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21세기판 허준의 탄생?! ‘골든타임’

朱雀 2012. 9. 4.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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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골든타임에선 강재인의 할아버지인 강대제가 쓰러지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심지어 강재인은 극말미에 할아버지의 상태체크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손녀딸이란 사실을 밝히면서 반전을 주었다.

 

지난번 강대제는 병원에 입원했을 때 심근경색이 아닌 것을 다행으로 여기면서 퇴원했었다. 따라서 이번처럼 뇌에 문제가 생기리라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상태였다. 지주막하 출혈이 생기면서 생사의 위기를 오고갔기 때문에 어제 방송분에서 제일 중요한 내용은 세종병원의 이사장인 그의 생사였으리라.

 

그러나 필자가 눈여겨 본 것은 이민우의 성장 부분이었다. 그는 강대제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응급실로 온 환자를 고민스럽게 진료하고 있었다. 뇌경색이 의심되는 환자지만, CT를 비롯한 일반검사에선 너무나 깨끗하게 나왔기 때문이다.

 

신경외과 레지던트는 환자가족에게 MRI를 권했는데, 이민우가 보기엔 이건 불합리했다. MRI는 거의 100만원 돈이 나오는데, 환자 가족이 부담하기엔 너무나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검사를 받아도 확실한 병을 알 수 있다는 확증이 없었다.

 

이민우는 환자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시 챙기면서 환자의 이웃의 암환자가 준 초강력 진통제 패치를 찾아냈고, 해독제를 투여함으로써 환자를 위기에서 구출하고 MRI도 찍을 필요가 없도록 해주었다.

 

이번 이민주의 선택과 진료는 자칫 오만해 보일 수도 있었다. 겨우 인턴에 불과한 그가 자신의 전공분야도 아닌 부분에 이견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민우가 다른 원인을 찾아냄으로써 새삼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라는 진리를 깨닫게 했다.

 

만약 이민우가 초강력 패치를 찾지 못했다면, 100만원짜리 MRI 검사를 받았을 것이고, 아무런 원인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환자는 병과 아무런 관련없는 검사를 받느라 피곤하고, 가족들은 엄청난 진료비를 부담하느라 허덕였을 것이다.

 

<골든타임>은 이런 환자의 등장을 통해 우리나라 의교보험의 한계를 철저하게 풍자했다. 환자와 가족의 입장에선 병이 낫거나 치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아무리 비싼 치료나 약이라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즉 철저한 약자의 입장이다.

 

반면 병원은 모든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굳이 권하지 않고 이런 방법도 있다는 뉘앙스를 비추는 것만으로도 병원이 원하는 비싼 치료를 받게 할 수 있다. 게다가 국가에서 지원하는 의료보험은 감기처럼 치료비용이 별로 안드는 것들만 보장해주고, 암처럼 많은 돈이 들어가는 질병은 거의 보장해주질 않고 있다.

 

따라서 이민우처럼 정말 환자를 자신의 가족처럼 챙기고 걱정하는 의사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환자와 환자가족은 몸은 몸대로 경제적 부담은 부담대로 지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환자의 몸상태뿐만 아니라 경제적 부담까지 생각한 이민우의 행동은 그 자체로 ‘21세기판 허준이라 불러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그는 강재인의 전화통화를 우연히 듣고, 그녀가 고모할머니와 말다툼 하는 장면들을 우연히 목격함으로써 강대제의 손녀라는 사실을 거의 확신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그런 상황에서도 강재인을 고려해서 일부러 모른 척을 한다. 그리고 강재인이 나중에 밝히지만 그러지마면서, 할아버지 때문에 괴로워하는 그녀를 위해 대신 콜을 받아줄테니 세시간정도 쉬어라라고 한다. 그러면서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라는 말을 덧붙인다.

 

이민우가 멋지게 보이는 것은 단순히 강재인을 배려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일반환자든 병원 이사장이든 환자를 환자로서공평하게 대하기 때문이다. 그는 의사로서 환자를 지극히 긍휼히 여기면서 대하고,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라고 고민하면서 참된 의술을 펼치고자 애쓰고 있다. 그런 이민우의 모습은 분명 위험해 보이는 부분도 있지만, ‘21세기판 허준으로서 보는 이를 흐뭇하게 하는 대목도 있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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