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해운대', 결국 900원짜리 영화가 되다!

朱雀 2009. 9. 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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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인터넷 뉴스를 보니 걱정한 대로 중국 좌판에 <해운대> 해적판 DVD가 깔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가격은 5위안,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약 900원 정도다.

국내에서 1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영화계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해운대>는 바로 옆나라 중국에서 그렇게 900원짜리 싸구려 영화가 되고 말았다. 가장 슬픈 사실은 그나마 그 900원 중에서 <해운대>제작사측엔 돌아가는 돈이 한푼도 없다는 사실이다.

중국인을 비롯한 소비자들은 싼맛에 사서 즐길 것이고, 중간에서 불법으로 해작판으로 만든 이들은 엄청난 수익을 얻을 것이다. 


2009/08/30 - [영화이야기] - '해운대' 불법파일 유출, 부끄러운 천만시대의 자화상

슬픈 것은 그것 뿐만이 아니다. 이전 포스트에서 몇 번 지적한 적이 있지만, 시발점은 분명히 국내다. 국내에서 한때 P2P사이트에 <해운대>가 올라왔고 무려 10만이 넘는 네티진들이 다운받아 봤다. 초고속 통신망이 그보다 잘 깔려있는 국내에선 이미 10만명의 몇배 이상이 <해운대>를 어둠의 경로로 봤거나 다운받았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타자의 지인 중에 한명도 다운받아 보았다고 했다. 어이 없어서 물었다. “그거 불법이야? 빨리 삭제해.” “네가 뭔데 삭제해라 마라야? 그리고 올린 놈이 나쁜 놈이지. 난 그냥 다운만 받은 거니 문제 될 것 없다고.” “그거 엄연히 도둑질이야. 처벌 받는 건 둘째치고 양심에 찔리진 않어?” “무슨 소리야! 나 혼자 봤어? 다들 다운 받아 보잖아. 극장에 갈 사람들은 어차피 다 가서 봐. 난 그냥 우연히 기회가 되어 다운 받아 본 거고. 그건 법에 하등 저촉될 것 없다고. 뭐 나중에 법개정되면 그땐 안 보면 되지 모.”

다들 이와 비슷할 것이다. 지난번 포스트에서 <해운대> 사태를 지적하자 늘 봐왔던 패턴이 반복되었다. 해운대는 천만 관객이 들 만한 작품성이 없다(작품성과 다운 받아 보는게 뭐가 관계있는지 모르겠다). 윈도우를 다들 불법으로 깔아서 쓰지 않느냐? <해운대>만 유독 열 올릴 필요 없다 - 윈도우를 다운 받아서 쓰는 건 잘못된 일이고, <해운대>를 다운받거나 유포하는 것도 분명 나쁜 짓이다-. 어차피 극장가서 볼 사람들은 상관없이 본다 - 아니다! 결단코 아니다. 극장에서 볼 사람들도 다운로드 등을 통해 입수해 본다면 극장에 가지 않게 된다. 그리고 지금 해외에 불법DVD들이 쏟아져서 입는 피해는 어쩔 것인가?-.

따지고 보면 <해운대>가 지금 화제작이어서 크게 보도되고 있을 뿐. 이와 같은 일이 몇 년 전부터 무수하게 반복되어 왔다. 예를 하나 들어볼까? 이번에 개봉한 영화중에 <언더월즈 3 : 라이칸의 반란>이란 작품이 있다. 해외보다 늦게 개봉한 탓에 이미 상당수의 사람들은 다운로드를 통해 국내 개봉이전에 보았다. 그리고 강남과 압구정을 비롯해 사람들이 붐비는 번화가에선 좌판에서 불법복제 DVD들이 버젓이 팔리는 장면을 여러번 목격할 수 있었다. 심지어 좌판은 지하철역사 안에서도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로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다. 100억원 이상이 투자된 <해운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와 해외를 가릴 것 없이 무차별로 작품이 P2P 사이트에 올려지고, 수많은 네티즌들은 그걸 거의 공짜에 가까운 값에 내려받으며 국내 영화계를 파괴하고 있다. 영화계의 파괴는 1차적으로 제작사와 투자사들이 영화를 제작하는 편수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2차적으로 우린 다신 <해운대>같은 영화를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모든 문화 컨텐츠가 그렇지만, 그건 단순히 영화 한편을 파는데 그치지 않는다. 그건 영화를 감명깊게 본 이에게 해당 국가를 알리는 대단한 홍보효과를 가진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부산의 해운대를 알릴 수 있었던 영화 <해운대>는 지금 그 기회를 상실해버렸다.

국내에서 다섯 번째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모처럼 영화계에 신명을 일으킨 국내 대표적 컨텐츠 <해운대>는 이제 900원짜리 싸구려 작품이 되었다. 거기에는 이 작품을 위해 애쓴 감독과 제작진 그리고 출연진 결국엔 대한민국까지 900원짜리 싸구려가 된 것이다.

더욱 슬픈 사실은 아무도 그런 사실을 모른다는 점이다. 아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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