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해운대' 불법파일 유출, 부끄러운 천만시대의 자화상

朱雀 2009. 8. 30. 10:18
728x90
반응형

지난 29일 CJ엔터테인먼트사는 발칵 뒤집혔다. 바로 천만관객을 돌파한 <해운대>의 파일이 웹하드 사이트에 출몰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현재 극장에서 상영중인 ‘고화질’ 버전이었다. 즉각 CJ엔터측은 사이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하고 관련업체들에게 삭제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그 사이 이미 많은 이들이 폭주할 정도로 다운을 받았다.

이것이 관객 천만 돌파한 영화를 5편을 가진 우리 영화계의 현주소다. 불법 파일의 폐해는 단순히 몇십 명이 영화를 다운받아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원본과 별차이 없는 복제기술과 세계 어느 나라보다 발달되어있는 인터넷 인프라는 빛의 속도로 <해운대> 파일을 전국적으로 퍼트릴 것이다. 또한 이런 폐해는 국내로 그치지 않고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는 사실이 우릴 더욱 괴롭게 한다.

물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이들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다운받아 볼 수 있는 이들은 한정적이다. 그러나 그중 일부는 동영상을 다운받아서 불법 DVD와 비디오 테이프 등을 제작해서 수입을 올릴 것이다. 이렇게 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CJ엔터를 비롯한 윤제균 감독과 스탭진에게 그대로 적용된다.

해운대는 약 160억(홍보비 30억 포함)을 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천만 관객을 돌파한 지금 약 750억원을 번 것으로 예상되며, 각종 세금과 비용을 제하면 약 300억 원대의 순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24개국과 맺은 수출계약이다.

국내 시장에서 100억 이상의 제작비를 지출해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엄청난 모험이다. 실패할 경우 다시는 이런 규모의 영화를 제작할 수 없을 만큼 우리 영화계는 허약해질대로 허약한 상황이다. 다행히 <해운대>는 각종 호재와 제작진의 연출과 출연진의 열연 등이 빚어져 ‘대박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신화는 국내 수익으로 끝나면 곤란하다(1회성으로 끝나는 것도 곤란하다). <해운대>는 2차 판권에서 판로를 개척하고 수익을 창출해서 다른 영화들이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해운대>는 2006년 <괴물>이후 오랜만에 등장한 흥행대작이다. 그동안 한국 영화계는 매우 침체되었고, <해운대>로 어느 정도 만회해야만 한다. 물론 <국가대표>를 비롯한 다른 몇몇 영화들도 흥행에서 재미를 보고 있긴 하지만.

<해운대>가 흥행에 성공하기까지 무수히 많은 영화들이 실패하고 흥행에서 쓴 맛을 봐왔다. 참으로 오랜만에 나온 흥행대작이기 때문에 <해운대>가 좀 더 많은 수익을 얻어야지만, 이러한 호재는 조금이나마 영화계의 다른 곳에도 전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불법파일 유출 사건은 그러한 기회를 상당 부분 막아버렸다. 우선, 불법 파일을 다운받은 이들은 극장에 가지 않을 것이고, 심지어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줘 더 이상의 ‘수요창출’을 막는다. 아울러 다른 나라로 건너가, <해운대> 제작사가 아닌 엉뚱한 해적업체가 수익을 얻게 된다. 더욱 슬픈 것은 지금 수출이 체결된 나라에서 해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웃 나라 중국의 경우 이런 불법 파일이 건너가서 아마 이미 DVD 등으로 공장에서 제작되어 찍어나오고 있을 것이다. <해운대> 불법 유출 사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우리나라는 2차 시장이 붕괴된 상태다. 그래도 DVD와 케이블TV등의 시장이 조금 있는데, 그마저도 이번 파일 유출로 수입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외국 시장에서 개봉해 DVD등의 판매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의 상당부분도 원천적으로 봉쇄해버렸다). 또한 이웃 나라들로 퍼져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사라져버렸다. 이건 단순히 <해운대> 제작사와 관련사가 수익을 얻지 못하는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해운대>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다른 영화감독이 다른 작품을 제작하는 데 일부는 투자되고, <해운대>의 성공은 한국 영화계의 성장 원동력의 큰 일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파일 유출은 그러한 성장 동력의 상당 부분을 뺏어가 버렸다. 거기다 이번 파일은 누군가가 캠코더 등으로 찍은 게 아니라, 극장 상영본과 동일하다는 점에서 ‘내부자의 소행’으로 여겨진다. 관련자가 아니면 이 정도 고화질본을 입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유출 사건은 또한 일그러진 우리 사회의 단면도 볼 수 있다. 웹하드 업체에 <해운대>파일이 올려오자마자 공짜 영화를 보기 위해 무수히 많은 네티즌들이 다운을 받았고, 유출자는 약간의 수입을 얻었다. 유출자와 네티즌이 ‘약간’의 이득을 보기 위해 <해운대> 제작진과 영화사와 배급사 그리고 한국 영화계는 엄청난 손해를 입혔다. 더욱 슬픈 것은 유출자와 다운 받은 일부 다운족들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이다.

<해운대> 한편으로 얻어 들일 수 있는 금전적인 수익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문화적 수출 기회(일명 한류라 불리는)가 상당 부분 사라졌다. 물론 이러한 사태는 할리우드같은 세계 최고의 영화공장에서도 자주 벌어지는 일이며, 할리우드 역시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다.

이번 <해운대> 파일 유출 사건은 관객 천만을 돌파했다며 우쭐 거리기엔 여러 모로 열악한 국내 현실과 전 세계 영화 관련업체들이 벌벌 떠는 파일 유출의 폐혜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글이 괜찮으면 추천 바랍니다. 로그인없이 초록색과 푸른색 모두 추천가능합니다.




728x90
반응형