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치앙마이 표류기

치앙마이에서 차도가 더욱 무서워진 이유

朱雀 2013. 1. 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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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도 한번 이야기했지만, 온지 보름이 넘은 지금도 태국의 차도건너기는 잘 적응이 되질 않는다. 원래 겁이 많은 탓도 있지만, 한건의 사고를 목격한 이후 더욱 심해졌다.
 


지난주에 우연히 알게된 한국분들과 맥주를 마시게 되었는데, 하필이면 우리가 있던 클럽 근처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한다. 필자가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에 교통사고가 벌어졌는데, 사고를 당한 두 사람은 도로에서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몇분 사이에 경찰과 구급요원들이 오고 신속한 처리가 이어졌다. 그러나 둘 다 헬맷을 쓰지 않고 있어서 상태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다음날 전해듣기로는 한명은 운명했다고.
 




두번째는 단골집이 된 까페 사장님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사장님 역시 오토바이를 운전하다가 실수로 넘어져서 한쪽 다리가 부러져서 몇달 동안 고생했다고. 그런 이야기를 듣고나니 더더욱 차도를 건너기가 무서워졌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교통사고는 자주 일어난다. 그럼에도 이곳이 더욱 신경쓰여지는 이유는 횡단보도가 별로 없어서, 무단횡단을 하지 않을래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상황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수 많은 사람들이 길을 건너가지만 사고가 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관광객과 현지인들은 조심히 좌우를 살피고 운전사들 역시 간격과 속도를 감안해서 방어운전을 하고 있다. 따라서 사고가 날 일은 별로 없다. 그저 필자는 어쩌다가 사고현장을 목격한 것 뿐이다.





그러나 가뜩이나 차도건너기를 겁내하는 나로선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확률의 무서운 점은 내가 아니면 10%의 확률도 아니지만, 네가 그 경우가 되면 단 1%라도 100%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긴 타국. 여기서 자칫 다치기라도 하면 온전히 내 손해일 뿐이다. 인간은 원래 남의 죽음에서 자신의 죽음을 보는 존재가 아니던가?
 


그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치앙마이에 나보다 먼저 온 친구는 다녀온 나라중에서 인도를 무척이나 싫어했다. 치를 떨 정도로. 그 이유는 거기서 안 좋은 일이 겪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싫은 지 그때 경험을 말해주지 않는다. 생각조차 하기 싫은 모양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가 여행지에서 소매치기를 비롯한 사고를 당한 일은 매우 적다. 그러나 그런 일은 벌어지고 그건 온전히 여행한 나라의 첫인상이자 이미지로 남을 수 밖에 없다. 일본은 치안이 잘 되어 있는 나라지만, 그런 나라에서도 얼마든지 소매치기를 당할 수 있다. 인도에서도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서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다. 
 


필자는 생전 처음으로 태국 치앙마이에 와서 1달이 넘는 기간을 보낼 예정이다. 따라서 이곳에 보고 듣는 모든 것들은 태국에 대한 인상과 기억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게 태국을, 아니 치앙마이를 제대로 보는 시각이 될 수 있을까? 무단횡단에 대한 두려움과 우연이 겹쳐진 경험들은 그걸 더욱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 것이다. 허나 그게 과연 이곳을 제대로 보는 시각일까?



물론 아쉬움은 있다. 내가 본 태국인들은 오토바이를 타면서 헬맷을 잘 챙겨쓰지 않고 있었다. 자동차도 그렇지만 특히 오토바이는 사고가 나면 헬맷외에는 안전장치가 별로 없다. 게다가 한두명도 아니고 세명이 나란히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찔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헬맷을 제대로 갖춰 쓰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고, 지금도 헬맷을 제대로 쓰지 않는 이들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좀 더 안전에 대한 인식이 생기고, 좀 더 교통단속을 한다면 상황은 변할 것이다.



무엇보다 100% 마음에 드는 여행지가 어디 있겠는가? 어쩌면 필자의 쪼잔한 마음은 자신도 모르게 흠을 찾고자 애쓰는 것일지도 모른다. 타국인으로서 필자는 언어소통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잘못된 시각으로 오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태국의 교통문화가 이런 데는 필시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걸 무시하고 내 멋대로 생각한다면 잘못된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100%!



어찌 태국뿐이겠는가? 살면서 얼마나 많은 이들의 행동과 말을 오해하고, 내 멋대로 해석하고, 그들에게 상처를 주었을까? 그런 생각들이 연이어지니 그저 부끄럽고 또 부끄러울 뿐이다. 어른이 된 다는 것은 무엇일까? 모든 것을 선입견과 편견 없이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아닐까? 혼자 그런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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