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어떻게 삼류 마술사 오즈는 위대한 마법사가 되었는가?,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

朱雀 2013. 3. 1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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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자스시에 사는 도로시가 우연히 회오리바람에 휩쓸려서 겁쟁이 사자, 양철나무꾼, 허수아비를 만나서 마녀를 물리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인 <오즈의 마법사>를 모르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오즈의 마법사로 불린 오즈의 이야기는?

 

분명 원작과 영화에서 그는 마술로 오즈의 선량한 백성들을 속이고 왕노릇을 한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그는 단지 삼류 마술사에 사기꾼에 불과했던 것일까? 영화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이하 ‘<오즈>’)은 바로 거기서 시작된다. 흔히 말하는 본편 이전의 이야기 즉 프리퀄이다.

 

우린 이미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를 질리도록 알고 있다. 따라서 아무리 샘 레이미 감독이라고 할지라도 유명한 동화원작의 이야기를 가지고 영화를 만든다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감독은 아예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마술사 오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오즈는 영웅이라 하기에도 악당이라고 하기에도 2% 부족한 인물이다. 그는 유랑극단의 3류 마술사로서 근근히 먹고 살아간다. 그러나 무대체질인 그는 현란한 말솜씨로 순진한 시골처녀들에게 작업(?)을 하고, 무대 위에서 거짓말과 현란한 눈속임으로 사람을 홀리게 하는 재주를 가진 인물이다.

 

그러나 동시에 생활고에 쪼들리고 그를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연인 애니가 곧 결혼할 상황에서도 자신의 야망을 포기하지 않는 인물이다. 바로 위대한 인물이 되겠다는 야망을! 현실에서 오즈가 위대한 인물이 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 삼류 마술사인 그는 근근히 사람들의 눈을 속이면서 약간의 관람료외엔 돈을 벌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그가 하는 마술을 모두가 사기로 규정하는 상황에선 더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그가 도로시처럼 회오리바람에 휩쓸려서 환상의 나라인 오즈에 떨어지는 것은 필연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오즈가 자신의 이름과 똑같은 세계인 오즈에 떨어지니 모두들 그를 악한 마녀로부터 세상을 구해낼 전설의 마법사로 여긴다. 그는 캔자스시에선 별볼일 없는 삼류 마술사에 남들로부터 조롱과 멸시를 받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는 오즈에선 모두가 칭송해 마지 않는 위대한 인물이 되어 있었다. 아직 그는 하지 조차 않은 일로.

 

오즈는 선과 악의 중간쯤 있는 인물이다. 그는 사실 자신은 마법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히려고 하지만, 왕실의 엄청난 황금에 거짓말을 한다. 그러나 그의 거짓말은 정말 거짓말이라고 하기 어려운 것이, 예언을 믿고 자신을 바라보는 오즈의 백성들을 위해 하는 하얀 거짓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헷깔리는 상황을 제시한다. 처음 그를 맡이해준 테오도라는 오즈와 사랑에 빠지고, 녹색 마법사 아바노라는 글린다가 악한 마녀라고 알려준다. 그러나 오즈가 직접 만난 글린다는 외모만 봐도 나 착한 마녀에요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관객은 중반까지 도대체 누가 악한 마녀인거야?’라고 헷갈리게 된다.

 

악당과 영웅을 바로 분간할 수 없게 헷갈리게 만드는 <오즈>의 이야기전개는 반영웅이 유행하는 요즘 영화와 소설계의 흐름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오즈>는 동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이런 혼란을 오래가져 가지는 않는다.

 

대신 이런 이야기전개는 오즈가 삼류 마술사에서 위대한 마법사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오즈는 삼류 마술사인가? 아님 정말 위대한 마법사인가? 오즈는 당연한 말이지만 세 마녀처럼 마법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그가 하는 마술은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대중의 눈을 현혹시켜서 즐거움을 주는 볼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의 거듭된 기대와 그들의 선한 눈빛에 동화되면서 오즈는 정말로 위대한 마법사가 되어간다. 비록 그는 마술사로서 자신이 가진 지식과 능력을 총동원해서 마지막엔 지상최고의 쇼를 연출해낸다. 물론 어떤 의미에서 그건 사람들을 속인 것이다. 그러나 그건 피해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악한 마녀를 몰아내기 위한 방법이었기에, ‘하얀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다.

 

<오즈>를 보고 있노라면, ‘주변의 커다란 기대와 끝없는 믿음은 별 볼일 없는 삼류 마술사로 위대한 마법사로 변모하게 되는 위력을 발휘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오즈역의 제임스 프랑코는 마치 흑백영화 시절에 나오는 이들처럼 과장된 몸짓과 목소리로 능청스럽게 삼류 마술사의 모습을 연기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위대한 인물로 성장해가는 한 인간의 내면을 속속들이 보여준다. 그야말로 감탄사가 절로 나올 뿐이다.

 

선과 악의 양면성을 지닌 마녀 테오도라 밀라 쿠니스의 연기는 그야말로 멋지며, 레이첼 와이즈가 연기하는 마녀 이바노라 역시 그녀만의 색다른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무엇보다 캔자스시의 애니와 착한 마녀 글린다의 12역의 미셸 윌리엄스까지. 아름다우면서도 각각의 개성이 넘치는 세 마녀는 <오즈>에서 가장 큰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색색깔로 아름다운 오즈의 자연풍경과 도자기 소녀, 날개달린 원숭이, 쿼틀링족과 먼치킨족, 팅커스족 등의 화려하고 현란한 볼꺼리들은 <오즈>를 보는 즐거움을 몇 배로 배가시켜준다. <아바타>이후 볼거리와 이야기전개가 모두 만족스러운 멋진 작품이었다. 물론 동화원작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약간의 유치함은 있지만, 그런 유치함은 오히려 보는 재미를 더한다고 여겨진다. 만약 <오즈>가 너무 진지했다면? 그야말로 어색하기 짝이 없지 않겠는가?

 

여태까지 나온 동화원작의 영화중에서 가장 최고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이라고 여겨진다. <이블데드>시리즈와 <스파이더맨> 3부작의 감독답게 샘 레이미는 또 하나의 멋진 작품을 완성했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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