청난 화제를 불러모았던 배근석의 무대가 방송된다니...그저 기대가 모아진다. 벌써부터 빅뱅의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 그저 궁금하고 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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