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김미숙의 존재감이 빛난, ‘사건번호 113’

朱雀 2013. 5. 3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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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 예상보다 빨리 내연모가 마무리 되고, 하루가 비게 되면서 무엇이 방송될까?’라고 생각했는데, SBS에선 뜻밖의 카드를 들이밀었다! 바로 <사건번호 113>이란 단막극이었다!

 

<사건번호 113>에서 필자의 흥미를 끈 점은 바로 김미숙의 출연이었다! 김미숙이 누구인가? 많은 이들에게 부드럽고 지적이고 우아한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지만, <찬란한 유산>의 백성희 역처럼 인상적인 악역까지 그야말로 폭넓은 연기력을 보여주는 베테랑 연기자가 아닌가?

 

기대감을 갖고 본 <사건번호 113>는 충분히 시청한 2시간여가 아깝지 않았다. <사건번호 113>는 오피스텔에서 사라진 한 남자를 찾으면서 시작된다. 분명히 혈흔은 있지만 시체가 없다는 점에서 일단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사건번호 113>은 공중파에서 보기 드문 제대로 된 스릴러물이라는 데 큰 의의가 있을 것 같다. 시체 없는 살인사건이자 밀실살인이란 문제는 시청자들에게 고도의 두뇌게임을 요구한다!

 

게다가 항공촬영과 핸드헬드기법과 슬로무 모션이 적절하게 섞인 추격신과 영화 못지 않는 속도감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전개는 어떤 장르이건 남녀주인공은 연애한다라는 오직 한 장르(?)만 존재하는 국내 공중파 드라마에서 간만에 색다름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김미숙의 묵직한 존재감은 <사건번호 113>에서 시선을 뗄 수 없게끔 만들었다. 극중 김미숙은 오직 딸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희경역을 맡았는데, 딸을 헌신적으로 사랑하기에 모든 죄를 얹고 짊어지려고 가는 그녀의 모습은 충분히 설득력과 더불어 오늘날 우리가 쉽게 잊고 살아가는 모성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다.

 

아울러 <사건번호 113>은 약 5.5%대의 의미있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비록 경쟁수목극인 <남자가 사랑할 때> 9.9%<천명> 8.7%를 각각 기록해서 수목극 중에선 꼴찌를 차지했지만, 현재 수목드라마가 한참 방영중이란 상황을 고려하면 -시청자들은 아무래도 보던 걸 보는 습관이 있으니까- 단막극이 이 정도 시청률을 기록했다면 꽤나 선전한 셈이고, 신하균과 이민정을 내세우고도 '시청률 꼴찌'라는 참혹한 결과(마지막회는 고작 4%)를 기록한<내연모>와 비교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게다가 SNS를 비롯해서 관련게시판에선 <사건번호 113>에 호평이 줄을 잇고 있다. ? 앞서 지적했지만 그동안 공중파 드라마들은 하나같이 비슷비슷한 이야기 전개와 짜임새를 보여주었다.



이미 케이블에선 스릴러부터 판타지까지 다양한 장르를 도전하고 의미있는 성과를 얻어내는 것에 비하면, 현재 공중파는 자신의 위치를 믿고 너무 안주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공중파에선 드물게 수목드라마의 프리미엄 시간대에 제대로 된 스릴러를 보여준 <사건번호 113>은 뚝심이 엿보였다. 다른 드라마와 달리 학원폭력부터 살인까지 수위높은 영상을 보여주었고, 그 덕분에 공중파에선 드물게 ‘19등급으로 방영되었다.

 

그런 (공중파치고 수위 높은) 폭력의 묘사들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문제점인 학원폭력부터 가족간의 단절 같은 소재를 다루었다. <사건번호 113>은 끔찍한 살인사건을 다루었지만, 근본적으론 딸과 어머니의 화해를 그리면서 단순히 볼거리만이 아니라 문제의식과 더불어 생각할 꺼리를 던졌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말 그대로 재미와 감동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드라마였다. <사건번호 113>는 오랜만에 시청자들의 호평이 줄을 이은 수작이 아닌가 싶다. SBS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사건번호 113>같은 스릴러물을 좀 더 제대로 길게 만들어서 방영하기를 건의하는 바이다. 오늘날 시청자들은 늘 비슷비슷한 공중파 드라마에서 질려있다. 오늘날 30%는 커녕 10%대의 두자리 시청률의 수목 드라마 마저 찾기 어려운 현실의 원인이 무엇인지 <사건번호 113>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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