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이런 사랑이 가능할까? ‘상속자들’

朱雀 2013. 12. 6.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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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신이 말한 것처럼 김탄의 반항은 매우 클래식하다. 자신의 사랑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얻을 수 없는, 아니 포기해야만 하는 그의 절규와 울부짖음은 매우 통속적이다. 하긴 재벌 2세가 별 볼일 없는 평범한 여성과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 자체가 지극히 수 많은 드라마에서 반복된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가 <상속자들>에서 이민호의 연기에 공감하는 것은 그의 연기가 훌륭함과 동시에 그의 상황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이민호는 서자다. 그의 어머니는 평생 김회장의 호적에 올라갈 수 없다.

 

그녀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숨어지내야만 하는 존재다. 만약 김탄이 제국그룹에 욕심이 있다면, 그녀는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흠이 될 수 밖에 없는 존재다. <상속자들>을 보면서 내내 궁금했다.

 

? 차은상의 어머니는 말을 하지 못하고, 김탄의 어머니는 동거녀에 불과할까? 차은상은 당당한 여성이지만, 자신의 어머니를 누군가 앞에 당당히 소개하기 어렵다. ? 우리 사회는 장애인에 대해 편견과 선입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차은상은 제국고에 사회배려자가 아닌 졸부로 신분을 위장했기에 더더욱 그렇다. 그녀의 어머니가 말 못하는 장애를 가졌다는 사실을 그들이 알게 된다면? 차은상을 향한 차별과 모진 행동은 더 할 수 밖에 없다.

 

얼핏보면 차은상과 김탄은 공통점이 전혀 없다. 그러나 그 속사정을 잘 살펴보면 둘은 같은 아픔을 공유하고 있다. 그들이 가난상속자와 재벌 2세라는 신분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절절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것은 서로에 대한 이해가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김탄은 서자이기에 어머니를 누군가에게 당당히 소개할 수 없는 처지이기에 누구보다 차은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최영도도 마찬가지다. 그는 아버지의 부정으로 인해 어머니를 잃었고, 김탄을 향한 실수로 어머니와의 마지막 식사를 놓친 불운의 인물이다.

 

따라서 그 역시 재벌 2세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재벌 2세가 아니라 차은상을 사랑하게 된데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 때문에 처절하게 망가지는 김탄의 모습은 여러 가지를 생각게 한다.

 

전현주가 말한 것처럼 두 형제는 전혀 다르다! 형인 김원은 어린 시절부터 김회장이 형제들과 투쟁하면서 현재의 자리를 쟁취하는 것을 봐왔다. 그리고 그는 김회장의 아들로서 자신이 감당해야 될 몫과 가질 수 있는 것에 대해 너무나 많이 잘 알고 있다.

 

그는 제국그룹에서 살아남고 아버지의 자리를 이어받은 욕심과 목표가 존재한다. 반면에 김탄은 다르다! 그는 제국그룹에 욕심이 없다. 그의 목표는 어머니와 차은상과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모든 것을 다 버릴 수 있다. 마치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왕위를 버린 에드워드 8세처럼. 남자는 여성보다 권력과 일에 민감하고 집착한다. 따라서 사랑을 포기할 지언정 일과 권력을 포기하는 경우란 매우 드물다.

 

하지만 드물기에 우린 그런 상황에 열광하고 지지한다. 모두가 축복하고 인정해주는 사랑은 절실하기 어렵다. 신분의 차이를 넘고 부모의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의 사랑을 쟁취하려는 남녀의 모습은 그 무모함 때문에 더더욱 아름답다.

 

누구나 쉽게 용기를 내고 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이기에. 오늘날 대한민국은 그 어떤 시대보다 돈이 곧 권력인 사회다. 그런 사회에서 천문학적인 돈과 보장된 미래를 과감하게 버리고 사랑을 택한 다는 것은 어려움을 넘어서서 상상조차 불가능한 시대가 되어버렸다. <상속자들>은 그런 시대에도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는 사랑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판타지를 보여주었다. 바로 이민호와 박신혜의 훌륭한 연기 그리고 제작진의 멋진 대본과 연출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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