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천만관객이 봐야할 영화, ‘26년’

朱雀 2012. 11. 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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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가장 재밌게 본 영화를 꼽으라면, 단연코 홍콩무협영화를 꼽겠다! 무협영화의 스토리라인은 간단하다! 주인공은 부모님이나 사부님이 악당의 손에 죽고, 이를 복수하기 위해 갖은 고생 끝에 은거고수를 만나서 무술을 연마한다. 그리고 결국 원수를 찾아가서 복수를 하면서 끝맺는다!

 

우마 서먼이 주연한 영화 <킬빌>은 그런 홍콩무협영화의 기본 스토리라인을 고스란히 차용한 작품이다! 그뿐인가? 영원한 따거(형님) 주윤발의 <영웅본색><첩혈쌍웅> 역시 칼에서 총으로 무기가 바뀌고 시대배경만 과거에서 현재로 바뀌었을 뿐, 결국 복수를 완성하는 작품이다.

 

끔찍한 비명과 피가 낭자하지만 관객들은 주인공의 행동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것은, 복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주인공들의 행동에 모두 암묵적으로 동의하기 때문이다. 당장 내 부모형제, 아내와 자식 중 누구하나라도 억울한 폭행이나 죽음을 당한다면, 우리 중 누가 분노하지 않을까? 제대로 법집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자신의 손으로라도 범인은 단죄하려 들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6>은 기존의 홍콩 무협영화나 느와르 영화와 스토리라인이 비슷하다. 각각 깡패, 경찰, 국가대표 사격선수들은 가족을 죽인 원수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모이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짜고 각고의 노력을 한다.

 

그러나 <26>이 앞서 말한 홍콩 무협영화와 느와르 영화와 무엇보다 다른 점은 허구가 아니라 상당부분 현실에 기초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 속 광주학살을 명한 것으로 의심되는(?) -본인은 여태까지 아니라고 우기지만- 그 사람은 현재도 영원히 잔고가 29만원이 줄어들지 않는 화수분 통장을 가지고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오히려 희생자 가족은 오늘도 슬픔에 잠겨서 억울한 죽음을 당한 이들의 넋을 위로하고 있을 뿐이다.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19805. 18일 광주는 정권을 탈취하려는 신군부 세력에 맞서서 계엄령 철폐와 그 사람의 퇴진을 요구하는 민주화 운동을 펼친다. 그러나 이런 광주시민들의 요구에 신군부는 공수부대까지 동원해서 총칼로 무자비하게 사살했고, 전남도청을 사수하던 시민군은 끝까지 항거하다가 결국 무력 진압되고 말았다.

 

이때 사망자만 165명에, 구속연행 및 상이자만 약 4천명 가량이 된다. 따라서 <26>의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가 분노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이것이 지금도 현재진행중인 역사이기 때문이다.

 

강풀의 원작 <26>은 워낙 대사가 많고 밀도가 높은 작품이기에 영화화되기가 무척 힘들었다. 무엇보다 제작사인 청어람 영화사가 2008년 제작하려고 했던 당시, 불과 촬영을 열흘 앞두고 메인투자자가 손을 떼는 바람에 무산되는 곡절을 겪었던 작품이다.

 

왜 주연배우와 감독를 비롯해서 모든 준비가 끝난 영화가 갑작스럽게 제작이 중단되었을까? <X파일>의 멀더와 스컬리 요원에게 수사를 부탁하고 싶을 만큼 미스테리하지 않는가?

 

이번 <26>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10억원 마련에 나섰고, 뜻있는 시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결국 영화가 완성해서 현재 펀딩에 참여한 이들을 위한 시사회가 진행중이다! 필자 역시 어제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투자자의 한 사람으로서 시사회에 참여했다.

 

영화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동명원작 웹툰인 <26>에서 상당부분 덜어내고, 복수를 위해 뭉친 이들이 실행하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작품은 아쉬움이 많다.

 

원작을 기억한 이들에겐 이야기의 얼개가 느슨하고, 배우들의 연기 역시 최고라고 할 수는 없다. 연출 역시 군데군데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 그러나 영화를 본 관객들은 누구나 분노에 휩싸일 수 밖에 없다! ? 서두에 밝혔지만 그들이 단죄하려는 그 사람이 현재 너무나 잘 먹고 떵떵거리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배우 장광의 연기는 현실의 그와 너무 닮아있기에 우리의 분노는 하늘까지 치솟는다.

 

10~20대들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을 것이다. 이건 기성세대의 잘못이다! 우리가 제대로 민주화를 이뤄내지 못했기에, 젊은 세대들은 지난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배우지도 못했다. 게다가 무려 1년에 1천만원대의 천문학적인 학비 때문에 오늘날 청춘들은 중국산 찐쌀로 지은 김밥을 먹고, 시간당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알바를 뛰면서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다.

