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왜 ‘해피투게더’는 300회 특집에 이영자-김숙-송은이를 불렀을까?

朱雀 2013. 5. 24. 09:54
728x90
반응형


어제 해피투게더는 무려 300회 특집이란 의미 있는 방송분을 내보냈다. 그런데 여기서 작은 반전이 하나 발생했다! 바로 이영자, 송은이, 김숙을 불렀다는 사실이다. <해피투게더>가 어떤 프로인가?

 

국민MC 유재석을 필두로 박명수, 박미선, 신봉선이 출연하고, 개콘의 G4가 출연하며 말 그대로 300회 동안 굳건하게 안방극장을 지킨 대표적인 목요 예능 프로이다. 연예인들이 나오지 못해 안타까워 할 정도로 그 위상은 매우 높다.

 

<해피투게더> 제작진이 마음만 먹었다면, 정말 송혜교와 김혜수를 섭외하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해피투게더>는 이영자-송은이-김숙을 초대손님으로 불렀다. 의외의 선택이라면 의외의 선택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하지만 첫 번째 이유는 초심으로 돌아가자였을 것이다. <해피투게더>300회를 맞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금은 사우나장에 자리를 잡고 있고, 야간매점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코너가 자리를 잡기까지 위기가 많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해피투게더는 ‘3’라는 숫자가 붙어있을 정도로, 변화에 변화를 거듭해왔다! 어제 300회 특집에선 답답한 사우나장에서 벗어나 추억을 찾는 여행을 떠났다.

 

이영자가 다닌 학교를 찾아서 1986년 추억의 졸업사진을 다시 재현하고, 이영자가 어렵게 고학생으로 등록금 50만원을 벌기 위해 어머니한테 생선을 떼서 5일장을 돌면서 팔던 이야기에, 그녀가 야간업소에서 DJ로 인기를 끌더 이야기. 그리고 마침내는 방송계에 혜성처럼 등장해서 인기를 끌던 시기까지의 여러 이야기가 오고갔다.

 

당연한 말이지만 추억은 아름답다. 그러나 당시에도 정말 아름다웠을까? 떠먹는 요구르트를 사 먹을 돈이 없어서 대학축제때 본 돈으로 사먹었다는 이야기는 지금은 웃으면서 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아마 우린 상상도 하지 못하는 괴로움이 있었을 것이다.

 

첫사랑의 추억은 지금은 아련하지만 당시엔 정말 엄청나게 힘든 시련이었을 것이다. 예능의 기능은 무엇일까? 어제 <해피투게더> 300회 특집은 그 의미를 우리에게 잘 전달했다고 여겨진다.

 

예능은 일단 우리에게 웃음을 준다. 처음 서울에 온 이영자가 말했지만 서울 사람들이 밤낮없이 바쁘게 살아간다. 숨 가쁘게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겐 엄청난 스트레스가 쌓일 수 밖에 없다. 여유 있는 사람들은 산으로 들로 심지어 해외로 가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지만, 돈도 시간적 여유도 없는 이들은 TV를 보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밖에 없다. <해피투게더>는 그렇게 힘든 도시인들에게 웃음과 위로를 함께 전달한다고 본다.

 

또한 비록 내 추억은 아니지만 이영자의 추억을 들으면서 그땐 그랬지라고 같이 맞장구 치면서 1980년대를 추억할 수 있게 되었다. 배고픈 이영자를 위로해주었던 1천원짜리 돈까스 모모의 추억은, 아마 당시를 살아갔던 이들에겐 비슷한 추억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300회 특집으로 이영자-송은이-김숙을 부른 것은 웃음에 충실하고자 하는 <해피투게더> 제작진의 마음일 것이다. 오늘날 예능은 각종 드라마와 홍보의 장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물론 그것을 탓할 마음은 없다. 특히 <해피투게더>는 나름 제약 속에서도 재미를 찾고자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할지라도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의 홍보를 위해 찾은 연기자와 영화 홍보를 위해 찾아온 이들의 마음가짐과 출연자세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시청자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최고의 게스트는 누구일까? 지금은 방송계에서 찬밥 대우를 받는 개그맨들이 아닐까? 희극인들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늘 연구하고 자신이 망가지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인물이다. 비록 인기는 예전만 하지 못할지라도 늘 웃음을 주기 위해 애쓰는 개그맨들. 그중에서도 여성 개그맨들을 게스트로 부른 것에는 숨은 의미가 있다고 여겨진다.

 

<해피투게더> 300회 특집은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야간매점 코너를 진행하지 않고, 이영자의 추억을 찾아가는 여정을 살핌으로써, 300회를 맞은 지금도 새로운 코너를 발굴하기 위해 고심하고 애쓰는 출연자와 제작진의 모습을 다시한번 비추었다. 처음 시도되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 다소 서툴고 어색한 감은 있었지만, 그런 <해피투게더>의 모습은 300회를 넘어서 5001천회를 맞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