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 방송된 <더 킹 투하츠> 11, 12회를 보고 나서 많은 상념에 잠기게 되었다. 우선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생각했던 하지원에게 사과하고 싶다. 그녀는 초반에는 분명 이전까지 캐릭터들의 반복으로 여겨졌으나, 적어도 12화에선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와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김항아역은 이제 다른 여배우가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날나리 왕제에서 책임감을 통감한 국왕으로 변신한 이재하역의 이승기 역시 괜찮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군산복합체 클럽 M의 주인인 존 마이어역의 윤제문은 ‘요즘 대세’답게 광기어린 악역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그가 이재하의 도발에 화가나서 남한 국왕 암살을 모의하고, 이를 김항아가 알고 마치 허공답보를 시전하는 무림고수처럼 일순간에 제압하는 모습은 분명히 판타지지만, 보는 순간만큼은 압도당하지 않을 수 없는 연출력을 선보였다!
만약 <더 킹>이 지금이 아니라 다른 때에 방송되었다면 시청률 1위는 따논 당상이었을 것이다. 그저 불운하다고 여겨질 수 밖에 없을 듯 싶다! 지난 26일 시청률 순위를 보면 <적도의 남자>가 13.6%로 1위, <옥탑방 왕세자>가 12.3%로 2위, <더 킹>이 10%로 꼴찌를 기록했다.
<해품달>의 뒤를 이어 편성되고 하지원-이승기 투톱체제로 큰 화제를 모으면 시청률 1위로 예상되었던 절대강자 <더 킹>이 이렇게까지 시청률이 추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가 여러 번 지적했지만,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남북한 대립’이란 무거운 소재를 끌고 왔기 때문이라고 본다. 아무리 남한 왕자와 북한 여장교의 로맨스를 판타지로 뒤범벅을 시켰다 하더라도, 북한이란 존재는 우리에겐 언제 전쟁이 날지 모르는 상대이기 때문에 판타지가 될 수 없다. 우리 실생활과 바로 직결된 현실적인 문제니까.
그러나, 북한이란 존재만이 <더 킹>의 부진이유라고 하기엔 부족한 감이 많다. 필자는 고민 끝에 다른 이유로 ‘너무 단순화시킨 스토리라인’을 꼽고 싶다!
군산복합체인지 정체는 완벽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존재가 나오는 드라마로는 <아이리스>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이병헌-김태희 주연의 <아이리스>는 방영 당시 30%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다.
비밀조직 ‘아이리스’의 수장인 블랙은 누구인지 정체가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또한 드라마 <아이리스>에선 NSS를 비롯한 남북한 주요인사들이 아이리스측 인물인 것으로 나와 큰 충격을 주었다.
물론 <더 킹>과 <아이리스>는 장르도 다르고, 추구하는 방향도 다르다. 그러나 필자가 굳이 <아이리스>를 끌고 나온 것은 <아이리스>가 성공한 이유를 한번 분석해보자는 데 있다.
<아이리스>는 상당히 불친절한 드라마였다. 중간 중간 이야기의 공백이 많았고, 편집도 엉성한 구석이 많았다. 그러나 곳곳에 숨겨진 복선이 많았고, 시청자들은 이를 토대로 서로 추리를 하며 ‘이야기의 공백’을 메꿔나갔다.
<더 킹>에서 아쉬운 것 중에 하나는 너무 단순화된 스토리라인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윤제문이 연기하는 존 마이어는 전 세계에 힘을 뻗치는 그야말로 비밀조직 ‘클럽 M'의 절대적인 보스다!
따라서 그가 원하기만 했다면 얼마든지 비밀스런 위치를 가질 수 있다. 물론 존 마이어는 잘난 척 하기 좋아하는 성격상 어렵다고 치자! 그 외의 중요한 인물들은 얼마든지 신분을 위장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조차 좌지우지하는 존 마이어가 남한국왕 이재하와 서로 맞대면하고 심각한 두뇌게임을 벌이는 장면은 분명히 쾌감을 느끼게 하는 구석이 있다. 그러나 그 파워에 비해 그가 보여주는 행동반경은 너무 좁고, 그를 보좌하는 인물도 절대적으로 너무 적다!
오히려 남한 황실과 북측 인사들의 인원이 더욱 많아 보이고, 이쪽의 힘이 더 세보이는 착각이 일어난다. 물론 ‘중국을 통해 북한 경제를 망하게 할 수 있다’는 식의 대사를 통해 클럽 M의 힘을 알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대사만으론 클럽 M의 힘을 알기가 어렵다.
남한 국왕을 암살하려는 소소한 계획이 아니라, 좀 더 큰 스케일의 에피소드가 필요하다! 다른 나라의 내전을 일으킨다던지, 미국대통령이 쩔쩔매는 식의 장면이나 연출이 필요하다.
또한 클럽 M은 파워만큼이나 거대한 조직이다. 따라서 그를 따르는 무리들이나, 그에 반대하는 거두급 인물들이 최소 몇 명은 필요하다. 그들은 무협소설로 치면 ‘장로들’같은 존재로, 존재감이 있는 배우들이 포진할 필요가 있다.
<아이리스>와 달리, 클럽 M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이미 밝혀있는 상황은 괜찮다. 그러나 <뿌리깊은 나무>가 그랬듯이 밀본의 수장이 누구인지 나중에 밝히는 식의 반전을 줄 수 있는 여러가지 장치들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현재의 스토리라인은 '이승기 VS 윤제문'의 대결구도로 만들다보니 너무 단순화된 경향이 있다.
물론 단순화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이리스>의 인기에서 알 수 있지만 오늘날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빈 공간을 메꿀 정도로 그 지적 능력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 게다가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최소한 16부작 이상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시간적 여유도 높은 편이다. <더 킹>은 그 충분한 시간을 너무 몇몇 캐릭터에만 치중해서 충분히 더 재미있을 수 있는 이야기를 너무 작게 축소한 것은 아닌지 지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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