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부터 MBC에선 <하이킥> 후속으로 <스탠바이>를 방송중이다. 재밌는 점은 1화 2화 모두 마지막이 충격적인 결말로 끝맺었다는 사실이다. 1화에서 허당진행을 하는 엉성한 아나운서역의 류진은 1화 마지막에 자신이 사랑하는 김희정에게 생방송에서 고백과 함께 프로퍼즈를 하는 충격적인 결말을 보여주었다.
어제 방송되었던 2화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바로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당일날에 신부가 교통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스탠바이> 홈페이지를 보니, 류진이 그토록 사랑했던 여성은 이번 교통사고로 인해 운명을 달리하는 것으로 나와있 었다.
<스탠바이>는 아직 2화밖에 방송되지 않았기 때문에 속단하긴 이르지만, 여태까지 방송을 봐서는 매번 충격적인 결말(?)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스탠바이>가 하이킥과 비교되는 지점은 우선 이야기가 계속 연결된다는 사실이다.
마지막 방송에서 사랑고백을 하는 것도 나름 파격적이었지만, 그런 아들을 보고 생방송도중에 방청객에서 뛰어나와 아들의 머리를 잡아채는 아버지의 모습은 더욱 파격적이었다!
<하이킥>의 경우, 매편이 독립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매편이 이어진다는 느낌을 별로 받지 않았었다. 그러나 <스탠바이>의 경우, 전화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이어지기 때문에 우리가 그동안 익숙한 시트콤을 보기 보다는 일일연속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 더욱 강하다.(결혼식 당일 신부가 교통사고도 부족해서 운명을 달리하는 것은 막장드라마에서 그동안 봐오지 않았던가? 과감하게 시트콤에서 이런 식의 진행을 하는 것은 용감한 시도라고 보아진다)
예를 들어보자! 류진행(류진)은 아나운서로 1등 신랑감이다! 그의 아버지 류정우는 그런 아들을 정치인과 결혼시켜서 정치에 입문하고자 하는 야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아들이 유력 정치인의 딸을 외면하고 자신이 보기엔 하자덩어리엔 나이도 많고 고3 짜리 아들까지 있는 여성과 결혼하려고 하자 격렬하게 반대한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분명 류정우(최정우)는 정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결혼결사반대’하는 심각한 아버지의 연기를 하는데, 아들인 류기우(이기우)는 그런 아버지의 말에 사사건건 말대답하면서 코미디로 만들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화가 치민 아버지가 류기우의 뺨을 때릴려고 하는데, 류기우는 점프를 하면서 가득이나 큰 키를 더욱 크게 해서 아버지가 자신의 뺨을 때리지 못하게 한다. 그러면서 ‘억울하면 우유드세요’라면서 아버지를 놀리면서 깐족거린다.
<스탠바이>는 시트콤답게 등장인물들이 철저하게 망가진다. 1화에서 류진은 잘생긴 외모와 달리 허당 아나운서로 생방송 도중 대본을 잘못 읽어서 EU국가 정상들을 물고기로 만들어 버리고, 풍물시장에서 군수의 코에 마이크를 가져가서 쌍코피를 터트리는 등 전설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도 부족해서 2화에선 하의실종으로 나오고, 류기우는 정소민이 뿌린 물세례를 받아서 상의실종으로 나와서 형제가 상-하의 실종 패션의 종결자로 나온다.
<스탠바이>는 위에서 언급했지만 마치 정극을 패러디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류정우는 아들 류기우를 대동하고 김희정의 집을 찾아가서 결혼반대를 말하려고 하지만, 김희정의 똑똑한 아들 임시완이 류정우를 ‘할아버지’라고 말하면서, 따박따박하게 ‘나도 결혼을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생방송에서 고백을 할 정도로 진심인 것 같아서 승낙했다. 할아버지도 승낙해라’라는 식으로 조리있게 말해서 감탄사를 자아낸다.
<스탠바이>는 분명 시트콤적인 요소를 보여주고 있다. 술김에 류진행을 짝사랑하는 김수현이 동생 김경표의 아이디로 인터넷에 악플을 달았는데, 범인을 잡으려던 김김표는 친구들과 추리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범인으로 지목해서 운다던가, 남자만 보면 질색하던 박준금이 류진행의 결혼식에서 괜찮은 남자를 보고 바로 돌변해서 작업을 하는 모습등은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무엇보다 <스탠바이>에서 주목되는 것은 일단 화려한 캐스팅이다. 그동안 멋진 역할을 해온 류진이 사장없이 망가지는 무능력한 아나운서 류진행으로 분해서 일단 눈길을 끈다.
그의 친동생 류기우역의 이기우는 잘생긴 꽃미모를 활용하면서도 사사건건 바른말을 하는 미운 동생의 모습을 보여준다. 완벽남의 전형인 하석진, <브레인>에서 ‘날개녀’로 인기를 모은 김수현, <시크릿 가든>에서 분홍여사로 인기를 모은 박준금, <해품달>의 허염역의 임시완 등등.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 만큼 화려하다.
또한 위에서 지적했지만 단순히 캐릭터의 오버행동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거나 말도 안되는 바보연기보다는 일일연속극을 패러디하는 모습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1화~2화의 결말부에서 각각 생방송 고백과 신부의 교통사고사 등이 그 대표적인 이야기라 하겠다. 그러나 단순히 상황을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게 아니라 한번 더 비틀어서 보여주는 식의 설정은 <스탠바이>가 얼마나 고심해서 만든 작품인지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스탠바이>는 아직 2화밖에 방송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 능력을 제대로 발휘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하이킥>과는 다른 방향에서 웃음을 유발하고, 짧은 에피소드가 아니라 긴 호흡의 이야기로 시청자에게 다가가는 문법은 분명 제작진의 뚝심이 보이는 대목이라 하겠다. 앞으로 <스탠바이>가 <하이킥>과 다른 명성을 쌓아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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