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사랑은 폭력이다!? ‘상속자들’

朱雀 2013. 12. 5.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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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때문에 불행해지는 차은상을 두고 볼 수 없어서 포기하고, 처절하게 망가지는 김탄의 모습은 여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동시에 그런 김탄의 모습은 사랑은 폭력이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애초에 왜 차은상이 서울을 떠나 머나먼 곳으로 가게 되었을까? 바로 김회장이 아늘 김탄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랑하는 아들이 자신의 그룹을 물려받기를 원했고, 그러기 위해선 평범한 여성이 아니라 재벌 2세 상속녀와 결혼해서 더욱 자신의 자리를 공고하게 했어야 했다.

 

그런 계획에 차은상이 방해되기에 김회장은 아예 외국으로 떠나게 할 작정이었다. 다행히 윤재호 비서실장이 손을 써서 국내에 있게 되긴 했지만, 그녀의 삶은 이미 불행해질 대로 불행해졌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김회장을 비난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무 죄 없는 차은상이 숨어살아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말이 안되질 않는가?

 

최영도는 또 어떠한가? 그는 차은상을 제국고에서 내내 괴롭혔다. 물론 그가 차은상을 괴롭힌 것은 아직 어린아이가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자, 어떻게 할지 몰라서 그렇게 한 철부지 행동에 가까웠다.

 

최영도가 차은상을 찾은 방법은 어떠했는가? 그는 차은상을 가장해서 제우스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변호사를 시켜서 차은상을 찾게 했다. 결국 지방 경찰서까지 내려가서 차은상을 찾곤, 그 자리에 차은상을 기습 포옹하고 말았다.

 

차은상 역시 반가운 마음이 든 탓인지 가만히 있긴 했지만, 최영도의 행동 역시 엄연한 폭력이다. 차은상의 기분이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기 편한대로 행동했기 때문이다. 김탄은 어떠했는가?

 

김탄은 아버지 김회장의 손길에서 차은상을 구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그래서 형 김원에게 자신이 가진 주식을 모두 주고 자신은 어디든 떠나겠다면서, 오직 차은상만 원래 제자리로 돌려달라며 거래를 한다.

 

그리곤 마지막을 차은상을 보곤 무면허를 오토바이를 탔다가 경찰서에 끌려가고, 오고가며 시비가 붙으면 싸우기에 바쁘다. 그가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스스로 망가져서 평판이 나빠져서 형인 김원이 그룹을 물려 받기 편하게 하는 배려도 있겠지만, 더 이상 차은상을 만날 수 없다는 절망감이 더욱 큰 것 같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가족 모두와 차은상에게 큰 상처가 될 수 밖에 없다. 아직 김탄이 18살의 고등학생이라 이런 행동을 취하는 지 모르겠지만, 한편으론 이해가 가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몹시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최근 대중에게 각광받는 강신주 철학박사는 얼마전 TV에 나와서 사랑에 대해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최소한의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인간이란 존재 자체는 살아가기 위해서 식물이 되었든 동물이 되었든 먹으면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철학적으로 보자면 인간이 살아가는 것 자체가 폭력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사랑하는 이가 생기면 그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고 하고, 아는 만큼 그가 덜 상처받도록 노력한다고 했다.

 

그러나 <상속자들> 17화를 보노라면 그 말에 동의하기 어려울 것 같다. 김회장이 아들 김탄에게 하는 행동, 호텔 제우스 대표인 최동욱이 아들 최영도에게 하는 행동, 차은상이 자신을 어렵게 찾아온 김탄에게 하는 말 등은 너무나 상대방에게 큰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물론 특수한 상황인 탓은 있겠지만, 우린 사랑이란 이유로 상대방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고 받고 있는가? 방송을 보는 내내 사랑 역시 폭력을 수반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물론 상대에 따라 그 폭력조차 달콤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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