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아버지를 용서해야 하는가? ‘굿닥터’

朱雀 2013. 9. 17.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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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물음은 답이 뻔히 정해져 있다. 물론 머리로는 안다!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에선 심지어 자신을 죽이려고 까지 했던 아버지를 지극하게 섬긴 순왕에 대한 고사가 아름답게 남아있을 정도니까.

 

굳이 고사를 들추지 않더라도 도덕과 윤리 교과서에선 천륜을 들먹이면서 부모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용서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적혀있다. 그러나 <굿닥터>의 박시온의 아버지 박춘성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 그는 전형적인 폭력적인 가장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심정은 어느 정도 이해한다. 자식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사실은 청천벽력과 같았을 것이고, 박시온을 보는 내내 밉고 짜증이 났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술을 먹고 박시온을 때린 가장이다. 박시온에게만 폭력을 휘두른 게 아니라 아내와 (사고로 죽은) 형에게까지 손을 댔다. 따라서 그의 폭력에 견디다 못해서 박시온의 어머니가 도망친 것은 어떤 의미에선 당연한 결과라고 밖에 할 수가 없다.

 

박춘성은 TV에 나온 박시온을 알아보고 성원대 병원을 찾아온다. 아마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는 장남을 비극적인 사고로 잃고 남아있는 시온을 보고 싶어하다가 우연히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찾아왔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자식은 자신을 보고 기절할 정도니 얼마나 기가 막혔겠는가? 그가 박시온을 보고 미안하다라는 말 없이 호통으로 일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선 가족 뿐만 아니라 그 자신에게도 불행이라고 밖에 할말이 없다. ? 그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춘성을 불쌍하게 여기기 전에 그의 행동을 보고 있노라면 너무나 삐뚤어졌다라고 할 말이 없다. 그는 자신의 아내를 보자마자 화가 나서 죽여버리겠다는 험악한 말을 내뱉는다.

 

그뿐인가? 보다 못한 아내가 그를 집으로 들이자 술상을 뒤엎고, 시온 문제로 찾아온 최우석 원장을 아내의 불륜상대로 생각하는 그야말로 최악의 모습만을 보여주었다. 그런 그를 박시온이 받아들여야만 할까?


-최우석 원장은 버려진 박시온을 친자식처럼 키운 인물이다. 그는 박시온을 자신의 호적에 올리지 않았을 뿐이지 거의 양아버지다. 오늘날 대학 등록금은 천문학적인 단위다. 드라마에 묘사되지 않았지만 최우석은 박시온이 오늘날 성장하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왔을 것이다. 그런데 박춘성이 한일은? 과연 그가 단순히 친아버지란 사실만으로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까? 무척 회의적이다-

 

물론 <굿닥터>의 진행은 전형적인 도덕교과서처럼 움직일 것이다. 박시온은 인후암 말기에 들어선 아버지를 불쌍한 환자로 받아들이고, 이내 용서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정답이 정해져 있다고 해서 과정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박시온에게 아버지는 폭력만 휘두른 인물이다. 가족이란 세상에서 더없이 가까운 사이지만, 그 때문에 서로에게 가장 큰 상처를 주는 존재들이기도 하다. <안녕하세요>를 비롯한 프로를 보면 가족끼리 오해와 불신이 쌓여서 서로에게 상처를 준 사연을 너무나 흔하게 접할 수 있다.

 

게다가 <굿 닥터>에 묘사된 것처럼 폭력적인 가장 때문에 온 가족이 쓰라린 고통속에서 살아가는 경우를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박시온의 장애가 심해진 것은 전적으로 아버지 때문이었다. 그런 아버지를 용서해야만 할까? 단순히 아버지가 말기암에 걸렸기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나를 낳아준 부모라서가 아니라, 미움엔 미움이 아니라, 사랑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어떻게 드라마가 묘사할지 기대된다.

 

단순히 아버지이기 때문에받아들여야 한다면, 시청자의 한사람으로서 적어도 나는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그건 또 다른 의미의 폭력이기 때문이다! 박시온은 아버지에 대한 공포 때문에 어린 시절의 기억을 (스스로) 모두 지울 만큼 엄청난 고통을 받아온 인물이다. 성인이 된 지금도 7살때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건 박시온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다수가 그럴 것이다. 그만큼 폭력이란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시온 어머니의 말대로 아버지 노릇을 한 것도 없이, 이제야 아들이 번듯한 의사가 되자 (자신이 생물학적인 아버지라고) ‘덕 좀 보겠다고 찾아온 그의 모습은 도저히 인간적으로 대우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물론 속마음은 그게아니겠지만). 자식이라고 부모에게 무조건 요구하는 것도 꼴불견이지만, 부모라고 무조건 자식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요즘 정서에도 맞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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