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시작은 창대하나 끝은 미미했던 금검전설 외전편, ‘런닝맨’

朱雀 2013. 3.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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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런닝맨에선 의미있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바로 프리퀄이었다. 금검전설편의 이전이야기를 다룬 금검전설은 시작은 멋지기가 금강산 수준이었다! 베트남 전통의상을 입고 헬기를 타고 그야말로 산좋고 물좋은 짱안에서 전설을 찾는 장면은 정말 그 자체로 볼거리를 자아내며 기대감을 200%이상 높일 정도였다.

 

그런데 전설의 검을 하하가 차지하면서 뭔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물론 하하는 오랜만에 절대무적의 지위를 갖게 된 상황을 잘 이용했다. 그는 금구신검의 첫 번째 주인으로 일시정지능력을 갖게 되었다. 그가 멈추어라라고 한다음 런닝맨 멤버중에 한명을 지목하면, 신검의 혼령들이 도와줘서 이름표를 뗄 수 있었다.

 

덕분에 하하는 광수, 김종국을 너무나 쉽게 해치웠다. 여기서 큰 문제가 발생했다! 런닝맨에서 웃음을 책임지는 인물이 누구인가? 배신의 아이콘 이광수가 아니었던가? 그런 광수가 초반에 탈락하는 바람에 런닝맨의 재미가 감소했다. 그뿐인가? 김종국이 누구인가? 런닝맨의 절대강자가 아니던가? 그가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고 초반에 탈락하는 상황은 <런닝맨>의 예능적 재미에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이번 금검전설 외전에서 문제점은 금검을 차지한 주인은 너무나 강력한 힘을 갖게 되었고, 무엇보다 주인외에는 다른 멤버들이 그 능력을 알 수 없어서 함부로 접근할 수가 없었다. 따라서 불안감에 우왕좌왕하며 어쩔 줄 몰라하는 그들의 모습은 처음엔 웃음을 유발했지만, 뒤로 갈수록 너무나 무력해서 <런닝맨> 특유의 쫓고쫓기는 상황극이 잘 연출되질 않았다.

 

쉽게 말해 이번 런닝맨 에피소드는 난이도 조절에서 실패하고 만것이다! 물론 중간중간 웃긴 장면은 존재했다. 이동욱이 금검의 주인이 되자, ‘복제신기를 외치고 강개리를 지목하자, 남아있던 멤버들의 이름표가 모두 강개리가 되어서, 서로들 강개리 이름표를 떼달라고 하는 장면은 분명 재밌었다.

 

그러나 그런 재미는 몇몇 장면에 불과했다. 강개리조차 제대로 활약하지 못하고 퇴장하고, 게스트였던 이동욱과 한혜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금검의 강력한 능력에 두려워서 쉽게 접근하지 못한 탓에 활약할 기회가 별로 없었던 탓이었다.

 

게다가 금검의 능력은 주인에 따라 달라졌는데, 사실 첫 번째 주인이었던 하하가 제일 좋았고, 이후 주인들의 능력은 별로 좋질 않았다. 지석진의 경우엔 사신의 손이었는데, 이름표에 장갑낀 손이 닿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었고, 이후 주인이 된 유재석과 한혜진의 경우 혼령소환이었는데, 이광수가 소환되어서 전혀 도움(?)이 되질 못했다.

 

물론 금검전설 외전편에선 송지효가 에이스다운 대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그건 송지효가 입은 노란 아오자이가 우연히도 메인 스테이지에서 혼란을 위해 동원된 엑스트라들과 똑같은 노란색이었던 탓이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제작진의 판단착오가 아닐까 싶다.

 

<런닝맨>처럼 이름표떼기로 승부가 결정되는 게임에서, 송지효는 다른 엑스트라들의 도움을 받아 하하를 기습하고, 한혜진을 기습해서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냈다. 그녀는 마지막에 금검의 주인이 되었지만, 사실 첫 번째 주인이었던 하하보다 어떤 면에선 더욱 나은 능력(?)을 보유한 셈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것도 근야!

 

물론 <런닝맨>은 매우 어려운 예능프로다. 매주 거의 새로운 방식의 게임을 고안해야 하고, 모든 멤버가 뛰어다니는 탓에 다른 예능에 비해 몇배나 많은 수십대의 카메라가 동원되어야만 한다. 따라서 기획에서 편집까지 다른 예능과 비교할 수 없는 과정과 수고로움이 요구된다.

 

모든 에피소드가 재미있기를 바란다는 것은 사실 욕심이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다보면 재미있을 때도 있고, 재미없을 때도 있다. 그러나 이번 <런닝맨>을 보면서 답답했던 부분은 금검전설에서 쓰인 설정은 2011년 말에 방송되었던 <초능력자>편에서 많은 부분을 따왔다는 것이다.

 

<초능력자>편은 지금봐도 매우 재밌고 참신했다. 그 이후 <런닝맨><초능력자>편에서 설정들을 많이 가져다 썼고, 이번 <금검전설 외전>역시 마찬가지였다. 성공적인 포맷을 만들기란 매우 어렵고, 그걸 변형해서 쓰는 것도 말이 쉽지 어려운 일이라는 건 잘 안다. 그러나 모든 예능이 그렇지만 형식이 굳어져버리면 익숙해지지만, 대신 반전이 없어져서 금새 지루해져버리고 마는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어렵고 힘든다는 사실은 잘 알지만, <런닝맨>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선 기존의 설정에서 벗어나는 참신한 설정을 계속해서 시도해야 한다고 본다. 어렵겠지만 프로그램의 생명연장의 꿈과 시청자들을 위해 노력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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