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고쇼>에는 입담과 재치가 넘치는 김수로가 자유분방한 김C와 바른 사나이(?) 김제동과 함께 출연했다. 시종일관 재치 넘치는 그의 입담은 시청자들을 즐겁게 했다.
그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역시 배우들의 등급(?)을 매기는 부분이었다. 김수로는 2006년 <흡혈형사 나도열>이후 히트작이 없지만, 예능과 드라마의 성공으로 자신을 B-정도로 등급을 매겼다. 이에 <고쇼>MC들은 장난삼아 고현정을 물었고, 김수로는 A-로 매겼다. 이유는 300만명이 든 흥행작이 없기 때문이었다.
고현정은 ‘녹화 못하겠다’라고 말할 정도였지만, 어느 정도 수긍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김수로는 지극히 자신의 주관적인 관점이며, 재미 삼아하는 것이란 전제를 깔았다.
정말 의외의 평가는 바로 옆에 앉아있는 김제동을 평가할 때 였다. 그는 B-를 줬다. 특히 방점은 ‘선거일이 될수록 하락세’가 된다는 말이었다. 우린 그가 얼마 전 사찰파문 당시 피해를 본 당사자임을 잘 알고 있지 않던가?
김제동은 한때 <스타 골든벨>이후 줄줄이 방송에서 낙마를 해야만 했다. 물론 KBS를 비롯한 방송국에선 개편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개편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그는 자신이 너무나 존경했던 노무현 전대통령의 노제 사회를 봤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봤다고 심증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당시 반응이 좋았던 <오 마이텐트>를 비롯해서 심지어 케이블에서 방송예정이었던 <김제동쇼>까지 올스톱 되었다. 그는 방송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토크콘서트를 시작했고, 오늘날까지 이어지면서 많은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김제동은 ‘뉴스메이커’다. 그러나 본인이 잘못을 해서가 아니라, 그를 둘러싼 상황이 그를 뉴스메이커로 만들어 버렸다. 그것도 연예면이 아니라 정치면과 사회면에 등장하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김제동을 스스로 밝혔지만 남의 눈을 중요시 하는 인물이며, 나보다 우리를 중요시 하는 인물이다. TV등의 매체가 아닌 사석에서 사람을 만날 때는 아무리 팬이 정중하게 요청해도 사진 찍히는 것을 거부하는 김C와 달리 김제동은 거부하고 나면 미안해서 자기가 찾아갈 정도로 착한 인물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김제동을 사랑하는 것은 그가 ‘가식’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억압과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산을 찾아간다. 등산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지치게 해서 집에 가면 바로 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한 그는 <고쇼>에서 호기심에 성인채널에 전화를 직접 걸어 유료주문을 하려했고, 술먹고 길거리를 지나가는 여성을 향해 ‘워’라고 할 정도로 타락했다고 고백(?)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자신을 억압하는 듯한 김제동을 보면서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다행히 김제동은 자신의 첫사랑의 남편을 ‘목숨’만 빼놓고 다른 걸로 저주를 하거나, 작은 일에 삐쳐서 흉보는 이야기를 통해 희망(?)을 갖게 되었다.
특히 김구라가 자신에 대해 ‘김제동이 설쳐서 내가 활약할 부분이 없었다’식의 표현한 부분에 대해 ‘뭐 저런 사람이 다 있나’라고 말할 때는 웃음과 함께 감탄사가 나왔다. 물론 김제동이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은 김구라와 그만큼 친분이 있고, 김구라가 방송용으로 한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김제동 역시 방송용이자, 스스로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막말(?)’을 선보인 것이었다.
<힐링캠프>때도 그랬지만 김제동을 보면서 안타깝고 웃기고 답답했다. 그저 방송인으로서 시청자들에게 진솔하게 다가가고 웃음을 주기 위해 자신 한몸 망가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다. 셔플댄스를 추고 연기까지 그는 최선을 다했다. 그런 그가 스스로의 잘못이나 결함이나 부족함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불합리한 여건 때문에 B-가 된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말하거나 특정 정치인을 지지한 것이 아니라, 그저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전 대통령을 향한 애정을 내세운 것을 가지고, 그의 정치성향을 재단하고 억압하는 우리 사회가 B-이하 아니 C급이 아닐까 싶다.
김제동이 B-가 아니라 A급 인생이 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방송을 보는 내내 한 연예인의 이야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짚는 것 같아 그 어떤 시사프로보다 더욱 집중하고 고민케 되었다. 참으로 묘한 기분이 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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