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나는 왜 ‘이장과 군수’에 주목하는가?

朱雀 2013. 9.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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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기간만 5일이나 되는 한가위인 탓일까? 이번 연휴기간에는 다른 때와 달리 공중파에서 새로운 예능프로들이 파일럿 형태로 시청자를 찾아가고 있다. 게다가 다들 나름대로 재미가 있어서 어느 프로가 낫네라는 말을 쉽사리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유독 그중에서도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예능이 하나 있다! 바로 <이장과 군수>. 제목에서 풍기듯이 <이장과 군수>는 한 시골마을을 찾아가서 명예이장직을 두고 연예인들이 선거를 치루는 프로다.

 

<이장과 군수> 초입에서 밝히지만 오늘날 농촌은 나날이 인구수가 줄어가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젊은 사람들은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로 떠나가고, 어르신들만이 남다보니 농촌은 점점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안타깝지만) 어느 순간 농촌인구가 거의 사라지는 시점이 수십년 내에 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그런 어려운 농촌에 방송이 어떻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가장 손쉬운 방법은 예능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다. 좋은 예로 <12>이나 <런닝맨>에 소개된다면, 관광명소로 급부상해서 사람들이 찾아올 수 밖에 없다.

 

<이장과 군수>는 그 지점을 일단 선택했다! 역촌리 이장직을 두고 이만기와 손병호가 대결을 펼치는데, 각각 이수근과 윤다훈이 선거단장으로 나서면서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신봉선, 씨스타의 보라, 이민호 등 화려한 출연진들은 그 자체로 눈길을 계속해서 붙잡는다.

 

<이장과 군수>선거라는 독특한 소재를 활용했지만 영리하게 움직인다.-실제로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명예이장을 뽑는다- 우선 우리가 기존 선거기간에 볼 수 있었던 흑색선전과 상대방 후보에 대한 비방들이 고스란히 재현된다. 이런 깨알 같은 정치 풍자는 오늘날 우리네 선거문화를 유머러스하게 그러나 되돌아보면서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

 

실제 국회의원 선거에 나섰다가 낙선한 경험이 있는 이만기는 명예이장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모일 만한 곳이면, 무조건 들어가는 저돌적인 모습으로 실제 선거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손병호 진영 역시 최선을 다하는 진지한 모습으로 인해 어디까지가 예능이고 어디까지나 리얼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그러나 <이장과 군수>는 자신이 예능임을 잊지 않는다. 씨스타의 보라를 보고 반한 이도영의 모습이나, 행사를 뛰는 듯한 이수근의 노련한 진행, 서로 상대방을 비방하던 두 진영이 화해를 취하는 장면에서 (이도영에게) ‘화해의 키스를 하자며 나서는 신봉선의 자세는 웃기기 그지 없었다!

 

게다가 역촌리의 부녀회장을 비롯한 중요인물들을 드라마와 영화처럼 자막을 통해 깨알같이 설명하고, 그들을 포섭해가는 과정을 그려내는 대목에선 그저 저절로 무릎을 치게 할 정도였다!

 

<이장과 군수>는 앞서 지적한 대로 6일 동안 정말 치열하게 펼쳐지는 두 진영의 모습을 정말 실제 선거운동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리얼하게 찍어냈다. 거기에 노련하게 웃음의 코드를 얹고, 현재 정치에 대한 풍자를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시골의 풍성한 인심을 그리고, 동시에 인구수가 줄어들어서 노인들만 넘쳐나는 농촌의 안타까운 모습을 세련되게 그려내서 오늘날 우리 농촌의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까지 마련했다.

 

거기에 역촌리의 막걸리를 비롯한 지역특산품을 잊지 않고 소개해내는 모습에선 그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이런 게 바로 예능의 힘이 아니겠는가? 시청자들이 보고 나중에 검색하거나 찾아가서 먹을 가능성이 높아지니 말이다.



만약
<이장과 군수>가 성공한다면? 앞으로 <이장과 군수>에서 명예이장직을 두고 선거를 치룰 때마다 그 고장은 유명해져서 관광객이 찾아오는 명소가 될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마을에 새로운 이들이 유입되지 않으면, 언젠가 그곳은 유령마을이 될 수 밖에 없다.

 

수입농산물이 몰려오고, 각종 자재와 생활비는 올라가는데, 농산물 가격은 떨어지는 삼중고 이상의 고통을 겪고 있는 시골에 예능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한 <이장과 군수>에 일단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단순한 예능이 아니라 정치에 대한 풍자와 예능의 웃음 포인트를 잊지 않고, 게다가 수 많은 등장인물들을 캐릭터화 해내는 제작진의 탁월한 능력에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1부를 몹시 재밌게 본 입장에서 오늘 방송되는 2부 역시 매우 흥미진진하게 보게 될 것 같다.

 

단순히 웃음뿐만 아니라 이만기 같은 인물이 홍보대사가 되고, 치열한 선거과정이 공중파를 통해 방송됨으로써 관광명소화 되며, 그러면서도 오늘날 우리를 되돌아보게 하고, 시골 노인분들의 어려움을 직접 듣고, 그들의 아픈 발을 직접 어루만지는 이만기의 손길을 보면서 <이장과 군수>의 지향점을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이젠 예능에도 이런 프로 하나쯤은 가질때가 되지 않았을까? 웃음과 감동과 눈물이 뒤범벅된 종합선물세트 <이장과 군수>의 탄생에 일단 박수를 보낸다. 부디 정규편성되어서 만나게 되기를 학수고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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