 

<26>에서 최고 명대사는 쪽 팔리게 살지 말자이다! 극중 진배의 큰형님은 서울에 담배를 사러간진배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감옥행을 선택한다. 변장한 하고 찾아온 진배를 향해 큰 형님은 내가 너 같은 생각을 하지 못하고 금남로를 다닌 게 부끄럽다라는 말을 한다.

 

진배가 그 사람을 붙잡고, 심미진이 저격을 할 수 있도록 창가로 데리고 와서 울부 짖을 때도 지금 아니면 다시 기회는 없어!’라고 하면서 역시 쪽 팔리지 말자라는 이야기를 한다!

 

여기서 쪽팔리지 말자라는 말은 결코 흔히 말하는 폼을 잡기 위한 것이 아니다. 바로 시대와 역사 앞에 떳떳해지자는 말이다. ‘그 사람은 총칼로 정권을 탈취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정당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했다. 하물며 나라와 영토를 지키고 국민을 지켜야할 군인들을 동원해서 총칼로 무자비하게 광주시민을 학살한 것은 어떤 말과 행동으로도 용서할 수 없는 큰 죄다.

 

그런데 정작 그 사람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 참으로 부끄럽고도 통탄스러운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 같은 방법으로 단죄를 하자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다만 우리는 지난 역사를 잊지 말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일은 다가오는 1219일 제대로 내 한표를 행사하는데서 시작된다! 왠 뜬금없는 소리? 라고 할 수도 있겠다.

 

우린 민주정부 10년을 거치면서, 우리 삶에 민주주의가 제대로 뿌리를 내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 5년간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되었는가? (나도 아니고 주변도 전부 아니라고 하지만) 잘못 행사한 한표 때문에 지난 5년간 20조가 강바닥에 버려졌고, 인권은 땅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물론 <남영동 1985>처럼 누군가가 끌려가서 고문을 당하거나, <26>처럼 총칼로 무자비하게 진압되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그 외의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누군가가 꼼꼼하게 촛불을 든 이와 양식 있는 이들을 괴롭혔다. -정말 누군지 꼼꼼하기 이를 데 없었다. 정체가 궁금하지 않은가?- 그 집권여당의 후보가 현재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다! 그것도 40%대의 탄탄한 지지율로. 참으로 부끄럽고 또 부끄러운 일이다.

 

만약 5.16 쿠테타로 정권을 잡고 63년부터 79년까지 대통령을 한 박정희가 없었다면, ‘그 사람12. 12 군사반란을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고 광주의 비극역시 없었을 것이다.

 

물론 그녀가 독재자의 딸로 태어난 것은 죄가 아니다. 그러나 그녀는 얼마 전 기자회견에서 말한 것처럼 인혁당 사건과 관련해서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나라는 엄청난 발언을 했다. 인혁당 사건을 몇 줄로 요약하면 선량한 시민을 간첩으로 몰아서 사형시킨 사건이다. 박정희 정권에서 이루어진 대표적인 공안조작 사건이다. -물론 그녀는 이후 다시 재사과하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인혁당'을 '민혁당'으로 잘못 발언함으로써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

 

따라서 진심어린 사과를 해도 모자른 판에 이런 발언은 그녀의 역사관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전태일 열사 기념관을 찾아가고 대통합 행보를 한다면서, 아버지의 지난 과오에 대해선 전혀 사과도 반성도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그녀는 육영수 여사의 서거이후 실질적으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기 때문에,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게다가 그녀와 여당에서 (선거용으로) 말하고 있는 각종 민생법안들은, 놀랍게도(?) 그들이 국회에서 반대해서 무산되었거나, 아예 실행하지 않은 것들이다. 정말 의지가 있었다면 벌써 실행할 수 있었던 것들이다. 따라서 오늘날 SNS상에서 붉은색의 공약 현수막을 네티즌들이 사진으로 찍어서 모으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는 것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다-
이런 이가 대통령이 된다면? 아마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 되지 않을까?

 

필자는 반드시 <26>을 천만관객이 봐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광주의 아픔을 기억하고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돌아오는 1219일 날 투표를 통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우린 민주주의 국가에 살기 때문에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방법으로 누군가를 단죄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건강한 상식과 서민의 아픔을 아는 이를 대통령으로 뽑아야만 한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그리하여 광주의 아픔을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고, 우리 젊은이들에게 제대로 된 현대사를 가르치고, 지난 역사의 과오에서 잘못된 점을 배우고 뼈져린 반성을 하고 미래로 나아가야만 한다. <남영동 1985>와 더불어 괴롭고 끔찍하지만 우리 모두가 봐야할 필견의 영화다! 우린 이미 지난 2008년에 잘못된 한표 행사로 후손에게 용서를 받을 수 없을 정도의 큰 죄를 지었다. 부디 이번 2012년 대선에선 후손에게 최소한 떳떳할 수 있는 한표를 행사하자! 그것이 부끄러움에서 벗어나는 한발자국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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