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흉악범도 변호 받아야 하는가? ‘너의 목소리가 들려’

朱雀 2013. 6. 28.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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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왕으로 유명한 솔로몬왕은 어느 날 매우 까다로운 재판을 하게 된다. 두 여인이 한 아기의 엄마라고 서로 주장하는 상황에 맞게 된 것이다. 둘 중 누가 친엄마인지 알 수 없었던 솔로몬왕은 둘로 나누어서 반쪽씩 나누어 주어라!”라는 끔찍한 명령을 내린다.

 

이에 놀란 한 여인은 아기를 살려달라면서 양보했고, 다른 한명은 그렇게 해도 좋다라고 동의한다. 이에 솔로몬왕은 아기를 양보한 여인을 친엄마로 결론 짓고, 다른 한명을 벌한다. 친엄마라면 아기의 목숨을 무엇보다 우선시할 것이란 솔로몬의 지혜가 엿보이는 부분이지만, 동시에 사람의 거짓말을 구분하기 힘들었던 솔로몬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라 할 수 있겠다.

 

어제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선 매우 의미있는 딜레마를 시청자에게 선사했다. 바로 장혜성 변호사의 어머니를 죽인 민준국의 변호를 차관우 변호사가 맡게 되는 대목이다.

 

차변호사는 현재 장혜성 변호사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 따라서 그녀가 민준국의 유죄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변호를 맡기란 너무나 힘든 일이다. 그러나 차관우는 여러 가지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장혜성이 오해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 명확한 증거들이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박수하의 능력을 통해 진실을 아는 시청자에겐 미치고 팔짝 뛸 상황이다. 그러나 잠시 박수하의 능력은 제쳐놓고 생각해보자! 이 세상엔 다른 사람의 마음을 거울처럼 읽어내는 능력을 가진 인물은 없다. 박수하의 능력은 어디까지나 재미를 위한 하나의 설정일 뿐이다.

 

우린 다른 이의 마음을 읽는 능력 따위는 없기 때문에, 어떤 이의 죄의 유무를 가릴 때는 증거를 가지고 합리적인 추론을 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차관우 변호사의 우직한 모습은 화가 날 정도로 답답하지만, 동시에 인간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민주주의 국가에선 어떤 사람이 용의자로 체포되고 재판을 받게 되어도, 일단 무죄추정의 원칙을 가진다. 선고가 내려지기 전까지 그는 무죄인 것이다. 누가 봐도 유죄인 경우에도 변호사는 그가 무죄라고 가정하고 노력해야만 한다.

 

? 단 한사람도 억울한 이가 없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도 한번 등장한 말이지만 열 명의 죄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이를 만들면 안되기 때문이다.

 

물론 시청자의 입장에선 답답하다. 민준국은 분명히 장혜성의 어머니 어춘심을 폭행하고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 그러나 무죄를 받기 위해 불을 낸 가게로 뛰어가서 구하는 척 연기를 했다.

 

그러나 우리가 진실을 아는 것은 시청자이기게, 박수하의 능력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박수하의 능력은 신의 능력이라고 해도 좋을 지경이다. 그러나 어설프게 법정에서 자신의 능력을 밝혔다가, 웃음거리가 된 것처럼 그런 능력은 법적인 효력이 발생되지 않는다. ? 입증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무엇일까? 아무리 살인죄를 저지른 것으로 유력시되는 피고라고 할지라도 억울하지 않도록 3번의 재판을 받는 동안 자신을 충분히 변호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만 한다.

 

물론 <너의 목소리가 들려>은 영리한 선택을 한다. 민준국의 유죄를 아는 장혜성은 검사인 서도연을 찾아가서 무릎까지 꿇고 10년 전 일까지 용서를 빌면서, 심지어 증거조작까지 시도한다.

 

물론 장혜성과 서도연이 한 행동은 원칙적으론 옳은 행동이 아니다. 그러나 범인이 확실한 인물을 눈앞에 두고도 무죄로 방면되게 놔둘 수 없기에, 어머니의 원수를 그대로 둘 수 없기에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원칙을 운운하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믿을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이다. 오히려 박수하처럼 복수를 하기 위해 칼을 드는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게 인지상정일 것이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장혜성의 입장을 통해선 피해자가 아무리 억울하고 답답해도 법에 호소할 길이 없는 현 사법부 체계의 한계를, 차관우 변호사를 통해선 아무리 유력 용의자라고 해도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함을 동시에 그려냈다. 정말 영리하고도 훌륭한 전개였다.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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