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안녕하세요’를 보다가 몹시 부끄러워진 이유!

朱雀 2013. 10. 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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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월요일밤에 강제시청(?)하게 되는 프로가 있다. 바로 <안녕하세요>. 어제 여기엔 좀 독특한 고민을 가진 이가 출연했다. 미국에 30년째 살아가는 한 한국인 아주머님이셨는데, 외국인 남편이 <전국노래자랑>의 매력에 푹 빠져서 매년 한달씩 <전국노래자랑>의 녹화현장을 쫓아다닌다고 했다.

 

처음 사연을 접했을 때만 해도 그저 그냥 많이 좋아하시나보다라고 생각했다. 외국인 남편은 1년에 한번 한국에 오기 위해 일년 내내 아파도 출근해서 일하고, 휴일에도 일하고 모은 돈을 약 한달동안 1천만원 이상 쓴다고 한다.

 

하긴 태평양을 건너오는 비행기값도 장난 아니려니와, <전국노래자랑>이 열리는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면서 숙식을 해결하는 것도 보통 돈이 들어가는 일은 아닐 것 같았다.

 

그런데 사연을 들으면서 왜 외국인인 그가 그토록 <전국노래자랑>에 꽂혔는지사연이 궁금해졌다.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외국인 남편 유진(부인이 부르는 애칭)은 부인이 시청하던 <전국노래자랑>을 보고 우연히 꽂혀서 한번 녹화장을 찾아가게 되었고, 거기서 송해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가 인간적으로 자신을 대해줘서 약속을 하게 되었단다.

 

살아있는 동안 매년 찾아오기로.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그가 송해를 그토록 좋아하는 이유다. 그는 1975년 미군으로 근무하면서, 한국을 위해 목숨을 버릴 각오까지 했지만, 매번 인종차별 을 경험해야만 했다. 그는 매년 한국에 올때마다 ‘30년이 넘도록 한국은 변하지 않는다면서 그가 이곳에서 느끼는 인종차별에 대한 아픔을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를 접하자 몹시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물론 내가 그를 차별하거나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매번 한국에 올때마다 인종차별을 경험한다니.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미안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는 대목이었다.

 

내가 만약 올때마다 인종차별을 당한다면 화가 나서 안 올법도 한데, 자신을 인간적으로 대우해준 송해를 다시 보기 위해 매년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는 그를 보면서 매우 대단하게 보였다.

 

부인의 입장에선 매년 쓰는 돈도 그렇고, 혹시라도 한국에 들어갔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는 것은 아닌지 염려되어서 함께 동반입출국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녀의 입장에선 돈과 시간 그리고 건강이 염려되겠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애쓰는 한 외국인의 모습을 보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게 했다.

 

첫 번재는 역시 부끄러움이 제일 컸다! 30년이 넘도록 한국을 오고간 한 외국인이 경험한 인종차별에 대한 경험담은 그저 부끄럽기 그지 없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만 100만명을 돌파한지 오래인데, 아직도 피부색깔에 따라 사람을 차별한다는 그의 증언은 그저 부끄럽기 그지 없는 대목이었다.

 

사람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단지 피부색깔로 차별받아서는 절대 안된다. 인간을 인간으로 대우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아닌 말로 우리가 외국에 나가서 차별을 받는다면 얼마나 불쾌하고 모욕적인 일이겠는가?

 

두 번째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가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말이 쉽지 매년 한국에 오기 위해 일을 하고 돈을 모으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그런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가 한국에 오는 이유는 송해 때문이긴 하지만, 자신을 인간적으로 대우해줬던 장인어른에 대한 기억 때문에 그렇다는 말은 바로 아내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겠는가?

 

지구촌이란 말은 이제 너무나 흔해서 쓰지 않는 말이 되었다. 이젠 서울 곳곳에서 외국인을 보는 게 너무 흔한 일이 되었고, 국제결혼 역시 일상다반사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의식은 여전히 나쁜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안녕하세요>를 보면서 내내 고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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