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왜 김혜수는 정유미의 미래가 아닌가? ‘직장의 신’

朱雀 2013. 4. 23.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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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직이 정규직 제의를 받는다면? 무척 기분 좋고 행복한 일일 것이다. 아마 대한민국에 사는 99% 비정규직이 모두들 바라는 대목일 거라 생각된다.

 

그런데 여기 회사가 내민 정규직이란 카드를 당당하게 거부한 여성이 있다. 바로 <직장의 신>에 등장하는 미스 김이다. 그렇다면 왜 회사는 미스 김에게 정규직을 제의했는가?

 

이미 드라마에서 알 수 있지만, 미스 김은 회사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그 놀라운 능력으로 계약을 성사시키는 위력을 보여주었다. 이런 우수한 사원을 뽑지 않는다면 그거야 말로 말이 안되는 일일 것이다.

 

게다가 황부장이 말했지만, 회사입장에선 비용절감도 된다. ? 미스 김은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을 칼같이 지키며, 그 외의 일들은 모두 모두 시간외 수당을 받아간다. 심지어 회식도 시간외 수당을 받으면서 참가하니, 그야말로 말 다한 셈이다.

 

그런 미스 김이기에 정규직 사절은 오히려 당연해 보인다. 게다가 정규직에 대해 회사의 노예가 되고 싶지 않다라고 일갈한 부분은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대목이지 않을까?

 

말도 안되는 직장상사의 잔소리와 엄청난 업무량 때문에 매일같이 전쟁을 치루는 현실을 고려하면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직장의 신>은 미스 김처럼 슈퍼맨도 등장하지만, 정주리를 비롯한 대다수 등장인물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주리는 미스 김이 멋있다고 하지만, 그녀의 미래는 미스 김이아니라 파견직 5년차인 박봉희다. 그녀는 2년이 될 때마다 계약을 연장시키지 못해서 벌써 세 번째 이직을 단행한 상황이다.

 

게다가 몸이 아픈 그녀가 생리휴가를 내자, 장규직은 이를 트집 잡아서 많은 이들이 보는 앞에서 질책한다. 그러면서 정작 본인은 감기에 걸려서 유급휴가를 받는 그야말로 욕이 튀어나올 행동을 한다.

 

 


따라서 분노한 파견직 여성들이 장규직이 마실 커피에 침을 뱉는 행위는 충분히 공감하는 상황이며
, 아마 직장인이라면 이런 식의 소소한 복수는 해봤거나 꿈꿔봤을 것이다.

 

그래서 정주리가 장규직의 커피를 무정한 팀장이 대신 마실 상황이 발생하자 자신의 몸을 날려 마시는 장면은 웃기기도 하지만 동시에 안쓰러움을 우리에게 준다.

 

정주리는 3개월 계약직으로 계약연장과 정규직 전환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녀는 매일 사고를 쳐서 짤리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다.

 

7화에선 200만원 상당의 복사기를 고장내서 스스로 위기의식을 갖게 된다. 그러나 그녀가 돌파구로 삼는 방법은 무척 난감했다. 그녀는 우선 장규직을 비롯한 남자사원들의 담배심부름까지 하고, 결국엔 다른 회사(그것도 다단계)에 면접을 보러 간다. 이에 반해 미스 김은 감기몸살에 걸린 상황에서도 출근해서 일하는 프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정주리는 미스 김을 꿈꾼다. 그러나 현실은? 앞서 말한대로 그녀의 미래는 미스 김보단 5년차 계약직인 박봉희가 될 가능성이 90% 이상이다. 미래가 불안한 계약직으로선 조금이라도 대우가 나은 곳이 나온다면. 그곳에 면접을 보고 옮기려할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말도 안되는 능력을 가진 미스 김은 제 몸을 가누기 어려운 상황에서조차 제 일을 묵묵하게 수행해낸다. 이것이 프로의 자세가 아닐까? <직장의 신>에서 미스 김같은 슈퍼우먼이 등장하는 이유는 현실에선 존재할 수 없는 일이다. ? 회사와 회사원의 관계는 갑과 을이며 을은 갑에게 끌려다닐 수 밖에 없는 존재다.

 

따라서 을임에도 불구하고 갑에게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미스 김의 모습은 그야말로 직장인의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주는 카타르시스를 전달해준다. 그러나 아무리 대리만족을 주는 미스 김이라도 그녀도 사람이라 감기에 걸리며 아파하고 비실거린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와중에서도 큰 실수 없이 오히려 중요한 계약을 앞두고 또 한번 대단한 활약을 펼친다. 오늘날처럼 국가와 사회가 사회구성원을 챙겨주지 못할 때는, 개개인이 스스로를 챙기는 수 밖에 없다. 미스 김은 그런 스스로에 대한 챙김이 입신의 경지에 들어간 상황이다.

 

그러나 입신의 경지에 들어간 그녀조차 자신의 일에 대한 프로의식과 남다른 책임감이 보여준다. 그런 탓에 필자는 종종 계약직이 정규직이 되기 위해서는 정말 신 같은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것인지 걱정스럽다. <직장의 신>은 우리나라의 직장 상황을 보여주는 데, 직장에선 미스 김 같은 능력자만 원할 것 같아서 말이다. -대신 미스 김 같은 시간외 수당과 성격은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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