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불의한 자가 정의를 말하는 세상! ‘상어’

朱雀 2013. 5. 29.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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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어느정도 초반 이야기를 풀어낸 <상어>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만만찮은 문제를 던졌다. 바로 청산되지 못한 역사와 정의이야기다. <상어>에서 끝판왕은 조상득 회장이다. 그는 가야호텔그룹을 일으켜 세운 명실공이 창업주다. 그는 대학생에게 존경받는 인물 1위로 꼽힐 만큼 인기가 좋은, 말 그대로 명예와 부를 모두 가진 엄청난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한꺼풀 벗겨보면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인물이다. 우선 그는 자신을 찾아온 역사학자 강희수가 묻는 인물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시치미를 뗐다. 이후 그는 자신의 집을 나간 강희수를 사람을 시켜서 독살시키는 끔찍한 짓을 한다.

 

또한 자신의 아들인 조의선을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친 후 뺑소니를 하자, 그 누명을 모두 한영만에게 덮어씌우려 한다. 처음에는 제안을 하고, 나중엔 그가 예전에 지은 죄 때문에 경찰에 자수할 결심을 하자, 다시금 사람을 시켜서 독살하는 끔찍한 일을 반복한다.

 

그러면서 그는 천연덕스럽게도 대학 강단에서 정의를 운운하는 끔찍한 모습을 보여준다. 강희수가 말 한대로 조상득은 큰 사기꾼이라 할 수 있겠다. 강희수가 찾아낸 역사적 진실이 어디까지 올라가는 지 알 수 없지만, 길게는 일제강점기말부터 군사독재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역사학자 강희수는 군사독재시절 고문을 당했고, 당시 그 고문한 인물이 한이수의 아버지 한영만으로 보이는 장면들이 연출되었다. 따라서 한영만은 선량한 현재와 달리 과거에는 끔찍한 죄를 짓고 살았다. 그는 평생을 죄책감에 살다가 어렵게 결심을 하고 자수를 결심하지만, 실행을 앞두고 조상득에 의해 죽는 끔찍한 최후를 맞이했다.

 

어린 한이수가 아버지의 죽음을 납득하지 못하고,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과 조상득 회장이 대학강단에서 연설하는 장면은 묘한 대비를 이루었다. 이걸 단순히 드라마로 치부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스스로의 힘이 아니라 미국에 의해 광복을 맞이했고, 부끄러운 역사를 청산하지 못한 채 오늘날에 이르렀다. 명명백백한 역사를 어떻게든 날조하려는 이들이 넘쳐나는 것은 그들이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힘을 가졌기 때문에 정의를 운운한다.

 

정의란 무엇인가? 굳이 마이클 샌델의 저서를 들먹일 필요 없이, 지나간 역사의 과오를 반성하고 청산하고, 죄 있는 자는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으면 된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과연 그렇게 했는가?

 

참으로 엄중한 시대적 물음이다. <상어>가 그저 드라마속 재벌가의 비리를 이야기했다면, ‘시대정신을 운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상어>는 가야호텔창업주인 조상득이 자신의 금력으로 경찰과 검찰을 움직이는 모습을 통해, 재벌가과 결탁한 검찰과 경찰의 모습을 그려냈다. 과연 이걸 드라마속의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청산되지 못한 역사, 바로세우지 못한 역사를 운운한 이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게 과연 <상어>속의 이야기일까? 어린 한이수는 아버지가 몰래 숨겨놓은 문서를 아무래도 3화에서 찾아내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때문에 조상득 회장의 명으로 교통사고를 당하는 끔찍한 일을 당하고, 요시무라 준이치로에게 거둬져셔 요시무라 준으로 개명하는 듯 싶다. 12년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그가 겨누는 복수의 끝에 조상득이 있는 건 오히려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극중 손예진은 서울지검 검사로서 출연한다. 그는 아마 사건을 추적해가는 과정속에서 자신의 아버지 조의선과 할아버지 조상득의 추악한 악행에 대해 알게 될 것이다. 과연 그녀가 모든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자신의 손으로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단죄할 수 있을까?

 

이건 매우 어려운 문제다. 우리가 말하는 정의를 이루기 위해선 극중 조해우처럼 끔찍한 댓가를 요구받을지 모른다. 정의구현과 가족중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극단적인 경우를 말이다. 사람을 죽인 것은 끔찍한 범죄인데, 그것도 부족해서 누명을 씌우고, 역사 앞에 거짓 영웅행세를 해왔다면? 더더욱 말이다.

 

조해우가 만약 모든 진실을 알게 된다면, 그는 단순히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법정에 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집안이 풍비박산나고 자신도 역사 앞에 죄인이 되는 댓가를 치루어야만 한다. -무엇보다 그의 할아버지는 그녀가 사랑하는 한이수의 아버지를 죽였고, 한이수마저 제거하려고 했다-

 

<상어>는 부끄러운 역사청산과 정의 실현이란 묵직하고 어려운 주제를 담아내고자 하고 있다. 과연 아직까지 청산하지 못한 우리 시대의 과제에 대해 드라마가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을지 기대되는 부분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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