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보는 내내 감사한 마음으로 보게 되는 ‘땡큐’

朱雀 2013. 3. 9. 07:00
728x90
반응형


이전에 혜민스님이 출연한 땡큐를 보면서 많은 생각에 젖어들었다. 사람들에게 트위터를 통해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그분 조차 다른 이의 말에 상처를 입는 모습은 정말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땡큐>는 지난주에 이어 만화가 이현세, 사진작가 김중만, 연기자 차인표. 그리고 국민투수 박찬호가 출연했다. 말 그대로 국보급인 그들이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채널을 고정시킬 이유가 되었다.

 

박찬호가 행글라이더에 도전하고, 김중만 작가가 해변에서 야구공을 던지는 데 폭투를 하고, 귀요미 포즈로 체조를 하는 모습에선 몹시나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 박찬호가 행글라이더를 하기 전에 두려워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김중만 작가 역시 못하는 게 있구나라는 당연한 모습(?)을 보게 되기 때문이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그리고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고 존경받는 이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쓸데없는 생각들이 든다. ‘저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성공할 수 밖에 없는 무언가를 타고 났다라고. 그래서 평범한 나와 저들은 다르다고.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면서.

 

그러나 만화가 이현세는 스스로 밝혔듯이 색약 때문에 그토록 원하던 미대를 지원할 수 없었고, 연좌제 때문에 직업을 얻는 데 제약이 있었고, 양자라는 사실을 20대때 아는 불운이 겹쳤었다. 그가 만화에 빠져든 것은 어쩌면 유일한 탈출구였을 것이다.

 

어제 방송에서 이현세는 <공포의 외인구단>의 엄청난 성공 이후, 첫 인터뷰에서 말실수로 학력을 속이게 되고, 그 거짓말을 무려 30년이나 지나서 고백하게 되는 대목을 밝혔다. 차인표는 이순재 같은 열정적인 연기자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고백했다.

 

내가 어린 시절 이순신 장군은 영웅을 넘어서서 성웅으로 추앙되었다. 나이를 먹고 찾아본 책들 속에서 이순신 장군은 불가사의한 존재였다. 그가 만약 임진왜란때 활약하지 않았다면 한중일의 운명은 어떻게 변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우연히 본 역사 프로에서 그가 전투를 앞두고 두려움에 떨고, 심지어 참다못해 구역질까지 하고, 식구들을 자상하게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그 역시 인간이었구나라는 생각에 미치게 되었다. 그의 인간적인 모습은 그동안 너무나 나와 괴리되어있었던 그가 내 곁에 친숙하게 다가오고, 그가 그런 두려움 속에서 당당히 일어서서 나라와 민족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에 더욱 감명을 받았다.

 

<땡큐>에서 말한 이현세와 차인표의 고백은 그들을 더욱 대단하게 보게 만든다. 우린 누구나 실수하고 실패한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고 발전된 사회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린 손안의 인터넷인 스마트폰을 통해서 못 하는 게 없는그야말로 스마트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과연 스마트폰만큼 스마트한가? 우리 이전시대의 사람들보다 현명한가? 라고 묻는다면 대답하기 매우 곤란한 질문이 될 것이다.

 

오늘날 그 어떤 시대보다 멘토라는 존재가 각광을 받고 요청을 받는 것은 그만큼 우리 앞에 놓인 수많은 문제와 과제를 풀어나가는 데 어렵고 힘든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리라.

 

그러나 <땡큐>에서 우리 시대의 성공한 이들이 말하는 조언들은 평범하다 못해 진부할 지경이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되기를!” “오늘 하루 충실히만 하면 돼!”라고.

 

그러나 그런 말들을 그냥 넘길 수가 없는 것은 그들이 그렇게 열심히 살아서 오늘날의 위치까지 올라왔기 때문이다. 박찬호 선수는 하루하루 열심히 연습해서 메이저리그 124승이란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웠다. 국내 최고의 사진작가로 손꼽히는 김중만은 세계적인 작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다.

 

<땡큐>SBS에서 내놓은 그 어떤 프로들보다 독특하다. 우선 이경규-강호동-유재석 같은 메인MC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 역할을 차인표가 어느 정도 하고 있지만, 기존의 예능이나 토크쇼와 비교하면 이래저래 부족함이 많이 띤다.

 

그러나 함께 모이기 힘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함께 여행을 떠나고, 그곳에서 차마 하기 힘들었던 가슴 속 이야기를 펼쳐놓으면서, ‘! 저들 역시 인간이구나. 우리와 같은 고민이 있구나라고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은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한다고 생각한다.

 

? 우린 성공한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치열한 과정을 거쳤다는 사실을 쉽게 망각한다. 그리고 그저 그가 누리는 현재 위치만 기억한다. ‘! 저 사람은 최고의 작가지라는 식으로.

 

그러나 <땡큐>는 그런 대단한 사람들이 치열했던 과거를 보여주고, 그들도 우리와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그 안에서 올바른 길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통해서 오늘을 살아갈 힘을 불어넣어준다. 물론, 그들이 말하는 이야기가 100% 시청자들의 오늘에 해답을 내줄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오늘을 포기하지 않고 내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만으로도 <땡큐>를 보는 의미는 충분하다고 본다. 그동안 단순히 유명인이나 연예인들의 신변잡기나 그것도 아닌 그저 강도 높은 폭로성에서 벗어나서,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너무 인상쓰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지루하지 않게 적당한 수준에서 풀어내는 <땡큐>의 지금 모습은 국내 연예프로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여겨진다. 발레리나 강수진-지드래곤-김미화와 함께 떠난 차인표가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인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